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HERI 2011. 06. 27
조회수 5585
2009-04-01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한겨레 이원재 기자
<script></script>
» 스콜세계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이후의 권력 이동 전망을 논의했다. 맨 왼쪽부터 레이 수아레즈 미국 기자, 캘라시 사이아티 ‘아동노동에 반대하는 세계행진’ 회장, 대니얼 루베츠키 ‘피스워크스그룹’ 설립자,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이윤추구 거대자본·다국적기업 신뢰 잃어
“사회적 기업이 위기속 새 희망” 한목소리

“거대 자본과 다국적기업의 시대는 끝났다. 경제 권력이 시민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 나온 목소리다. 포럼 참석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경제위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세계경제의 희망을 찾았다.

포럼에선 구체적인 사례로,‘마이시4’(MYC4)라는 사회적 기업이 소개됐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웹2.0 기술에 기반을 두고, 제 3세계 소기업과 세계 각지의 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취지는 제 3세계의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소기업활동 돕자는 것이다. 마이시4는 창업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1만4천명의 투자자들을 모아 아프리카 각국의 소기업 4500곳에 한국돈 기준으로 150여억원을 투자했다. 거대 다국적기업처럼 잘 알려진 브랜드도 없고, 정부가 나서 공신력 뒷받침해주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인 개인투자자들이 마이시4 사이트를 통해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무엇이 이 사이트에 힘을 불어 넣은 것일까?

스콜포럼에 참석한 67개국 800며명의 사회적기업가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변화를 이끄는 힘이 더 이상 거대 자본이나 다국적기업에 있지 않으며, 개인과 시민사회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시4의 공동 창업자 마즈 카예르(Mads Kjaer)는 이 놀라운 성공의 비결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파트너로 정부나 자본 대신 ‘개인’을 선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데 권력이나 자본의 힘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시민을 통제하려는 정부 대신 시민을 대변하는 엔지오가, 시민에게서 이윤을 얻으려는 다국적기업 대신 시민에게 성과를 돌려주려는 사회적기업이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자본과 다국적기업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국면에서, 소비자와 시민은 공급자 논리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만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위기와 함께 금융자본과 다국적기업은 빠르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투자은행과 다국적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위기 주범’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의 5단계 발전과정
전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권력은 이제 쪼개져 개인과 시민사회로 이동한다. 기술은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웹2.0과 블로그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1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도 평가할 수 있는 금융 기법이 확산된 것도 개인과 시민사회의 정치, 경제적 힘을 키우고 있다.

경제권력의 이동은 시장지형의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서는 경영의 목적과 원칙을 바꿀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펼치는 사회적기업은 큰 기회를 맞고 있다. 재무 성과만 추구하는 영리기업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신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사회적기업에 자원이 흘러 들어올 여지가 커진 셈이다. 또 빈곤문제 해결,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영역은 위기 때 더욱 절실해진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르케이(R.K.) 파차우리 박사는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경과 사회를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은, 시장만능주의로도 국가사회주의로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회적기업이 새로운 대안이다.” 이베이 설립자인 제프 스콜은 포럼을 마치며 “지금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 주류에 들어설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스콜세계포럼 참석자들은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들의 ‘담대한 희망’이 얼마나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옥스포드(영국)/글·사진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김지예 연구원 timelast@hani.co.kr

■ 스콜세계포럼은

세계 사회적 기업가 포럼 사회혁신 방안 등 논의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스콜세계포럼’은 이베이 창립자인 제프 스콜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세계 사회적 기업가 포럼으로, 2004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이했다.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사회 혁신가들이 모여 다양한 경영 기법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회 문제 해결책을 논의한다.

올해 포럼에는 67개국에서 800여명이 참석해, 주로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 변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제프 스콜 이베이 설립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국제연합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의장인 아르케이 파차우리 박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 명망가뿐 아니라 사회적기업가, 시민운동가, 금융 및 경영 전문가, 정치인 등 다양한 그룹이 참여해 분야별 사회혁신 방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기법, 미디어의 새로운 구실 등을 논의했다.

