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9-04-23 베스트셀러로 본 세계­|영국

»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영국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학생 시위대들이 지난해 10월10일 런던 시내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


새해를 맞는 지구촌 시민들은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 앞에서 그 원인과 대안을 찾으며 마음의 양식을 구하고 있다. 유럽은 금융위기를 배태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실상을, 미국은 위기 극복을 이끈 지도자들의 생애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개최 등으로 위상을 다시 제고한 중국은 찬란한 과거를 복기하고 있고, 오랜 불황에 사회적 약자들이 스러져가는 일본은 과거의 고전을 다시 들추고 있다. 새해 세계 각국 서점가를 점령한 화제의 책들은 모았다.

■ 영국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뿌리를 돌아보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모색하는 책들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로버트 페스턴이 쓴 <누가 영국을 움직이는가?>(Who runs Britain?)와 마이클 킨즐리의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가 대표적이다. 이 책들의 인기는 심화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면서, 자본주의의 변화 가능성을 묻고 있는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누가 영국을…>을 쓴 로버트 페스턴은 <비비시>(BBC) 방송의 산업부장으로, 영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노던록 은행의 파산 가능성과 에이치비오에스(HBOS) 은행의 합병 등 굵직굵직한 특종기사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날카로운 분석력과 뛰어난 취재력을 인정받았다. 이 책은 기자로서 영국의 금융인, 기업인, 정치인 등을 직접 인터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국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탐욕스런 금융자본가들과, 이들을 적극 지원한 정치세력들에게서 찾고 있다. 그는 특히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출범하면서 거대 규모의 자본이익을 추구하는 ‘초부자’(Super-Rich)와 ‘초자본가’(Super-Capitalist)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더 시티’로 상징되는 런던의 핵심 금융가에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종업원 등 33만명은 “영국 안에 자신들만의 공화국을 만들어 초부자, 초자본가들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당시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현 총리) 등은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내외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힘썼다. 2007년엔 주식회사에 대한 세금을 2%포인트 감면하는 등 금융자본이 이동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또 금융자본가들에게 부담이 되는 어떤 형태의 외부 도전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유럽연합(EU)이나 독일 등에서 주장해온, 금융자본에 대한 감독과 감시에 대해 당시 노동당 정부는 강력히 반대했다. 페스턴의 이런 주장을 고려하면, 최근 브라운 총리가 오히려 세계적 차원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주창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노동당 정부가 이처럼 금융자본가들의 이익에 충실하게 된 원인에 대해, 페스턴은 탐욕스런 금융가·자본가들이 영국 총리실과 재무장관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노동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등 강력한 로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페스턴이 우려하는 것은 금융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결과, 의료·교육 등 공공부문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특혜를 받은 초부자·초자본가가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일반 시민들이라며 “억대의 부유층들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처럼 수입에 맞게 적절하게 과세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 규제를 강조했다.

마이클 킨즐리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한다. 기업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는 빌 게이츠의 주장과 그 가능성에 대한 워런 버핏 등의 의견을 담은 책이다. 마이클 킨즐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본주의를 그대로 풀어놓으려는 생각은 광견병에 걸린 개들을 풀어놓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라고 적었다. 현 자본주의로는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빈곤과 양극화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위한 기업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게이츠의 주장을 인용하며, 기업들이 세계의 빈곤·질병 등의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힌다.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위한 구체적 실천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기업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자선적인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주주들을 설득하는 등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품의 가격을 차별화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품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제품은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들지만 제품 생산비용은 아주 적게 드는 현실을 고려해서, “선진국에는 원래의 가격으로 팔되, 가난한 국가에는 더 싸게 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를 개발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신약 판매에 필요한 승인 과정에서 후진국 국민들에게 필요한 약품의 승인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과 ‘정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책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요크/전용호 통신원 chon21c@daum.net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홈플러스 브랜드 영국본사로 역수출”

2009-04-23 [한겨레가 만난 CEO] 이승한 삼성테스코 회장 ‘아시아 리더십아카데미’ 국내 설립 임직원 교육 세계 수준 인정받은것 » 이승한 삼성테스코 회장 다국적 유통회사인 영국 테스코그룹의 한국 투자회사인 삼성테스코홈...

  • HERI
  • 2011.06.27
  • 조회수 6531

롯데쇼핑,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 편입

2009-04-23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롯데쇼핑은 지난달 28일 새로 나온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es·DJSI) 아시아·태평양 부문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편입되었다고 25일 밝혔다. 다우존스 지속가능...

  • HERI
  • 2011.06.27
  • 조회수 4671

[한겨레프리즘] 보이지 않는 발

2009-04-23 전 정권과 가까웠던 기업체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달러 비자금을 풀다 쇠고랑을 찼다. 한 신인 여배우는 ‘몸 로비’를 강요당했다는 고백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들로부터 뇌물과 접대를 받은 이들의 ‘리스...

