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6-11-10 마일리지 게임’ 두배로 즐기기항공사에서 유래해 서비스 업종 전반으로 번진 마케팅 기법…충성도 상승과 가격차별 효과로 기업 이익 극대화에 기여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전환비용(switching cost)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3년 동안 1조원. 이동통신 3사에서 사라진 마일리지 점수, 즉 적립금이다. 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 없어진 점수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그렇단다. 아니, 경기가 나쁘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왜 버리는 돈이 이렇게 많아?

나중에 구입할 물건값 미리 깎아줘

나라 경제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내 계좌부터 챙겨봤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일리지 서비스는 뭐가 있나? 나는 여기서 나오는 적립금을 제대로 쓰고 있나?

꼼꼼히 챙기려니 끝이 없었다. 우선 항공사 마일리지가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몇몇 외국 항공사까지 챙겨야 했다.


△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들이 경쟁자를 막기 위해 채택한 제도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카드들.(사진/ 한겨레21)

그리고 주유소다. GS칼텍스도 포인트가 있고, SK 쪽은 OK캐시백 포인트가 있네? 물론 이동통신도 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난관, 신용카드다. 내 신용카드가 모두 몇 장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하나하나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남은 적립금을 알아보는 데만 며칠이 걸릴 판이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려 해도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모두 잊어버렸다. 이런 사정이니, 아무리 꼼꼼한 소비자라도 적립금을 다 챙겨 쓰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제야 1조원이라는 숫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일리지 제도란 원래 항공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채택한 것이다. 아직도 거리를 재는 단위로 킬로미터 대신 ‘마일’을 쓰는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라 ‘마일리지’라고 불리게 됐다. 특정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마일에 비례해 나중에 공짜 비행을 시켜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는 대부분 서비스 기업에서 애용하는 마케팅 기법이 됐다. 이동통신사도 신용카드사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그 적립금을 자기 회사나 제휴사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기업들은 왜 이렇게 앞을 다퉈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을까? 세 가지 전략적 목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일리지 제도가 갖는 첫 번째 효과는 가격 할인이다. 따지고 보면 마일리지를 계산해 적립금을 넣어주는 것은, 물건값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행위다. 단 지금 사는 바로 그 물건값을 깎아주는 대신, 나중에 구입할 물건값을 미리 깎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가격 할인처럼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효과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냥 가격을 깎아준다면 할인으로 생긴 여윳돈으로 다른 물건을 사거나 심지어 경쟁사 물건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일리지는 반드시 같은 회사나 제휴 회사 제품을 사도록 잡아두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때 고객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게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다.

통화료로 지불할 수 있는 이동통신 마일리지 적립금 1만원을 갖고 있는 고객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1만원을 쓰지 않고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를 바꾼다면, 휴대전화 서비스를 변경하는 데 1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제품을 바꾸는 데 드는 전환비용 1만원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해서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면, 기존 기업은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 신규 진입자는 전환비용만큼을 추가로 보상해줘야 기존 기업의 고객을 빼앗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기대할 수 있는 세 번째 효과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다. 같은 제품을 사는 데 사용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사라지는 적립금 때문에 생기는 효과다.

마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게임

소비자 가운데는 가격 민감형 소비자와 가격 둔감형 소비자가 있다. 대체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사람이 가격 민감형 소비자이고, 이런 소비자일수록 적립금을 잘 챙겨서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평균적으로 가격 민감형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조금 싸게 물건을 사게 된다. 물건은 같은데 물건값이 두 가지가 되는 셈이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 각자가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reservation price)만큼의 각각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살 때 극대화된다. 그런데 마일리지 제도는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를 어느 정도 밝히게 해준다. 챙겨서 쓰는 사람은 최대 지불 의사가 낮은 소비자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높은 소비자라고 추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최대 지불 의사가 높으면서도 타고난 알뜰함 덕에 열심히 적립금을 챙겨서 사용하며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가격차별로 시장을 세분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을 무너뜨리는 소비자다. 이런 순간에 얼핏 드러나듯, 마일리지 제도는 다른 모든 가격 결정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마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게임이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배당금 잔치는 끝났다…미 삭감기업 5배 늘어

