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9-08-26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위기가 닥쳤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등졌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일까? 
불편하지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진실 하나. 우리는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손쉽게 그들에게 아웃소싱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역시 하청받은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과 조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과 사회에는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낼 진보적 싱크탱크가 없었다. 결국 기업연구소와 국책연구소에서 지식을 빌렸다. 수십년 동안 그 반대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데 골몰했던 그런 싱크탱크에 기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 두 대통령에게 ‘갑’의 행세를 시작했었다. 그 정부가 현실과 타협하는 찰나, 그들을 거칠게 비판했다. 마치 품질이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하청업체를 다루듯 말이다. 두 대통령 역시, 제대로 된 연구소조차 갖지 못한 개인사업자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달랐다. 1980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레이건은 보수주의 정치와 시장만능주의 경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전세계로 번져, 한국이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를 맞고 현재의 경제체제까지 오게 된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보수주의와 시장만능주의는 그가 만든 게 아니다. 1960년대부터 이미 미국 사회를 보수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은 1973년에 출범한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 뒤 헤리티지재단은 보수적 지식의 거대한 진지 구실을 하며 미국 사회에 그 가치를 확산시켰다. 결국 레이건 집권과 정책 방향 설정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버락 오바마도 달랐다.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레이건 시절부터 짜인 보수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 등 공공부문을 강화하고, ‘사회혁신’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방법의 사회문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방향 가운데 상당 부분은 2003년 ‘진보진영의 헤리티지재단’을 표방하며 설립된 진보적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5년 동안 일관되게 대안을 만들고 확산시킨 결과가 오바마 집권과 정책 방향 설정이다. 

놀라운 것은 양쪽 싱크탱크 모두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헤리티지재단은 맥주재벌 조지프 쿠어스 등 거액기부자도 참여했지만, 재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한 달에 25~50달러를 내는 소액기부자들로부터 나왔다. 미국진보센터의 경우 금융 거부 조지 소로스의 열린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와 샌들러 부부 등 그 가치에 동의하는 민간 기부자가 자금을 댔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기틀을 닦았다.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사람과 가치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 있었느냐에 있다. 진보든 시장만능주의든 가치가 먼저 있고, 그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서 독립적 싱크탱크가 있고, 그리고 레이건과 오바마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개혁적인 한국 대통령이 외롭지 않으려면,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충분히 대중적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구체적 정책대안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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