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10-07-11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한겨레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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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국내총생산 및 소매판매액 증가율 추이
2. 13억 시장을 겨냥한 유통산업

중국내 소매판매액 작년 12조위안으로 15.5% 상승
자동차·IT부문 이미 세계 1위…외국 기업 진출 늘어

중국에는 옛부터 상인의 경전, 곧 ‘상경’이란 게 있다. 중국 상인, 넓게는 중국 기업인들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할 책으로 손꼽힌다. 지은이는 안후이성 출신으로 저장성 항저우에 기반을 둔 ‘상성’으로 추앙받는 후쉬에앤이란 인물이다.

무엇보다 ‘사람쓰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후쉬에앤의 정신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곳으로는 단연 유통 업종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유통업계의 눈부신 성장세는 바로 중국 내수 소비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인들의 소비지출 규모 증가세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세를 훨씬 웃돌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 내 소매판매액은 12조5343억위안으로 전년에 견줘 15.5%나 늘어났다. 2008년 증가율(21.6%)보다는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8.7%)의 갑절 가까이 이른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과 자동차 내수촉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 영향도 있지만, 현재 중국 유통시장이 아직은 주요도시에 몰려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중국 유통시장을 노리는 외국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 말레이시아의 팍슨, 월마트와 까르푸 등 유수의 대형 유통기업들이 이미 중국 시장에 상륙한 상태다. 자국 내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 문을 잇따라 닫던 일본 유통업계들도 중국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미쓰코시 이세탄은 오는 2011년까지 중국에 점포 5곳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 베이징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올해 초엔 텐진에 2호점을 내며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유통시장은 아직 중국 기업들의 아성으로 남아있다. 외국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이미 무시못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이래 중국 백화점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0.4%에 이른다.

이 가운데 특히 신흥 소비중심지인 저장성 항저우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인 ‘인타이바이훠’ 그룹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2008년에는 전년보다 매출이 50%나 늘었고, 지난해 매출도 31.4%나 늘어난 64억위안을 기록했다. 현재 인타이바이훠는 항저우에만 모두 15개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2008년에는 롯데쇼핑과 베이징에 합작법인 ‘러티엔인타이’ 백화점을 세웠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관시’(관계)보다는 ‘신뢰’를 최우선에 두는 저장 상인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인타이바이훠기업대학’을 세운 데서도 ‘사람쓰기’를 강조했던 중국 상인의 오랜 전통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타이바이훠그룹의 션궈쥔 회장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인재”라며 “앞으로 5년 동안 70곳의 백화점을 더 열겠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모두 2000여명 안팎의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대학 설립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중국을 일러 ‘세계의 공장’으로만 여기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이미 자동차,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 은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때마침 정부 정책의 물줄기 역시 위안화 절상 등 내수 중심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최전선엔 유통산업이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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