2009-04-21 S&P 분석…미 현금확보 비상 주주몫 잇단 축소 단기실적 치중 병폐따라 장기경영 전환 움직임 류이근 기자 <script></script> » 미국 기업 배당 추이 ‘주주 자본주의’의 퇴색과 함께 배당의 황금시대도 저물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95

[삶과경제] ‘MBA 2.0’이 필요하다

2009-04-2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전세계의 각종 비영리 사업을 위해 제가 조달해 준 자금이 지금까지 2억5천만달러(약 4천억원)쯤 됩니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 만난 조지 오버홀저는 비영리 자금조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824

[삶과경제] 불황과 기부

2008-11-12 스타벅스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다국적 커피 브랜드의 최근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주당 1센트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상장주식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34

[삶과경제] 기업이 왜 다른 기업을 돕나요?

2008-12-10 어느 대기업 중견 간부를 만났다. 마주 앉아 경제 걱정을 한참 하던 중, 그는 뜻밖의 의문을 던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예산은 어려울 때 더 늘려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12

도보 여행, 컴포트 푸드, 빅3의 귀환

2009-01-04 [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2009년에 꼭 알아야 할 esc 트렌드 열쇠말 100을 읽는다 | 여행 | 1 도보 여행 올해 여행의 화두는 걷기가 될 것 같다. 유럽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35

짜릿하다 첫경험, 궁금하다 트렌드 3

2009-01-03 [한겨레] [매거진 esc] 신년특집 한복여행단 고! 격투기 출전 큐! 괜찮아, 잘 될거야♬ 2009년 50인이 꿈 꾸는 첫경험 “계획을 지우자! 이기적이 되자!”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를 텅 비우는 해...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99

[삶과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용산 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31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2009-02-24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가운데)씨가 ‘빈곤의 덫의 복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070

[삶과경제] 스타벅스 구조조정이 슬픈 이유

2009-03-04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08년 4분기에 1억2천만달러(약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04

잭 웰치 “주주가치 집착…어리석었다”

2009-03-13 자신이 창시한 주주가치 원칙 부정 비용 줄이려 구조조정에 치중 단기실적·시장만능주의 반성 류이근 기자 » 잭 웰치 GE회장. 이종근기자잭 웰치(74)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가 된 직후 미국 뉴욕시 피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75

낯선 외국 조직과 10분만에 파트너십 이루기

2009-04-01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영리와 비영리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비슷한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나 NPO끼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하지만 어떤 목적에서든, 처음 만난 사람...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83

“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2009-04-01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이원재 기자 <script></script> » 스콜세계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이후의 권력 이동 전망을 논의했다. 맨 왼쪽부터 레이 수아레즈 미국 기자, 캘라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41

[삶과 경제] 새해 경제 열쇳말 '착한경제'

2008-12-31 이번 송년 모임의 화제는 모두 암울하기만 했다. 도대체 이 경제의 향방이 가늠되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주류였다. 불황의 끝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경제는 결국 다시 기지개를 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68

[삶과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 HERI
  • 2011.06.27
  • 조회수 3590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2009-02-24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72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2008-07-24 [한겨레21]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개별 기업 독자성 실현해야…이재용 전무 복귀에 관심 집중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회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57

좋은 일 하고 돈도 버는 창업 없을까

2007-12-02 ‘노리단'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문화예술분야 창업팀 중 하나인 뮤직퍼포먼스그룹이다. 2004년 6월에 만들어진 이 팀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폐자재,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 스스로 만든 악기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3653

사람냄새 나는 돈이 세상을 바꾼다

2007-05-14 요즘 대학가에 ‘착한 돈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구호’가 사그라든 대학가에 경제 쪽 관심은 날로 새롭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들은 전사회적으로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92

[나라살림가족살림] 사회적 기업과 경영능력

2008-04-30 7년 전, 이철종 대표이사의 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사람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4612

‘사회적 기업가’ 양성학교 문 두드리세요

2008-08-20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아카데미가 전국에 문을 연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노동부가 주관하고 에스케이(SK)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교육 운영기관으로 한겨레경제연구소 등 18곳을 최종 선정해 20일...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