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무시당해야 성공한다

HERI 2011. 06. 27
조회수 4889
2007-11-22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는 기존 기업이 주목하지 않는 곳을 노려야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질문 하나. 당신이 새로 사업을 벌이려 준비 중인 사업가라면, 평균수익률이 아주 높은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벌이겠는가? 아니면 평균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벌이겠는가?

단순하고 어리석은 질문인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평균수익률이 높은 시장은 많은 사람이 뛰어들려 노리고 있게 마련이다. 수익률이 높은 회사들은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곳들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실패할 확률도 높다. 뛰어들어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평균수익률이 낮은 시장은, 어쨌든 수익률이 낮은 시장이다.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다.


△ 잭스퍼시픽은 닌텐도나 소니가 주목하지 않는 저가 소비자들을 공략해서 성공했다. 지난 9월 도쿄에서 열린 게임쇼. (사진/ 한겨레)

정면 대결로 피 흘린 마이크로소프트

사실 남들이 이미 뛰고 있는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돈 벌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그렇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브라이스 교수와 제프리 다이어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실증적 답변을 던졌다. 이들은 최근 연구에서, 북미 지역 2만4천여 개 기업의 1990~2000년 데이터를 모두 모아 산업별로 분류한 뒤 이 기간에 새로 뛰어든 기업과 원래 있던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ROA·자산 대비 수익의 비율)을 분석했다.

역시나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10년 동안 기존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이 21%로 가장 높았다. 이 기간의 신규 진입자도 675개로 가장 많았다. 신규 진입자의 수가 기존 기업 수의 90%나 됐다. 당연히 신규 진입자의 수익률은 떨어졌다. 신규 진입자의 총자산순이익률은 -4%로, 돈을 벌기는커녕 까먹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10년 동안 북미 지역에서 가장 돈을 잘 벌던 산업에서마저 그랬다. 전반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의 이익은 다른 산업의 신규 진입자 이익보다 30%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 신규 진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일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브라이스와 다이어의 연구에서도 그 실마리가 보인다. 매력적인 시장의 진입자가 이익을 내는 경우에는, 아주 크게 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성장하는 시장의 성공한 신규 진입자들은 실패한 신규 진입자보다 일곱 배나 큰 이익을 냈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장의 신규 진입자보다도 네 배나 큰 이익을 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다른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전략에 있었다. 성공한 신규 진입자의 전략적 공통점은, 대부분 간접 공격(indirect assault)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많은 실패자들은 무모하게 직접 공격(direct assault)을 하며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 기업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엑스박스 이야기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게임 콘솔 엑스박스는 전형적인 직접 공격 전략을 채택했다. 기존 시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가 장악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을 피하지 않고 소니와 닌텐도가 갖고 있는 고객을 직접 겨냥했다. 소니와 닌텐도는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엄청난 광고 공세와 끊임없는 유통 채널 확대로 응수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5년 만에 약 45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엑스박스는 게임 콘솔 시장에서 15%의 시장점유율을 얻었지만, 소니의 점유율은 여전히 69%였다.

출혈은 엄청났다. 브라이스와 다이어의 분석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게임 콘솔에서 닌텐도가 얻은 영업이익률은 20%였고 소니는 8%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 30%였다. 이 손실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소니만큼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한다고 해도 12년이 걸려야 회복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웬만한 기업이었다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사업부문에서 워낙 많은 돈을 벌고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기간에 ‘잭스퍼시픽’이라는 비디오 게임 신규 진입자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성공 요인은 간접 공격 전략이었다. 잭스퍼시픽은 닌텐도나 소니와 정면대결하는 대신, 그들이 주목하지 않는 고객을 공략하는 것으로 시장 진입 전략을 정했다. 이 회사는 20달러짜리 게임 컨트롤러 안에 간단한 게임을 심은 뒤, 텔레비전에 연결하면 바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게임 콘솔의 열 배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물론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매우 단순했다.

