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악플이 매출을 키운다?

HERI 2011. 06. 27
조회수 4837
2006-12-14
기업의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는 마케팅…댓글은 웹이라는 공간에서 퍼지는 입소문, 소비는 능동적 행위로 다시 태어나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입소문 마케팅(Word-of-mouth marketing, buzz marketing)

영화 고를 때 인터넷 댓글 찾아보는 건 필수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쓴 듯한 댓글을 참고 삼아 영화를 결정하면 실패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영화전문 기자나 평론가처럼 고상한 식견을 갖추지 못한 탓일까. 그런 전문가의 글보다는 댓글에서 더 중요한 정보를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소비자들의 내밀한 속삭임을 들어라

점잖은 전문가의 글과 달리, 이런 댓글 중에는 심심치 않게 ‘악플’도 보인다. 대놓고 주연배우나 감독을 공격하는 글을 보면 섬뜩할 때도 흔하다. 그 감독이나 배우가 입을 상처를 짐짓 걱정해보기도 한다.


△ 인터넷 댓글은 현대판 ‘입소문’ 마케팅이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괴물>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관객들.(사진 / 한겨레 박종식)

물론 반대로 배우나 감독의 극성팬들이 일방적으로 칭송하는 댓글을 다는 일도 있다. 이른바 ‘선플’이다. 역시나 낯이 뜨겁다. 한참을 즐거움과 불쾌감을 오가며 댓글을 읽다가, 문득 다시 직업적인 의문으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붙어 있는 댓글은, 정작 그 영화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미국 시라큐스대학의 용 뤼 교수는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분석에 착수했다. ‘야후 무비’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거기에 소개된 40개 영화에 대한 댓글 1만2천 개를 모았다. 그러고는 어떤 영화에 대한 한 주일 동안의 인터넷 댓글이 다음주 영화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터넷 댓글 수는 영화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수가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 댓글 중 ‘선플’과 ‘악플’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영화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악평을 많이 받았더라도, 많은 관심을 받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대체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이제야 가끔 분명히 비난받을 만한 장면을 내세우는 영화들이 ‘경제적으로’ 이해가 된다. 영화 제작자가 인식했든 하지 못했든, 여기에는 장삿속이 숨어 있었다. 악평을 받더라도, 일단 평을 많이 받고 논란의 대상이 되면 매출이 올라간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인터넷 댓글은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즉 입소문이다. 과거에는 점심식사 자리나 찻집에서 오가던 입소문이 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소통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입소문의 경제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제품 정보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소비자가 전해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인, 입소문 마케팅(Word-of-mouth marketing)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입소문 마케팅은 와글와글 떠드는 저잣거리의 소문을 묘사한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기업에서 메시지를 발신해 소비자가 수신하는 방식이다. 광고가 대표적 전통 마케팅 기법이다. 여기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품을 잘 알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입소문 마케팅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업이 발신자가 아니고 소비자 스스로가 발신자가 된다. 당연히 기업 마케팅 전략의 목표물도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뀐다.

대규모 광고 공세만으로 마케팅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가다. 마케팅 활동의 중심축은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점점 분산되고 있다. 마케팅 이론 역시 변화하고 있다. 원래 경영학의 한 분야로서의 마케팅 이론은, 통계학이나 심리학 등 각종 이론적 틀을 이용해 언론이나 광고가 기업이나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 사이에 오가는 내밀한 속삭임까지 다뤄야 하는 학문으로 그 영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악플을 즐기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것

소비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동사 ‘소비하다’는 이제 수동형이 아니고 능동형이다. 입소문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제에서는, 소비자가 기업과는 독립적으로 메시지를 만들어 발신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앨빈 토플러가 최근 저서 <부의 미래>에서 이야기하는 ‘생산하는 소비자’(프로슈머)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짚는 개념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식시대에는 소비자가 단순히 생산자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메시지를 발신해 제품과 서비스에 영향을 끼치고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기까지 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악플’을 즐기는 독자가 계시다면 명심하시라. 당신이 취미 삼아 단 댓글 하나가 제품과 기업을 바꾸면서,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정도의 책임감은 발휘해줘야 부끄럽지 않은 시민 아니겠는가. 게다가 당신의 의도와 반대로, ‘악플’ 세례를 받은 영화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지 않은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배당금 잔치는 끝났다…미 삭감기업 5배 늘어

