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9-04-23

야나이 유니클로 사장
“불황이유 대량해고 안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일본은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 고통은 비정규직만의 것이 아니며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 회사는 공적 기관이다. (대기업 사람들이) 자기 편한대로만 생각하고 주식시장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지난달 25일 <아사히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다. 내용만 보면 불황을 이유로 마구잡이로 비정규직 해고를 일삼는 대기업의 행태에 비판적인 학자나 정치인의 발언처럼 보이기 쉽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일본 제1의 부자인 대기업 경영자다. 5971억엔(약 9조409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보유한 대부호가 “‘경영이 악화돼 비정규직을 전원 해고한다’는 (대기업들의) 주장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일본의 대표적 저가브랜드 ‘유니클로’를 생산하는 퍼스트리테일링의 회장 겸 사장인 야나이 다다시(60)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퍼스트리테일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꾸진히 추진해 지금까지 2100명을 정식 채용했다. 또한 장애인 고용율이 8%를 넘어 일본 대기업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 16개사가 지난 5년여의 호황으로 거액의 내부 유보금(33조6천억엔)을 거의 두배나 늘려놓고도 불황이란 이유로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현실에서 퍼스트리테일링은 독특한 존재다. 2008년 4~12월 이들 대기업은 모두 4만95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했으며,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야나기 사장의 발언에 힘이 실리는 또다른 이유는 유니클로가 불황에도 끄떡없이 성장가도를 달리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의류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퍼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판매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8월 결산에서 전기 대비 11.7%나 성장해 5864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익도 37%나 늘어난 435억엔을 기록했다. 야나이 사장은 2010년까지 1조엔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니클로의 성장 비결은 생산과 판매 유통을 하나로 묶어 직접 맡고 있어, 옷값의 거품을 대폭 줄였다는 점이다. 아무리 비싸도 4천엔을 넘지 않고 1천엔~2천엔대가 대부분이지만, 소비자 조사에서 우수한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야나이 사장은 최근 <주간현대> 인터뷰에서 “유니클로는 일본의 최강점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활용했다”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로 ‘자기부정’을 꼽았다. “(기업을) 혁신하려면 경영자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회사의 존재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즉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사를 시작할 당시 연매출이 1억엔 정도였는데 유니클로 창업 뒤 25년간 자기부정을 계속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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