저가 시장을 공략한 잭스퍼시픽

잭스퍼시픽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게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수백달러씩 써가며 게임기를 집에 들여놓기는 부담스러웠던 청소년이나 가끔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닌텐도나 소니는 잭스퍼시픽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서지 않았다. 저가 소비자들은 이들의 주요 잠재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잭스퍼시픽의 매출은 2003~2005년에 연 25% 증가했고, 약 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03년 1100만달러에서 2005년 97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존심 때문에 측면 공격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장렬하게 전사할 때는 하더라도, 소니나 닌텐도와 전장 한복판에서 자웅을 겨루어야 주주나 소비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때로는 이렇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는, 남들이 무시해도 좋을 만한 곳에서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때로는 겸손이 비즈니스 성공의 열쇳말이 되기도 한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09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8559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99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70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03

농어촌형 사회적기업 3천개 만든다

2010-04-16 도농교류·복지서비스 등 농식품부, 수익사업 육성 사회적기업의 농어촌형 모델인 ‘농어촌 공동체회사’가 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농어촌 주민이나 귀농귀촌 인력이 참여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013

[삶과경제] 미래의 점심

2010-04-0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반가운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어제 뚝섬에서 청사과분들과 함께 나눔장터 참여했어요. 수익도 냈답니다. ^^” 지난해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연 ‘사회적기...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69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14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2010-03-04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일하던 때,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왜 SERI는 삼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SERI는 정말 훌륭한 싱크탱크였습니다. 우선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삼성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71

LG전자 노조 ‘사회공헌’ 실천선언

2010-02-05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엘지(LG)전자 노동조합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다짐하고 나섰다. 엘지전자 노조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콘도에서 남용 부회장과 박준수 노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85

[삶과경제]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2010-02-04 최근 웅진그룹이 계열사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청소 전문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웅진은 2007년부터 침대매트리스, 싱크대, 배수구 등을 소독하는 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데 적자가...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71

[삶과경제] 더 쉬는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2010-01-30 2010년 첫 출근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눈에 갇혀 있다는, 차가 막힌다는, 조금 늦는다는 연구원들의 전화였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기업에서도 시무식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무회의에 지각...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95

[이원재의 5분 경영학]그 커피숍엔 커피에 ‘다방의 향기’를 섞었다

2009-12-30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고객 가치 구성 ‘관계·체험·추억’ 넣어 전혀 다른 상품으로 문화적 체험 판다는 스타벅스가 배워 갔나 인테리어도 세련됐다. 메뉴에는 카페 라떼도 카푸치노도 에스프레소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82

평생고용 한솥밥…‘풍년밥솥’의 고집

2009-12-30 PN풍년의 ‘뜨끈한’ 크리스마스 “직원 행복해야 좋은 제품” 첨단 자동화설비 갖추며 직원이 할 몫 남겨둬 인력감축 판단 설땐 공장인수 등 확장 자제 » 피엔(PN)풍년은 ‘직원 만족’ 경영을 통해 55년 전통을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13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행복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대기업 사회공헌 활발 SK그룹 » 조를 지어 봉사활동에 나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신입사원들이 한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에스케이(SK)그룹에서 사회봉사와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33

포스코 ‘자립형 사회적기업’ 첫삽

2009-12-30 친환경 건축 독자기술 보유 ‘에코 하우징’ 포항서 착공식 취약계층 30% 고용 계획 » 포스코가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연료전지공장 터에서 연 자립형 사회적기업 ‘포스 에코 하우징’ 착공식에서 임태희 노동부장...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63

문화재·환경보호로 밝은 세상 ‘예금’

2009-12-30 [나눔경영] 희망 대출하는 금융기업 신한은행 » 지난 23일 이백순 은행장(가운데) 등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예장동 소재 아동양육시설인 ‘남산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46

직원만큼 회사도 기부 ‘2배 나눔’

2009-12-30 [나눔경영] 나누고 지키고 현대제철 » 혼자 사는 어르신의 헌집을 고쳐주는 사랑의 집수리 활동을 펼쳐온 현대제철 직원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발족하며 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77

[사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서두르길

2009-12-23 경제적 이윤 추구와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84

공익재단 사회책임투자…영국은 절반, 우린 없어

2009-12-23 사회책임투자 전문가 좌담회 김성환 기자 <script></script>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를 비롯해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 HERI
  • 2011.06.27
  • 조회수 6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