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무시당해야 성공한다

HERI 2011. 06. 27
조회수 4426
2007-11-22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는 기존 기업이 주목하지 않는 곳을 노려야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질문 하나. 당신이 새로 사업을 벌이려 준비 중인 사업가라면, 평균수익률이 아주 높은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벌이겠는가? 아니면 평균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벌이겠는가?

단순하고 어리석은 질문인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평균수익률이 높은 시장은 많은 사람이 뛰어들려 노리고 있게 마련이다. 수익률이 높은 회사들은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곳들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실패할 확률도 높다. 뛰어들어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평균수익률이 낮은 시장은, 어쨌든 수익률이 낮은 시장이다.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다.


△ 잭스퍼시픽은 닌텐도나 소니가 주목하지 않는 저가 소비자들을 공략해서 성공했다. 지난 9월 도쿄에서 열린 게임쇼. (사진/ 한겨레)

정면 대결로 피 흘린 마이크로소프트

사실 남들이 이미 뛰고 있는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돈 벌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그렇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브라이스 교수와 제프리 다이어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실증적 답변을 던졌다. 이들은 최근 연구에서, 북미 지역 2만4천여 개 기업의 1990~2000년 데이터를 모두 모아 산업별로 분류한 뒤 이 기간에 새로 뛰어든 기업과 원래 있던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ROA·자산 대비 수익의 비율)을 분석했다.

역시나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10년 동안 기존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이 21%로 가장 높았다. 이 기간의 신규 진입자도 675개로 가장 많았다. 신규 진입자의 수가 기존 기업 수의 90%나 됐다. 당연히 신규 진입자의 수익률은 떨어졌다. 신규 진입자의 총자산순이익률은 -4%로, 돈을 벌기는커녕 까먹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10년 동안 북미 지역에서 가장 돈을 잘 벌던 산업에서마저 그랬다. 전반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의 이익은 다른 산업의 신규 진입자 이익보다 30%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 신규 진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일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브라이스와 다이어의 연구에서도 그 실마리가 보인다. 매력적인 시장의 진입자가 이익을 내는 경우에는, 아주 크게 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성장하는 시장의 성공한 신규 진입자들은 실패한 신규 진입자보다 일곱 배나 큰 이익을 냈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장의 신규 진입자보다도 네 배나 큰 이익을 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다른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전략에 있었다. 성공한 신규 진입자의 전략적 공통점은, 대부분 간접 공격(indirect assault)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많은 실패자들은 무모하게 직접 공격(direct assault)을 하며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 기업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엑스박스 이야기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게임 콘솔 엑스박스는 전형적인 직접 공격 전략을 채택했다. 기존 시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가 장악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을 피하지 않고 소니와 닌텐도가 갖고 있는 고객을 직접 겨냥했다. 소니와 닌텐도는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엄청난 광고 공세와 끊임없는 유통 채널 확대로 응수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5년 만에 약 45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엑스박스는 게임 콘솔 시장에서 15%의 시장점유율을 얻었지만, 소니의 점유율은 여전히 69%였다.

출혈은 엄청났다. 브라이스와 다이어의 분석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게임 콘솔에서 닌텐도가 얻은 영업이익률은 20%였고 소니는 8%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 30%였다. 이 손실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소니만큼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한다고 해도 12년이 걸려야 회복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웬만한 기업이었다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사업부문에서 워낙 많은 돈을 벌고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기간에 ‘잭스퍼시픽’이라는 비디오 게임 신규 진입자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성공 요인은 간접 공격 전략이었다. 잭스퍼시픽은 닌텐도나 소니와 정면대결하는 대신, 그들이 주목하지 않는 고객을 공략하는 것으로 시장 진입 전략을 정했다. 이 회사는 20달러짜리 게임 컨트롤러 안에 간단한 게임을 심은 뒤, 텔레비전에 연결하면 바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게임 콘솔의 열 배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물론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매우 단순했다.

저가 시장을 공략한 잭스퍼시픽

잭스퍼시픽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게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수백달러씩 써가며 게임기를 집에 들여놓기는 부담스러웠던 청소년이나 가끔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닌텐도나 소니는 잭스퍼시픽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서지 않았다. 저가 소비자들은 이들의 주요 잠재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잭스퍼시픽의 매출은 2003~2005년에 연 25% 증가했고, 약 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03년 1100만달러에서 2005년 97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존심 때문에 측면 공격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장렬하게 전사할 때는 하더라도, 소니나 닌텐도와 전장 한복판에서 자웅을 겨루어야 주주나 소비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때로는 이렇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는, 남들이 무시해도 좋을 만한 곳에서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때로는 겸손이 비즈니스 성공의 열쇳말이 되기도 한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

2009-04-23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①]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12살 일꾼 에브라임 킨도의 ‘Why Not’, “왜 착한 초콜릿은 생각하지 않는 거죠 우리 아버지들과 살았던 20세기는 바쁜 세상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18

“윈-윈에도 순서…협력사 먼저 잘돼야”

2009-04-23 “협력업체와 유통업체가 윈-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윈-윈에도 순서가 있어요. 협력업체가 먼저 윈하도록 해야 그들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화답합니다.”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는 ‘맏형론’으로 경기침체 극복 의지를 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4610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이 희망”

2009-04-23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 “종업원 1만명을 고용한 1개의 기업은 유치하기 힘들어도 1명을 고용한 소기업 1만개는 유치하기가 힘들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사진)가 경북 상주에서 한 특강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27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줄줄이 후퇴

