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7-11-08
몸·감정·마음·영혼의 재충전…와코비아은행 실험 결과 업무 성과 13%포인트 높여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일이 많다고 푸념하던 동료에게 말했다. “나는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시간이 모자란다.”

그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그 자리 내내 나는 “워커홀릭” “사장님만 좋아할 사람” 같은 각종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일이 많더라도 즐거운 일이기만 하다면, 시간을 더 투입해서 많은 일을 다 해치우며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더 투입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02113400012007110875_1.jpg

△ 일하는 동안 다양한 시점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갖는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 몸만큼이나 감정을 잘 관리해야 높은 성과가 나온다. (사진/ 한겨레 장철규 기자)

일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라

그런데 내 생각은 틀렸다. 시간이 모자란 게 아니었다. 모자란 것은 에너지였다. 힘들지 않게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뉴욕 에너지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슈워츠의 글을 읽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다.

이 글에 따르면, 와코비아은행은 2006년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회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에너지 회복이 업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와코비아은행 12개 지점에서 일하는 106명에게 에너지를 회복하는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실시했다. 한 달에 한 번 20~25명씩, 고위 간부부터 하위직급 행원까지 교육이 진행됐다.

슈워츠는 그 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업무 성과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추적했다. 비교가 가능하도록, 비슷한 지역의 비슷한 직급의 은행 직원들을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회복 프로젝트 대상이었던 직원의 업무 성과는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더 빠르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뒤 3개월 동안 직원들이 창출한 와코비아은행의 세 가지 주요 대출상품의 수입이 전년에 견줘 얼마나 늘었는지를 비교해보니, 교육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3%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예금 수입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0%포인트나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충전해야 하나?

슈워츠는 에너지를 되살려주는 네 가지 원천을 소개한다. 몸, 감정, 마인드, 영혼이 그것이다.

첫째, 몸은 일을 원기왕성하게 벌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물리적 에너지를 준다. 먹고, 자고, 쉬는 일을 제대로 해야 몸이 건강해지고, 여기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인스턴트 식품을 얼마나 먹는지, 수면 시간은 충분한지, 일하는 도중 10~20분씩 휴식 시간을 갖는지 등의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진 뒤 답을 모으면, 그 조직의 몸 건강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둘째, 감정은 에너지의 질을 떠받치는 원천이다. 감정을 더 잘 통제하는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더라도 에너지의 질을 잘 관리할 수 있다. 이걸 하려는 사람들은 우선 일하는 동안 다양한 시점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갖는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 긍정적 감정을 갖고 있을 때 일이 잘 이루어지고, 그렇지 못할 때 일이 잘 수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직원의 몸만큼이나 감정을 잘 관리해야 높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마인드는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를 만나서 회의를 하다가도 휴대전화가 울리면 받아야 하고, 문자가 오면 답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순간적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원래 하던 일을 마무리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고 25%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도 일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한 시간 동안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신하는 대신, 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처리하면 생산성이 크게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획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관리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생산성 혁신의 핵심

넷째, 영혼은 의미와 목적을 통해 에너지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몸과 감정과 마인드가 모두 갖춰지더라도, 일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않으면 최대의 에너지가 나오기 어렵다. 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이상을 현실과 조율하는 사람이 생산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조직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빼내려고만 들지 말고, 더 많이 투자하려고 해야 한다. 동기부여야말로 생산성 혁신의 핵심이다. 당신이 이끄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대신 그들에게 에너지를 주라. 당신에게 일이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면, 시간을 더 투입하는 대신 에너지를 충전해보라. 그래야 조직에도 더 많은 생산을 해낼 에너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이라도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질문을 던져보시라. “아침을 자주 드시나요? 가장 즐기는 활동을 할 시간이 있으신가요? 반성이나 창조적 기획을 하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타인이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계신가요?” 부정적인 대답만 나온다면, 그걸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돕는 게 회사를 돕는 길이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2010-03-04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일하던 때,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왜 SERI는 삼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SERI는 정말 훌륭한 싱크탱크였습니다. 우선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삼성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26

LG전자 노조 ‘사회공헌’ 실천선언

2010-02-05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엘지(LG)전자 노동조합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다짐하고 나섰다. 엘지전자 노조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콘도에서 남용 부회장과 박준수 노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35

[삶과경제]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2010-02-04 최근 웅진그룹이 계열사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청소 전문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웅진은 2007년부터 침대매트리스, 싱크대, 배수구 등을 소독하는 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데 적자가...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16

[삶과경제] 더 쉬는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2010-01-30 2010년 첫 출근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눈에 갇혀 있다는, 차가 막힌다는, 조금 늦는다는 연구원들의 전화였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기업에서도 시무식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무회의에 지각...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53

