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6-03-02
신규고객 잡으려고 가격할인하다 충성고객의 배신감과 질투 자극
효과적인 전략적 가격 책정도 고객의 마음 헤아리지 못하면 역효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어느 날, 공과금을 온라인으로 내기 위해 월급통장이 있는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낯선 광고문구가 걸려 있었다. 인터넷뱅킹에 신규 가입하면 몇 달 동안 자동이체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10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은행에서만 돈을 관리한 나의 미련함에 스스로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냈던 자동이체 수수료가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다른 은행 사이트들을 찾아가 인터넷뱅킹 가입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질투효과와 배반효과의 함정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은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전략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존 장(John Zhang)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단일 가격 전략보다 전략적 가격 책정이 더 우월한 이유를 전략적 유연성에서 찾았다.

전통적 단일 가격 전략에서는 기업이 매출 확대와 이익 확대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가격을 낮춘다면 매출은 확대되지만 마진이 낮아지므로 이익을 희생하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높인다면 마진이 높아져 단위 이익은 늘지만 매출을 희생하게 된다.

전략적 가격 책정을 하면 신규 고객에게는 가격을 할인해 매출을 늘리면서, 기존 충성 고객에게는 같은 마진을 유지하는 식의 차별화된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전략은 점점 확산되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규 가입자에게 각종 현금성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다시피 했다.

시장 환경도 전략적 가격 책정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인터넷 상거래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충성도를 측정하기 쉽게 만든다.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설문조사를 해야 알 수 있었던 고객의 쇼핑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전략적 가격 책정의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그 정책을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 아마존은 몇 년 전 신규 고객에게 책값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펼치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격 할인은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역효과를 피할 수 있다.( 사진/ AFP연합)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아 보이는 전략적 가격 책정에는 장미의 가시 같은 함정이 숨어 있다. 차별화의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세상의 다른 모든 차별과 마찬가지로, 가격 차별도 차별받은 소비자를 화나게 한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배반효과(betrayal effect)와 질투효과(jealousy effect)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의 덩컨 시메스터(Duncan Simester) 교수팀은 질투효과와 배반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질투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한 제품의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발송했다. 그중 절반에는 약간의 가격 할인율을, 나머지 절반에는 아주 큰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표를 붙였다. 그리고 구매 패턴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구매일로부터 800일 이상 지나 신규 고객이나 다름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큰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의 판매량이 15% 가까이나 많았다. 그러나 최근 50일 이내에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오히려 낮은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을 15%나 많이 구매했다. 최근에 정가에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이 지나치게 값싸게 판매되자 배신감을 느껴 구매를 거부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질투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옷을 홍보하는 카탈로그를 발송하면서, 옷 크기별로 다른 가격을 제시한 목록을 보냈다. 이때 가장 작은 순서로 1, 2번 사이즈를 ‘스몰’로, 그보다 큰 3, 4번 사이즈를 ‘라지’로 묶어 가격을 이원화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기존과 유사한 정도로 판매된 반면, 유독 3번 사이즈만 판매량이 21%나 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은 어떻게 화를 입었나

3번 사이즈 수요자들은, 자신보다 작은 2번 사이즈보다 비싼 가격을 내면서도 더 큰 4번 사이즈와는 같은 가격을 내게 됐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아 구매를 외면한 것이다. 4번 사이즈 수요자들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게 바로 질투효과다.

소비자 취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의기양양하게 전략적 가격 책정에 나섰다가 호되게 당했던 기업 중 하나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몇 년 전 신규 고객들에게 책값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기존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이를 알아채고 배신감을 느꼈다. 아마존의 가격 정책은 텔레비전 뉴스에서까지 비판받았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타격을 주는 큰 사건이 됐다.

전략적 가격 책정에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서로의 구매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제품이 표준화된 공산품에 가까운지, 맞춤형에 가까운지도 중요하다. 가격 정보가 공유되고 표준화된 상품이라면, 소비자의 반발을 사기 쉽다. 인생에서나 경영에서나,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면 결국 화를 입기 마련이다.

이주의 용어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

배반효과(jealousy effect)

질투효과(betrayal effect)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한겨레프리즘] 보이지 않는 발

2009-04-23 전 정권과 가까웠던 기업체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달러 비자금을 풀다 쇠고랑을 찼다. 한 신인 여배우는 ‘몸 로비’를 강요당했다는 고백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들로부터 뇌물과 접대를 받은 이들의 ‘리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131

현대그룹 ‘그린경영’ 시동

2009-04-23 현대그룹이 경영에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을 접목시킨 ‘그린(Green) 경영’에 나선다. 현대그룹은 6일 “현정은 회장이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그린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자’고 주문한 데 따...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03

온실가스 흡수량 많은 가평군은 ‘산소 탱크’

2009-04-23 영국표준협회 검증 받아 매년 경기 가평군이 흡수하는 온실가스량은 경기 과천시의 온실가스 배출량(36만t)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가평군은 12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인증기관인 비에스아이(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43

메마른 일상 적시는 녹지와 문화

2009-04-23 [한겨레21] [체험! 살기 좋은 대도시 ④ 도쿄] 공원 1만 개 넘고 미술관 촘촘… 보육시설·주택 공급 확대에 역점 도쿄란 도시는 매력적이다. 유럽의 도시가 이끼 낀 석조(石造)로 따뜻하다면, 도쿄는 거대한 철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21

[이사람] 툇마루 은은하니 마음 절로 익네

2009-04-23 축령산 편백숲 ‘두메문화’ 일구는 변동해씨 » 변동해(54·사진) 통나무집 ‘휴림’ 6동을 문화전파 기지로 “세파에 찌든 마음, 별·달 보며 털어내길” “나무와 바람을 벗하며 ‘느림의 문화’를 체험하는 무대를 꾸...