2009-04-23 토지공사·가스공사·KT, 사회공헌 조직·인원 축소 전문가 “사회공헌 소홀하면 기업 미래에 해가 될뿐”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실용’을 전면에 내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공기업을 비롯해 정부 입김이 센 기업에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12

“악에 받쳐 나온 ‘워낭소리’처럼 미친놈 없으면 독립영화 망해”

2009-04-23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독립영화 신기록 제조기’ 고영재 피디 »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워낭소리>의 또다른 주역이 고영재 프로듀서다. 그는 <워낭소리> 이전에도 <우리 학교>로 당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03

“남들이 공부에 인생 걸 때 우린 인생을 공부했죠”

2009-04-23 » 정다연(왼쪽) 양과 정수련 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적이 아니라 정신적 성숙이 테마가 되는 고교시절을 보냈다. 순천 제일고 독서논술토론동아리 ‘혜윰’ 새학기, 학생들은 누구나 성적 향상의 꿈을 꾼다. 대입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6817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2009-04-23 »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과’를 신설한 경원대 이길여(왼쪽) 총장이 27일 현대·기아차그룹 이영복(오른쪽) 이사로부터 특별장학금 1억원을 전달받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01

포스코, 인턴 1600명 채용한다

2009-04-23 포스코는 5일 상·하반기에 각각 800명씩 모두 16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기로 하고 이날 상반기 채용계획을 공고했다. 또 올해 정규직 신입사원도 2000명을 뽑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인턴사원은 학력 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74

[세상읽기] 엔지오와 압핀 그리고 교양교육

2009-04-23 »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번주 전국 대학들이 새학기를 시작했다.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에 개설된 엔지오 석사 과정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한국 사회에서 엔지오 담론을 개척해 온 프로그램이니만큼 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674

[특파원리포트] 일본 최고부자 사장님 “기업은 공적 기관이다

2009-04-23 야나이 유니클로 사장 “불황이유 대량해고 안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일본은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 고통은 비정규직만의 것이 아니며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 회사는 공적 기관이다. (대기업 사람들이) 자기 편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41

우리 동네 김씨’가 배우 됐어요

2009-04-23 대전 동네극단 ‘아낌없이…’ 첫 유료공연 » 저소득층 동네주민들이 만든 자활극단인 대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단원들이 연극 공연을 앞두고 이현수 단장(맨오른쪽)과 함께 연습에 한창이다. 단원 대부분 수급권...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32

농민 돕고 일자리 만들고 ‘참 착한 농산물’

2009-04-23 » 청주 시민들이 지난 6일 오창 흙살림 연구소 마당에서 열린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도·농 일자리 창출 노동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흙살림 제공. 충북 청주시 봉명동 이기준(37·여)씨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12

“경제위기야말로 ‘사회적 기업’ 출현 적기”

2009-04-23 KDI 2009 국제 컨퍼런스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 동시 추구하는 기업 “쉽게 창업할 수 있게 자금조달 등 지원해줘야” » 사회적 기업 국내외 성공 사례 미국의 배우 폴 뉴먼이 1983년 만든 ‘뉴먼즈 오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58

이주여성 자립 돕는 ‘빵빵한 빵터’

2009-04-23 전남 ‘우리가 꿈꾸는 세상’ 제과기술 강습·소외층 지원 사회적 기업 인증 ‘이름값’ » 사회적 기업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설립한 전남 목포시 상동의 제과점 까까쿠키에서 직원들이 손으로 만든 쿠키를 들고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486

“임금 나누기 아닌 일자리 나누기가 대안”

2009-04-23 “임금 나누기 아닌 일자리 나누기가 대안” [거꾸로 가는 MB 일자리정책] ⑤ 김영호 유한대 총장이 말하는 ‘일자리 대책’ “정규직 임금 깎아 인턴 늘리는 건 눈속임” 대기업 ‘고용없는 성장’…중소기업 살려야 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77

‘시민단체-아시아’ 징검다리

2009-04-23 [나눔꽃 캠페인] if 이 단체가 없다면 |아시아 브릿지 » ‘아시안 브릿지’의 나효우 운영위원장(가운데 검은 옷) 등이 지난해 11월 결식아동 급식 프로그램을 논의하러 필리핀 카부야오 남부지역 주민센터를 찾아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874

신한은, 400억 조성해 3200개 일자리 창출

2009-04-23 신한은행이 4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1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협약을 맺고 청년층과 취약계층을 위해 32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잡(Job) S.0.S 4U 프로젝트’를 시행...

  • HERI
  • 2011.06.27
  • 조회수 5668

암송아지 돌보며 한국과 ‘한몸’ 됐어요

2009-04-23 [나눔꽃 캠페인] 이주여성 경제자립 돕는 ‘한몸세상’ » 정테이홍(맨 왼쪽)과 농촌 이주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지난달 31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서면 정씨 집에서 키우는 암송아지를 살펴본 뒤 걸어가고 있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17

[사람과풍경] ‘내 밥’ 벌고 이웃의 식탁도 채워드려요

2009-04-23 울산 사단법인 ‘희망을 키우는 일터’ » 사회적기업인 ‘희망을 키우는 일터’ 직원들이 도시락공장에서 청소를 하던 중 자리를 함께해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사회적 약자에 일자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73

미국·시장 역할 축소…‘새 세계질서’ 밑돌 놨다

2009-04-21 A4 9쪽’ 합의문 뜯어보니 류이근 기자 <script></script> » 런던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저녁(한국시간) 런던 만다린 오리엔탈 하이드 파크호텔에서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G20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