‘투자자, 정부 제소’ 조항 등 재협상해야 | ||||||||||||||||||||||
‘시장개입 제한’ 등 투자자 이익에만
방점
노항래 “비준땐 국가신뢰 위기” ↘ 서비스의 포괄적 개방 조항만 해도 협정문에 유보조항으로 명시된 것을 넘어서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여기서 서비스는 사회정책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데 철도, 가스, 전기, 물, 교육 및 의료, 교도소 및 국방, 연금 등이 해당된다. 이런 것들이 한번 민영화되면 협정을 위반하지 않고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한-미 FTA의 우려되는 점이라고 토론자들은 지적했다. 이재영 의장은 한-미 FTA가 ‘헌법 위의 헌법’ 노릇을 하며 우리의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며 “한 나라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가의 정책권한을 위축시켜 시장을 팽창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금융자본의 극대화된 수익창출을 구조화하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정희성 부위원장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 조차 국제중재의 대상이 될 정도”로 한-미 FTA는 초국적 기업의 이익과 권리를 우선적으로, 체계적으로 보장한다며 “한-미 양국 모두에서 중소영세 제조업체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험가입 제한 심화” ■ 무상의료 멀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돼, 한-미 FTA 발효 이후 전반적인 사회정책의 운명을 예시했다. 최근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공약하는 등 야당들은 현재 60%선에 머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한-미 FTA가 민간의료보험 시장 확장, 영리병원 허용, 의약품 및 기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재영 “헌법 위의 헌법 우려” 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석균 실장은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이러한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해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의 시장지분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을 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정부 제소제에 의한 소송의 위협만으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은 위축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정태인 “규제완화 옹호만” 아울러 고위험군 고객의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급 지급을 거절하는 등으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런 문제를 규제를 통해 해소하기가 어려워진다. 한미 FTA는 금융서비스 협정에서 민간보험상품을 포괄적허용(네거티브리스트 방식) 대상으로 정해 규제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성 “이익불균형 악화” 정부는 보건이나 환경관련 내용은 미래유보 조항으로 제외되어 있으므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재영 의장은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이라며 “협정에 의해 민간의료 보험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할 수 없게”된다고 말했다. 우석균 실 장도 투자자의 국가제소 우려로, 민간보험보다 한결 싼 공적 자동차 보험을 도입하려다 포기한 캐나다 뉴 브런즈웍 주를 예로 들며 “미국이 맺은 다른 모든 FTA에서도 이런 규정은 존재하지만 보건이나 사회보장, 환경에 대한 사회정책적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것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모든 사회보험과 사회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최규엽 “1국2의료제도 될것” 최규엽 소장은 또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해 ”경제자유구역내의 의료부문 제도변화를 FTA 조항으로 명문화 함으로써 한미 FTA가 무효화되지 않는 이상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제도로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즉 치료비가 비싸고 돈 되는 환자만 선택적으로 받는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이 늘어남에 따라 같이 늘어나, 건강보험 당연지정-비영리병원 제도를 뿌리로 한 현 의료제도를 허물고 1국 2의료제도를 고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영표 “밀실협상의 산물” ■ 재협상안 반대 한 목소리 홍영표 의원은 지난해 타결된 재협상안은 “연평도 사태 와중에 일방적으로 국익을 미국에 양보한 굴욕협상”이자 “국회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은 밀실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협상안을 폐기한 뒤 2007년 체결한 원안을 비준하거나, 투자자-국가 소송 등 독소조항을 포함해 전면적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그 동안 제기된 독소조항들을 해결하거나 이익의 균형을 실현했다기 보다는, 추가적인 독소조항을 도입하고 이익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노항래 의장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동의 없이 (잠정합의안을) 임의로 수정하고 굴욕적 재협상을 추진”했다며 재협상안을 비준하는 것은 “향후 한국 정부의 통상협상 전반에 신뢰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