  • HERI
  • 2011.06.27
  • 조회수 4859

현대그룹 ‘그린경영’ 시동

2009-04-23 현대그룹이 경영에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을 접목시킨 ‘그린(Green) 경영’에 나선다. 현대그룹은 6일 “현정은 회장이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그린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자’고 주문한 데 따...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36

온실가스 흡수량 많은 가평군은 ‘산소 탱크’

2009-04-23 영국표준협회 검증 받아 매년 경기 가평군이 흡수하는 온실가스량은 경기 과천시의 온실가스 배출량(36만t)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가평군은 12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인증기관인 비에스아이(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61

메마른 일상 적시는 녹지와 문화

2009-04-23 [한겨레21] [체험! 살기 좋은 대도시 ④ 도쿄] 공원 1만 개 넘고 미술관 촘촘… 보육시설·주택 공급 확대에 역점 도쿄란 도시는 매력적이다. 유럽의 도시가 이끼 낀 석조(石造)로 따뜻하다면, 도쿄는 거대한 철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78

[이사람] 툇마루 은은하니 마음 절로 익네

2009-04-23 축령산 편백숲 ‘두메문화’ 일구는 변동해씨 » 변동해(54·사진) 통나무집 ‘휴림’ 6동을 문화전파 기지로 “세파에 찌든 마음, 별·달 보며 털어내길” “나무와 바람을 벗하며 ‘느림의 문화’를 체험하는 무대를 꾸...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92

국내 ‘친환경 경영’ 일본에 크게 뒤져

2009-04-23 유통업체 56% “사내시책에 포함”…일본은 91.7% 달해 친환경 소매점포인 ‘그린스토어’ 전략이 이웃 일본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국내 소매유통업체 100여곳을 대상으로 ‘국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58

‘금융위기 괴물’ 부른 자본주의의 미래 성찰

2009-04-23 베스트셀러로 본 세계­|영국 »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영국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학생 시위대들이 지난해 10월10일 런던 시내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 새해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01

[사람과풍경] 녹색도시·일자리 창출 ‘두 바퀴의 희망’

2009-04-23 광주 사회적 기업 ‘빛고을 바이크 사업단’ » 빛고을바이크사업단 실습장에서 강사와 직원이 17단계의 수리과정을 거쳐 구멍을 때운 자전거 바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33명 채용해 하루 8시간씩 자전거 관련 교육...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41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

2009-04-23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①]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12살 일꾼 에브라임 킨도의 ‘Why Not’, “왜 착한 초콜릿은 생각하지 않는 거죠 우리 아버지들과 살았던 20세기는 바쁜 세상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115

“윈-윈에도 순서…협력사 먼저 잘돼야”

2009-04-23 “협력업체와 유통업체가 윈-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윈-윈에도 순서가 있어요. 협력업체가 먼저 윈하도록 해야 그들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화답합니다.”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는 ‘맏형론’으로 경기침체 극복 의지를 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61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이 희망”

2009-04-23 “향토자산 키우는 소기업 “종업원 1만명을 고용한 1개의 기업은 유치하기 힘들어도 1명을 고용한 소기업 1만개는 유치하기가 힘들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사진)가 경북 상주에서 한 특강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81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줄줄이 후퇴

2009-04-23 토지공사·가스공사·KT, 사회공헌 조직·인원 축소 전문가 “사회공헌 소홀하면 기업 미래에 해가 될뿐” 공기업 등 사회책임경영 ‘실용’을 전면에 내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공기업을 비롯해 정부 입김이 센 기업에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648

“악에 받쳐 나온 ‘워낭소리’처럼 미친놈 없으면 독립영화 망해”

2009-04-23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독립영화 신기록 제조기’ 고영재 피디 »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워낭소리>의 또다른 주역이 고영재 프로듀서다. 그는 <워낭소리> 이전에도 <우리 학교>로 당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03

“남들이 공부에 인생 걸 때 우린 인생을 공부했죠”

2009-04-23 » 정다연(왼쪽) 양과 정수련 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적이 아니라 정신적 성숙이 테마가 되는 고교시절을 보냈다. 순천 제일고 독서논술토론동아리 ‘혜윰’ 새학기, 학생들은 누구나 성적 향상의 꿈을 꾼다. 대입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10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2009-04-23 » ‘사회적 기업학과’ 신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과’를 신설한 경원대 이길여(왼쪽) 총장이 27일 현대·기아차그룹 이영복(오른쪽) 이사로부터 특별장학금 1억원을 전달받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학...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28

포스코, 인턴 1600명 채용한다

2009-04-23 포스코는 5일 상·하반기에 각각 800명씩 모두 16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기로 하고 이날 상반기 채용계획을 공고했다. 또 올해 정규직 신입사원도 2000명을 뽑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인턴사원은 학력 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11

[세상읽기] 엔지오와 압핀 그리고 교양교육

2009-04-23 »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번주 전국 대학들이 새학기를 시작했다.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에 개설된 엔지오 석사 과정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한국 사회에서 엔지오 담론을 개척해 온 프로그램이니만큼 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08

[특파원리포트] 일본 최고부자 사장님 “기업은 공적 기관이다

2009-04-23 야나이 유니클로 사장 “불황이유 대량해고 안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일본은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 고통은 비정규직만의 것이 아니며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 회사는 공적 기관이다. (대기업 사람들이) 자기 편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