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10-08-23
‘아시아형 CSR 평가모델’ 내용
서구잣대 벗어난 ‘동양적 재구성’ 국제기준 새 구축
고용 문제 큰 비중…‘후진적 경영문화 개선’ 과제
한겨레 최우성 기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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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저녁 아시아 사회책임경영(CSR) 평가모델을 위한 한·중·일 전문가회의인 ‘동아시아 30’ 행사가 인천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호텔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인천/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세계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아시아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CSR)도 선도할 수 있을까? 아시아적 가치와 전통을 살린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들은 우선,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대표기업들의 약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오랜 세월 서구 선진기업들을 쫓아가는 ‘추격자’의 지위에 머물렀던 아시아 대표기업들이 어느덧 세계경제의 최첨단을 달리는 ‘선도자’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제 아시아 대표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는 잣대 역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기존의 국제기준을 폐기·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 아시아 맞춤형 평가기준 왜 필요하나 현재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평가하는 국제기준은 여럿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 가이드라인, 국제표준기구(ISO) 26000 등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는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100대 기업을 추린 ‘글로벌 100’이 발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국제기준은 한결같이 서구사회의 맥락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아시아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걸맞는 평가 잣대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세계경제에서 아시아 대표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아시아 대표기업들에 서구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가 만든 사회책임투자(SRI)지수는 흑인경제 활성화 등 해당지역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한 기준을 담고 있다.

» 아시아 CSR 평가모델 개요

과연 아시아 전문가들은 무엇을 아시아적 특성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일본 호세이대 글로벌콤팩트 연구센터의 에바시 다카시 소장은 “동아시아 기업들은 옛부터 가족적 관계 등을 강조하는 전통이 남아있는데, 인사정책이나 고용정책 등에서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며 “오늘날 서구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동아시아적 특징의 장점을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 가치에 대한 강조 등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에 만들어진 공동 평가모델에서는 고용창출 및 보장, 사회공헌 등의 항목이 기존의 국제기준에 견줘 높은 비중을 차지해, 이들 주제에 대한 아시아 사회의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국제기준 ‘대체’ 아닌 ‘보완’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시아적 특성에 대한 강조가 결코 국제기준과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설령 아시아 사회에서 가족주의적 전통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실이 곧 경영 불법승계 등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후진적인 경영문화는 분명히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공동의 평가작업과 함께 서구 금융시장 투자자들과 소통도 강조했다. 중국 칭화대 리더십센터의 양빈 소장은 “아시아 사회의 특성을 강조한답시고 너무 특수한 측면만을 강조하다가는 금융시장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며,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은 기존의 국제기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강화시키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에 만들어진 공동 평가모델은 한·중·일 세 나라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서구 잣대와는 다른 새로운 아시아 지역의 평가기준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공동평가 기준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국제기준 자체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더 넓은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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