[이원재의 5분 경영학]그 커피숍엔 커피에 ‘다방의 향기’를 섞었다

2009-12-30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고객 가치 구성 ‘관계·체험·추억’ 넣어 전혀 다른 상품으로 문화적 체험 판다는 스타벅스가 배워 갔나 인테리어도 세련됐다. 메뉴에는 카페 라떼도 카푸치노도 에스프레소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13

평생고용 한솥밥…‘풍년밥솥’의 고집

2009-12-30 PN풍년의 ‘뜨끈한’ 크리스마스 “직원 행복해야 좋은 제품” 첨단 자동화설비 갖추며 직원이 할 몫 남겨둬 인력감축 판단 설땐 공장인수 등 확장 자제 » 피엔(PN)풍년은 ‘직원 만족’ 경영을 통해 55년 전통을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451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행복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대기업 사회공헌 활발 SK그룹 » 조를 지어 봉사활동에 나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신입사원들이 한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에스케이(SK)그룹에서 사회봉사와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74

포스코 ‘자립형 사회적기업’ 첫삽

2009-12-30 친환경 건축 독자기술 보유 ‘에코 하우징’ 포항서 착공식 취약계층 30% 고용 계획 » 포스코가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연료전지공장 터에서 연 자립형 사회적기업 ‘포스 에코 하우징’ 착공식에서 임태희 노동부장...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10

문화재·환경보호로 밝은 세상 ‘예금’

2009-12-30 [나눔경영] 희망 대출하는 금융기업 신한은행 » 지난 23일 이백순 은행장(가운데) 등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예장동 소재 아동양육시설인 ‘남산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86

직원만큼 회사도 기부 ‘2배 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나누고 지키고 현대제철 » 혼자 사는 어르신의 헌집을 고쳐주는 사랑의 집수리 활동을 펼쳐온 현대제철 직원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발족하며 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09

[사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서두르길

2009-12-23 경제적 이윤 추구와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35

공익재단 사회책임투자…영국은 절반, 우린 없어

2009-12-23 사회책임투자 전문가 좌담회 김성환 기자 <script></script>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를 비롯해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03

“사회책임투자 평가지수 만들자”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콘퍼런스서 제안 » 16일 서울 여의도 시티클럽에서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09 글로벌 사회책임경영(CSR) 콘퍼런스’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책임투자 평가지수의 필요성 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왼쪽...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98

사회책임경영 대상에 포스코·가스공사·KT

2009-12-23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정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케이티(KT)가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가장 좋은 기업으로 꼽혔다.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15일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2009 글로벌 사회...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14

소비자 55% “사회책임기업 제품 사겠다”

2009-12-14 한겨레경제연구소 1천명 조사…2년전보다 11%p 늘어 대기업 18곳중 유한킴벌리·포스코·삼성 순으로 평가좋아 » 주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평가와 지출규모의 비교 이제는 사회공헌을 포함한 사회책임경영(CSR)이 선택이 아...

  • HERI
  • 2011.06.27
  • 조회수 7630

다솜이재단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펴내

2009-12-14 국내 사회적 기업 1호인 다솜이재단이 ‘사회적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다솜이재단은 8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조직 성과를 측정, 공개하고 안팎의 이해관계자에게 책임 있는 활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98

[삶과경제] ‘두바이 실패’ 이후의 창조경영

2009-12-10 2006년 10월8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창조경영’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두바이의 삼성물산이 건설중이던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현장에서였다. 그는 “셰이크 무하마드가 두바이를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모델...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24

‘사회적 기업’ 내년 지원대상서 무더기 탈락

2009-12-10 정부, 심사 한달전 기준 강화…절반 넘게 떨어진듯 예산 30% 삭감 따른 결과…“실업자 대책 마련 시급” » 사회적기업에 관한 노동부 심사 지침 변화이익 추구보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펼치는 데 중점을 두...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12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발 빼는 정부 속내

2009-12-10 [초점] 지식경제부 “SR 국제표준 세미나 후원자 명단서 빼라”… 노동·인권·환경 단체 힘 실어줄까 우려한 듯 지난 9월3일 서울 숭례문 근처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서 ‘SR 26000’ 관련 교육 세미나가 열렸다. 이름...

  • HERI
  • 2011.06.27
  • 조회수 7332

“의를 좇는 아시아적 가치로 사회책임경영을”

2009-12-10 UN 글로벌 콤팩트 한·중·일 라운드테이블 열려 최태원 회장 “경영철학 재정립, 국제표준 도입 토양” » 아리마 도시오 유엔(UN)글로벌콤팩트 일본협회장(맨왼쪽)이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그랜드서울하얏트호텔에서 열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