  • HERI
  • 2011.06.27
  • 조회수 5620

국내 ‘친환경 경영’ 일본에 크게 뒤져

2009-04-23 유통업체 56% “사내시책에 포함”…일본은 91.7% 달해 친환경 소매점포인 ‘그린스토어’ 전략이 이웃 일본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국내 소매유통업체 100여곳을 대상으로 ‘국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45

‘금융위기 괴물’ 부른 자본주의의 미래 성찰

2009-04-23 베스트셀러로 본 세계­|영국 »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영국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학생 시위대들이 지난해 10월10일 런던 시내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 새해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14

[사람과풍경] 녹색도시·일자리 창출 ‘두 바퀴의 희망’

2009-04-23 광주 사회적 기업 ‘빛고을 바이크 사업단’ » 빛고을바이크사업단 실습장에서 강사와 직원이 17단계의 수리과정을 거쳐 구멍을 때운 자전거 바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33명 채용해 하루 8시간씩 자전거 관련 교육...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12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

2009-04-23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①]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12살 일꾼 에브라임 킨도의 ‘Why Not’, “왜 착한 초콜릿은 생각하지 않는 거죠 우리 아버지들과 살았던 20세기는 바쁜 세상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06

“윈-윈에도 순서…협력사 먼저 잘돼야”

2009-04-23 “협력업체와 유통업체가 윈-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윈-윈에도 순서가 있어요. 협력업체가 먼저 윈하도록 해야 그들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화답합니다.”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는 ‘맏형론’으로 경기침체 극복 의지를 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30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이 희망”

2009-04-23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 “종업원 1만명을 고용한 1개의 기업은 유치하기 힘들어도 1명을 고용한 소기업 1만개는 유치하기가 힘들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사진)가 경북 상주에서 한 특강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659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줄줄이 후퇴

2009-04-23 토지공사·가스공사·KT, 사회공헌 조직·인원 축소 전문가 “사회공헌 소홀하면 기업 미래에 해가 될뿐”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실용’을 전면에 내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공기업을 비롯해 정부 입김이 센 기업에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48

“악에 받쳐 나온 ‘워낭소리’처럼 미친놈 없으면 독립영화 망해”

2009-04-23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독립영화 신기록 제조기’ 고영재 피디 »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워낭소리>의 또다른 주역이 고영재 프로듀서다. 그는 <워낭소리> 이전에도 <우리 학교>로 당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62

“남들이 공부에 인생 걸 때 우린 인생을 공부했죠”

2009-04-23 » 정다연(왼쪽) 양과 정수련 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적이 아니라 정신적 성숙이 테마가 되는 고교시절을 보냈다. 순천 제일고 독서논술토론동아리 ‘혜윰’ 새학기, 학생들은 누구나 성적 향상의 꿈을 꾼다. 대입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69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2009-04-23 »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과’를 신설한 경원대 이길여(왼쪽) 총장이 27일 현대·기아차그룹 이영복(오른쪽) 이사로부터 특별장학금 1억원을 전달받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

  • HERI
  • 2011.06.27
  • 조회수 6042

포스코, 인턴 1600명 채용한다

2009-04-23 포스코는 5일 상·하반기에 각각 800명씩 모두 16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기로 하고 이날 상반기 채용계획을 공고했다. 또 올해 정규직 신입사원도 2000명을 뽑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인턴사원은 학력 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08

[세상읽기] 엔지오와 압핀 그리고 교양교육

2009-04-23 »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번주 전국 대학들이 새학기를 시작했다.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에 개설된 엔지오 석사 과정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한국 사회에서 엔지오 담론을 개척해 온 프로그램이니만큼 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89

[특파원리포트] 일본 최고부자 사장님 “기업은 공적 기관이다

2009-04-23 야나이 유니클로 사장 “불황이유 대량해고 안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일본은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 고통은 비정규직만의 것이 아니며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 회사는 공적 기관이다. (대기업 사람들이) 자기 편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79

우리 동네 김씨’가 배우 됐어요

2009-04-23 대전 동네극단 ‘아낌없이…’ 첫 유료공연 » 저소득층 동네주민들이 만든 자활극단인 대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단원들이 연극 공연을 앞두고 이현수 단장(맨오른쪽)과 함께 연습에 한창이다. 단원 대부분 수급권...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63

농민 돕고 일자리 만들고 ‘참 착한 농산물’

2009-04-23 » 청주 시민들이 지난 6일 오창 흙살림 연구소 마당에서 열린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도·농 일자리 창출 노동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흙살림 제공. 충북 청주시 봉명동 이기준(37·여)씨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