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10-01-30 
2010년 첫 출근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눈에 갇혀 있다는, 차가 막힌다는, 조금 늦는다는 연구원들의 전화였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기업에서도 시무식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무회의에 지각하는 장관들도 있었다고 한다. 출근을 위해 전쟁을 치르던 우리 사회를 관찰하면서 생각했다. 하루쯤 모두가 쉬어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날 많은 일터에서는 늦게 출근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위에 시달린 몸을 추스르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서울시를 탓하고, 기상청을 비난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쉽게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다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교통지옥을 피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비효율적인 하루를 미리 예상하면서도, 쉽게 ‘휴무’를 결정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휴식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출근시간도 지키지 못하고 교통지옥에 갇힌 채로, 그날 꼭 일터로 향해야만 했을까? 누군가 ‘오늘은 그냥 모두 쉬자’고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그런데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 삶의 일터 종속성은 엄청난 수준이다.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엘리트의 일터 종속성은 훨씬 높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체가 ‘과로’를 미덕으로 삼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운영된다. 고용되지 않은 젊은이는 아무리 진취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며 자원봉사와 문화활동을 하고 있어도, 늘 걱정거리로만 취급된다.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탄력근무시간제’ 같은 혁신적 인사제도는 ‘근로시간 연장’으로 쉽게 둔갑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학은 과로의 미덕을 일방적으로 예찬하지는 않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1990년대 중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 성장은 노동 투입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사회문화 시스템과 인적자원의 질 등을 고려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분이 매우 낮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지적했다. 지속적 성장에는 노동의 추가 투입보다는 성찰과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쓴 책 <신상품의 경제학>은 다른 관점에서 휴식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경제의 질적 도약에는 메가톤급 신상품 창출이 필요한데, 이는 기존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으로부터가 아니라 쉬고 있는 ‘휴무노동’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휴식’으로부터 혁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때 공휴일을 미뤄 쉬게 하는 대체휴일 논의가 한창이다. 기업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08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8556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98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70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00

농어촌형 사회적기업 3천개 만든다

2010-04-16 도농교류·복지서비스 등 농식품부, 수익사업 육성 사회적기업의 농어촌형 모델인 ‘농어촌 공동체회사’가 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농어촌 주민이나 귀농귀촌 인력이 참여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013

[삶과경제] 미래의 점심

2010-04-0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반가운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어제 뚝섬에서 청사과분들과 함께 나눔장터 참여했어요. 수익도 냈답니다. ^^” 지난해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연 ‘사회적기...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67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14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2010-03-04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일하던 때,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왜 SERI는 삼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SERI는 정말 훌륭한 싱크탱크였습니다. 우선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삼성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71

LG전자 노조 ‘사회공헌’ 실천선언

2010-02-05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엘지(LG)전자 노동조합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다짐하고 나섰다. 엘지전자 노조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콘도에서 남용 부회장과 박준수 노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84

[삶과경제]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2010-02-04 최근 웅진그룹이 계열사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청소 전문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웅진은 2007년부터 침대매트리스, 싱크대, 배수구 등을 소독하는 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데 적자가...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70

[삶과경제] 더 쉬는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2010-01-30 2010년 첫 출근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눈에 갇혀 있다는, 차가 막힌다는, 조금 늦는다는 연구원들의 전화였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기업에서도 시무식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무회의에 지각...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93

[이원재의 5분 경영학]그 커피숍엔 커피에 ‘다방의 향기’를 섞었다

2009-12-30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고객 가치 구성 ‘관계·체험·추억’ 넣어 전혀 다른 상품으로 문화적 체험 판다는 스타벅스가 배워 갔나 인테리어도 세련됐다. 메뉴에는 카페 라떼도 카푸치노도 에스프레소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81

평생고용 한솥밥…‘풍년밥솥’의 고집

2009-12-30 PN풍년의 ‘뜨끈한’ 크리스마스 “직원 행복해야 좋은 제품” 첨단 자동화설비 갖추며 직원이 할 몫 남겨둬 인력감축 판단 설땐 공장인수 등 확장 자제 » 피엔(PN)풍년은 ‘직원 만족’ 경영을 통해 55년 전통을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13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행복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대기업 사회공헌 활발 SK그룹 » 조를 지어 봉사활동에 나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신입사원들이 한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에스케이(SK)그룹에서 사회봉사와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31

포스코 ‘자립형 사회적기업’ 첫삽

2009-12-30 친환경 건축 독자기술 보유 ‘에코 하우징’ 포항서 착공식 취약계층 30% 고용 계획 » 포스코가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연료전지공장 터에서 연 자립형 사회적기업 ‘포스 에코 하우징’ 착공식에서 임태희 노동부장...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61

문화재·환경보호로 밝은 세상 ‘예금’

2009-12-30 [나눔경영] 희망 대출하는 금융기업 신한은행 » 지난 23일 이백순 은행장(가운데) 등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예장동 소재 아동양육시설인 ‘남산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44

직원만큼 회사도 기부 ‘2배 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나누고 지키고 현대제철 » 혼자 사는 어르신의 헌집을 고쳐주는 사랑의 집수리 활동을 펼쳐온 현대제철 직원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발족하며 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76

[사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서두르길

2009-12-23 경제적 이윤 추구와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82

공익재단 사회책임투자…영국은 절반, 우린 없어

2009-12-23 사회책임투자 전문가 좌담회 김성환 기자 <script></script>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를 비롯해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