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9-04-23
»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번주 전국 대학들이 새학기를 시작했다.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에 개설된 엔지오 석사 과정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한국 사회에서 엔지오 담론을 개척해 온 프로그램이니만큼 이 과정의 운영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새롭게 대두된 질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자. 첫째, 하나의 조직으로서 시민사회 단체가 존립할 수 있는 양식.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엔지오라는 행위자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를 둘러싼 조직 환경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정치지형이 바뀌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마저 주춤한 상황이 되니 시민사회 단체의 운신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시민사회 운동이 형식을 갖춘 상설 엔지오 조직이 되었을 때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조직 환경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더욱 늘어났다.

둘째,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엔지오의 위치. 이른바 ‘압핀 이론’을 둘러싼 쟁점이 여전히 유효하다. 크게 보아 사회 변화를 위한 행동주의의 흐름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압핀의 머리에 해당하는 폭넓은 사회운동적 압력이 있고, 핀 끝에 해당하는 전문화된 엔지오가 있다. 핀 끝이 있어야 압핀이 꽂힐 수 있다.(구체적인 정책 효과) 그러나 압핀이 꽂히려면 압핀의 머리를 세게 눌러줘야 한다.(대중적 압력의 뒷받침) 과거에는 이것을 민중운동이냐 개량적 시민운동이냐 하는 식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을 전업 활동가 중심의 운동이냐, 폭넓은 대중의 지지기반이냐 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다 중요하다. 하지만 압핀이 더 효력을 발휘하려면 핀 끝은 지금보다 더 전문적으로 예리해질 필요가 있고, 대중의 지지기반 역시 지금보다 더 객관적인 통찰로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즉 엔지오 관련 교육과정에 대중적 지지기반을 위한 사회교육적 요소가 대폭 도입되어야 한국 시민사회운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셋째, 새로운 시민사회 활동영역의 등장. 비판적 주창 활동과 사회서비스 제공 활동을 가르는 전통적인 구분이 요즘 많이 흐려졌다. 특히 인적 구성에서 과거 비판적 주창 활동의 경험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활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에 뛰어든 이들이 좋은 사례다. 이런 식의 활동을 서구적인 비영리조직 이론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 식의 종합적이고 시민사회 운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얼추 이러한 점들이 최근 몇 해 사이 우리 시민사회 운동, 그리고 엔지오 교육에 제기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촛불집회를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가 분명히 드러났다. 새로운 지지기반 창출에 시민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전통적인 사회운동의 배경이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전업 엔지오 활동가가 되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불의에 공분을 느끼는 젊은 세대, 그러면서 현재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픈 욕구가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적 통로를 한시바삐 열어줄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 인권·평화·급진민주주의·정치경제학·정치 발전 등의 넓은 지붕 아래에서 펼치는 격조 높은 진보교양 교육, 이것이 앞으로 우리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역시 교육만이 살길이다. 로마 시인 비르질리우스의 시구절도 있지 않은가. “사물의 원인을 이해한 자여, 그리하여 모든 두려움과 고난의 운명을 발아래 내던진 자여, 그대는 축복받을진저.”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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