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HERI 2011. 06. 27
조회수 6286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비로운 주체다.

한 사회에는 전통적으로 세 개의 부문이 있다. 보통 그 세 부문을 정부부문, 영리부문, 비영리부문이라 부른다.

제1섹터, 정부부문은 남이 번 돈을 남을 위해 잘 써야 하는 사명을 가진 경제주체다. 세금을 거둬 국민 복지와 사회 인프라 구축에 사용해야 하니 그렇다. 제2섹터, 영리부문은 자기가 번 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경제주체다. 기업, 특히 주식회사가 전형적으로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 주주가 투자한 돈을 잘 사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매출을 발생시키고, 이익을 남겨 주주에게 다시 돌려주는 게 조직의 목적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부문인 제3섹터, 비영리부문도 정부처럼 남이 번 돈을 남을 위해서 쓰는 경제주체다. 다만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세금을 강제로 걷는 반면, 비영리부문은 설득을 통해 자발적 후원을 확보해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부문에 속한 엔지오, 엔피오들은 정부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새로운 활동을 발굴해 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가장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 곁에 늘 비영리부문 활동가가 있기 마련이다.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스폰서 섹터’는 ‘남이 번 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경제주체다. 이런 기준을 놓고 보면, 사실 길거리 자영업자들로부터 자릿세를 받아 살아가는 조직폭력배들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부문인 듯하다. 영리부문에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얻은 잉여를 쉽게 가로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그 규모나 활동방식, 운영 원리 등이 베일에 가려 있다는 점에서는, 한때 한국 경제를 주름잡던 사채업자 중심의 ‘지하경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제주체는 조직폭력배나 지하경제보다 더 큰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들은 경제주체일 뿐 아니라 대부분 정치적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갈취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재물을 헌납한 조직이나 사람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엄청나게 커진다.

이런 문제는 학술적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의학 쪽에서는 제약회사의 ‘스폰서’를 받은 신약 연구는 받지 않은 연구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디어경제학에서는 ‘스폰서’를 마케팅 도구로 보고, 지불한 쪽이 결국 금액에 해당하는 경제적 가치를 얻어가는 것으로 가정하고 분석을 시작하기도 한다. 법조계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아직 찾지 못했다.

짐짓 ‘새로운 섹터’라고 과장하기는 했지만, 이 ‘스폰서 섹터’는 사실 전성기를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는 낡은 부문이다. 이를 밀어낼 새로운 영역도 떠오르고 있다. 바로 ‘자기가 번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경제주체들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부문을 1, 2, 3섹터를 넘어서는 ‘제4섹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장에서의 거래로 확보한 자원을 사회문제 해결에 투여하는 원리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세계 어디서나 주목받는 사회적기업,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 자원봉사, 기부, 윤리적 소비 등 우리 주변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모두 이 섹터 언저리에 있다. 낡은 것을 밀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것을 키워 채워 넣는 것이다. 가치를 동반한 경제, '착한 경제' 섹터에 주목해 보자.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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