2009-04-21 S&P 분석…미 현금확보 비상 주주몫 잇단 축소 단기실적 치중 병폐따라 장기경영 전환 움직임 류이근 기자 <script></script> » 미국 기업 배당 추이 ‘주주 자본주의’의 퇴색과 함께 배당의 황금시대도 저물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95

[삶과경제] ‘MBA 2.0’이 필요하다

2009-04-2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전세계의 각종 비영리 사업을 위해 제가 조달해 준 자금이 지금까지 2억5천만달러(약 4천억원)쯤 됩니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 만난 조지 오버홀저는 비영리 자금조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824

[삶과경제] 불황과 기부

2008-11-12 스타벅스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다국적 커피 브랜드의 최근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주당 1센트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상장주식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34

[삶과경제] 기업이 왜 다른 기업을 돕나요?

2008-12-10 어느 대기업 중견 간부를 만났다. 마주 앉아 경제 걱정을 한참 하던 중, 그는 뜻밖의 의문을 던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예산은 어려울 때 더 늘려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12

도보 여행, 컴포트 푸드, 빅3의 귀환

2009-01-04 [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2009년에 꼭 알아야 할 esc 트렌드 열쇠말 100을 읽는다 | 여행 | 1 도보 여행 올해 여행의 화두는 걷기가 될 것 같다. 유럽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35

짜릿하다 첫경험, 궁금하다 트렌드 3

2009-01-03 [한겨레] [매거진 esc] 신년특집 한복여행단 고! 격투기 출전 큐! 괜찮아, 잘 될거야♬ 2009년 50인이 꿈 꾸는 첫경험 “계획을 지우자! 이기적이 되자!”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를 텅 비우는 해...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99

[삶과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용산 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31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2009-02-24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가운데)씨가 ‘빈곤의 덫의 복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070

[삶과경제] 스타벅스 구조조정이 슬픈 이유

2009-03-04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08년 4분기에 1억2천만달러(약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04

잭 웰치 “주주가치 집착…어리석었다”

2009-03-13 자신이 창시한 주주가치 원칙 부정 비용 줄이려 구조조정에 치중 단기실적·시장만능주의 반성 류이근 기자 » 잭 웰치 GE회장. 이종근기자잭 웰치(74)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가 된 직후 미국 뉴욕시 피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75

낯선 외국 조직과 10분만에 파트너십 이루기

2009-04-01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영리와 비영리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비슷한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나 NPO끼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하지만 어떤 목적에서든, 처음 만난 사람...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83

“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2009-04-01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이원재 기자 <script></script> » 스콜세계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이후의 권력 이동 전망을 논의했다. 맨 왼쪽부터 레이 수아레즈 미국 기자, 캘라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41

[삶과 경제] 새해 경제 열쇳말 '착한경제'

2008-12-31 이번 송년 모임의 화제는 모두 암울하기만 했다. 도대체 이 경제의 향방이 가늠되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주류였다. 불황의 끝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경제는 결국 다시 기지개를 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68

[삶과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 HERI
  • 2011.06.27
  • 조회수 3590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2009-02-24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72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2008-07-24 [한겨레21]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개별 기업 독자성 실현해야…이재용 전무 복귀에 관심 집중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회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57

좋은 일 하고 돈도 버는 창업 없을까

2007-12-02 ‘노리단'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문화예술분야 창업팀 중 하나인 뮤직퍼포먼스그룹이다. 2004년 6월에 만들어진 이 팀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폐자재,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 스스로 만든 악기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3652

사람냄새 나는 돈이 세상을 바꾼다

2007-05-14 요즘 대학가에 ‘착한 돈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구호’가 사그라든 대학가에 경제 쪽 관심은 날로 새롭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들은 전사회적으로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92

[나라살림가족살림] 사회적 기업과 경영능력

2008-04-30 7년 전, 이철종 대표이사의 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사람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4612

‘사회적 기업가’ 양성학교 문 두드리세요

2008-08-20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아카데미가 전국에 문을 연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노동부가 주관하고 에스케이(SK)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교육 운영기관으로 한겨레경제연구소 등 18곳을 최종 선정해 20일...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