과거 스콜세계포럼에서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 등 인권, 환경, 평화 등의 전 지구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유명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원재 소장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38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2010-03-04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일하던 때,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왜 SERI는 삼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SERI는 정말 훌륭한 싱크탱크였습니다. 우선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삼성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21

LG전자 노조 ‘사회공헌’ 실천선언

2010-02-05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엘지(LG)전자 노동조합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다짐하고 나섰다. 엘지전자 노조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콘도에서 남용 부회장과 박준수 노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29

[삶과경제]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2010-02-04 최근 웅진그룹이 계열사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청소 전문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웅진은 2007년부터 침대매트리스, 싱크대, 배수구 등을 소독하는 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데 적자가...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05

[삶과경제] 더 쉬는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2010-01-30 2010년 첫 출근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눈에 갇혀 있다는, 차가 막힌다는, 조금 늦는다는 연구원들의 전화였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기업에서도 시무식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무회의에 지각...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48

[이원재의 5분 경영학]그 커피숍엔 커피에 ‘다방의 향기’를 섞었다

2009-12-30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고객 가치 구성 ‘관계·체험·추억’ 넣어 전혀 다른 상품으로 문화적 체험 판다는 스타벅스가 배워 갔나 인테리어도 세련됐다. 메뉴에는 카페 라떼도 카푸치노도 에스프레소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03

평생고용 한솥밥…‘풍년밥솥’의 고집

2009-12-30 PN풍년의 ‘뜨끈한’ 크리스마스 “직원 행복해야 좋은 제품” 첨단 자동화설비 갖추며 직원이 할 몫 남겨둬 인력감축 판단 설땐 공장인수 등 확장 자제 » 피엔(PN)풍년은 ‘직원 만족’ 경영을 통해 55년 전통을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441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행복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대기업 사회공헌 활발 SK그룹 » 조를 지어 봉사활동에 나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신입사원들이 한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에스케이(SK)그룹에서 사회봉사와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61

포스코 ‘자립형 사회적기업’ 첫삽

2009-12-30 친환경 건축 독자기술 보유 ‘에코 하우징’ 포항서 착공식 취약계층 30% 고용 계획 » 포스코가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연료전지공장 터에서 연 자립형 사회적기업 ‘포스 에코 하우징’ 착공식에서 임태희 노동부장...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02

문화재·환경보호로 밝은 세상 ‘예금’

2009-12-30 [나눔경영] 희망 대출하는 금융기업 신한은행 » 지난 23일 이백순 은행장(가운데) 등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예장동 소재 아동양육시설인 ‘남산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77

직원만큼 회사도 기부 ‘2배 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나누고 지키고 현대제철 » 혼자 사는 어르신의 헌집을 고쳐주는 사랑의 집수리 활동을 펼쳐온 현대제철 직원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발족하며 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198

[사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서두르길

2009-12-23 경제적 이윤 추구와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29

공익재단 사회책임투자…영국은 절반, 우린 없어

2009-12-23 사회책임투자 전문가 좌담회 김성환 기자 <script></script>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를 비롯해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96

“사회책임투자 평가지수 만들자”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콘퍼런스서 제안 » 16일 서울 여의도 시티클럽에서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09 글로벌 사회책임경영(CSR) 콘퍼런스’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책임투자 평가지수의 필요성 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왼쪽...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91

사회책임경영 대상에 포스코·가스공사·KT

2009-12-23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정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케이티(KT)가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가장 좋은 기업으로 꼽혔다.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15일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2009 글로벌 사회...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10

소비자 55% “사회책임기업 제품 사겠다”

2009-12-14 한겨레경제연구소 1천명 조사…2년전보다 11%p 늘어 대기업 18곳중 유한킴벌리·포스코·삼성 순으로 평가좋아 » 주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평가와 지출규모의 비교 이제는 사회공헌을 포함한 사회책임경영(CSR)이 선택이 아...

  • HERI
  • 2011.06.27
  • 조회수 7625

다솜이재단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펴내

2009-12-14 국내 사회적 기업 1호인 다솜이재단이 ‘사회적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다솜이재단은 8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조직 성과를 측정, 공개하고 안팎의 이해관계자에게 책임 있는 활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93

[삶과경제] ‘두바이 실패’ 이후의 창조경영

2009-12-10 2006년 10월8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창조경영’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두바이의 삼성물산이 건설중이던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현장에서였다. 그는 “셰이크 무하마드가 두바이를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모델...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13

‘사회적 기업’ 내년 지원대상서 무더기 탈락

2009-12-10 정부, 심사 한달전 기준 강화…절반 넘게 떨어진듯 예산 30% 삭감 따른 결과…“실업자 대책 마련 시급” » 사회적기업에 관한 노동부 심사 지침 변화이익 추구보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펼치는 데 중점을 두...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08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발 빼는 정부 속내

2009-12-10 [초점] 지식경제부 “SR 국제표준 세미나 후원자 명단서 빼라”… 노동·인권·환경 단체 힘 실어줄까 우려한 듯 지난 9월3일 서울 숭례문 근처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서 ‘SR 26000’ 관련 교육 세미나가 열렸다. 이름...

  • HERI
  • 2011.06.27
  • 조회수 7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