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세상읽기] 진보 교육감과 2030년의 경제

HERI 2011. 06. 27
조회수 5570
한겨레경제연구소(HERI)의 블로그 ‘착한경제’(goodeconomy.hani.co.kr/)에 지난 6월3일 쓴 칼럼을 놓고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20년 뒤 삼성전자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쓴 게 출발이었다. 댓글로 반론을 편 독자들은 ‘교육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일이 아니다’라는 논지를 주로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교육의 목표가 기업에 인재를 대는 일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다. 진보 교육감이라면 20년 뒤를 준비하는 근본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20년 뒤의 경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인재를 요구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 글을 쓴 이틀 뒤,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공감의 뿌리’를 이끌고 있는 교육혁신가 메리 고든을 만났다.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 지원기관 아쇼카의 창립자 빌 드레이턴에게 한국의 교육감 선거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꼭 만나보라며 소개해준 사람이다. 

메리 고든은 공교육 체계 아래서 ‘공감교육’을 실시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어린 아기와 소통하도록 하면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공감의 뿌리>라는 책을 통해 한국에도 소개되어 있다. 좁게는 교실의 ‘왕따’ 현상에서 넓게는 흉악범죄와 인종 및 민족분쟁까지, 비인간적 사회현상은 대개 공감능력 부족에서 생긴다는 진단에서 나온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야말로 20년 뒤를 준비하는 것일지 모른다. 

미래 경제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대기업에서의 변화가 커질 것이다. 사상가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의 시대가 온다고 예견했다. 코끼리와 같은 다국적 대기업들은 지금보다도 더욱 커진다고 핸디는 예측한다. 또 웬만한 국가보다 더 커질 코끼리 기업에 소비자와 투자자 등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질 것이다. 사회책임경영(CSR)을 무시하는 기업은 코끼리로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둘째, 1인 기업, 소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코끼리는 그 등을 뛰어다니는 벼룩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핸디는 비유했다. 벼룩이란 가볍고 빠르고 전문적인, 1인 기업과 소기업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사회적 사명과 시장적 문제해결능력을 함께 지닌 사회적기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영리와 비영리의 확연한 구분이 희미해지고, 하이브리드형 조직이 늘어날 것이다. 

세 가지 변화는 모두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바꿀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잘 적응하는 입시형 인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창의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시장에서 성장할 능력을 갖추고, 동시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필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진보 교육은 이런 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앞의 메리 고든의 사례에서 충격을 받은 이유는, 이런 실험이 공교육 체계 아래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기와 소통하는 교육’이라는 해결책은 매우 실험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에서 이 교육 실험이 지방정부와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메리 고든은 2009년 캐나다 교사노조로부터 ‘공교육 옹호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진보 교육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교육은 낡고 경직된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20년 뒤에 우리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인재를 꿋꿋이 키우는 일은 진보 교육감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 신문을 보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두 눈을 감고 20년 뒤를 떠올리면 할 수 있다.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세상읽기 ] 파워포인트 딜레마

2010-07-19 [세상읽기 ] 파워포인트 딜레마 / 이원재 <script></script>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제가 원래 파워포인트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슬라이드 첫 장을 넘기면서 말을 꺼냈다. 한겨레경제연...

  • HERI
  • 2011.06.27
  • 조회수 8170

연해주산 청국장 수익으로 고려인 애환 보듬는다

2010-07-15 연해주산 청국장 수익으로 고려인 애환 보듬는다 평화연대 5년전 기업 세워 현지 재배 무농약 콩 이용 매출 50% 고려인에 돌려줘 현지공장 설립·컨설팅 계획 <script></script> » ‘바리의 꿈’과 함께 청국장 사업을 벌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07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2010-07-15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상반기 50% 육박…정부서 인수·합병 독려 내수시장도 급성장…과잉생산 해결 숙제로 <script></script> » 중국 조강생산량 추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3.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957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2010-07-11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중국 국내총생산 및 소매판매액 증가율 추이 2. 13억 시장을 겨냥한 유통산업 중국내 소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25

[세상읽기] 진보 교육감과 2030년의 경제

한겨레경제연구소(HERI)의 블로그 ‘착한경제’(goodeconomy.hani.co.kr/)에 지난 6월3일 쓴 칼럼을 놓고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20년 뒤 삼성전자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데 필요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70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2010-06-22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사택제공·전직원 해외연수 사내 복지에 각별히 신경 우여곡절끝 직원 대주주 팀장·이사도 투표로 선출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올해 여행박사에 입사한 직원과 임원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781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2010-06-22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노엔텍 이태희 기자 김태형 기자 <script></script> » 바이오 생명공학·진단기 개발업체인 나노엔텍 직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361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위기 겪은 ‘메이드 인 코리아’ 맷집 세졌다

2010-06-01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5. 한국: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세계 TV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TV·자동차·반도체·조선 등 금융위기서 약진 두드러져 “IMF 사태 등서 내성 키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76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1등만 쫓던 일본 “신흥국이 수출효자” 유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 일본: 아시아와 협력하라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 수출’은 급감 중·인도 등 진출 활발…생산기지 다변화 정남구 기자 <script></script> » 중국 텐진에 있는 도요타 중국 생산공장 조립라인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21

[동아시아기업의진화] “중국에 올인한다” 국내기업 사업확장 뜀박질

2010-05-27 국내 수출입 비중 1위…SK·이마트 등 역량 집중 삼성전자 등 상하이엑스포 기업관에 12곳 참가 황예랑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1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신세계 이마트 진차오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8004

[동아시아기업의진화]우뚝 선 13억 경제대국 ‘중화의 세기’ 커가는 꿈

2010-05-27 상하이엑스포 대형전시장서 중화제국 미래비전 선포 GDP 3위·외환보유액 1위… 부동산 거품등 장애 넘어야 황예랑 기자 신소영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0일 관람객들이 부동산개발회사인 푸싱그룹 등 중국의 16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910

[세상읽기] ‘쌈지’의 성공적 실패

2010-05-25 주말이면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가좋아’를 찾곤 했다. 각종 캐릭터가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놀이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를 만족시키고 나면, 지하로 가서 재기발랄한 단편 만화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7730

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2010-05-20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케이디운송그룹 이정연 기자 김진수 기자 <script></script> » 경기, 대원고속 등 15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승무사원(운전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9497

[동아시아기업의진화] 한·중·일 ‘하이브리드 경쟁력’ 세계경제 강타

2010-05-14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방향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한겨레> 창간 22주년 특별기획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는 한국·중...

  • HERI
  • 2011.06.27
  • 조회수 9424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86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8864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93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005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06

농어촌형 사회적기업 3천개 만든다

2010-04-16 도농교류·복지서비스 등 농식품부, 수익사업 육성 사회적기업의 농어촌형 모델인 ‘농어촌 공동체회사’가 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농어촌 주민이나 귀농귀촌 인력이 참여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