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6-03-30
건물주가 가게 주인인 경우 자산은 늘어났지만 이익은 줄어든 셈… 늘어난 임대료를 챙긴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계산하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회계적 비용 accounting cost

경제적 비용 economic cost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변두리 구멍가게에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몇 달 뒤면 동네에 거대 공공기관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다. 건물 주인이자 가게 경영자인 사장님은 혹시나 해서 동네 부동산으로 뛰어갔다. 역시나 땅값과 건물값이 이미 두 배로 뛰어올라 있었다.

가게 매출은 소문 이전이나 이후나 마찬가지였지만, 사장님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자산이 두 배로 늘어났으니, 가게 매출이야 이전과 같았지만 돈을 더 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비용

여기서 퀴즈 하나. 지금 그 구멍가게는 땅값과 건물값이 오르기 전과 견줘 이익을 더 많이 올리고 있을까, 아니면 더 적게 올리고 있을까? 회계장부상으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따진다면 말이다.

정답을 먼저 밝힌다. 그 가게의 이익은 줄어들었다. 장부상 이익이야 같지만, 실제로 가게 주인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익은 매출 빼기 비용이다. 이 가게의 매출과 회계적 비용(accounting cost)은 전과 같지만,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비용(economic cost)이 커졌기 때문에 이익이 준 것이다. 자산은 늘었지만 경제적 이익은 줄었으니, 사장님의 입은 조금 덜 벌리시는 게 합리적일 듯하다.


△ 가게의 건물값과 땅값이 올랐다면 가게가 내는 이익은 줄어든다. 임대료가 늘어난 만큼의 기회비용이 생겼기 때문이다.(사진/한겨레 김태형 기자)

회계적 비용은 말 그대로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비용이다. 임대료, 임금, 세금 등의 비용이 모두 회계적 비용에 포함된다. 경제적 비용이란, 장부상 비용뿐 아니라,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알게 모르게 지불되는 기회비용을 포함한 비용이다.

그런데 이 기회비용이라는 게 아주 재미있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비용은 우리가 무언가 경제행위를 하면서 생긴다. 그러나 기회비용은,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다. 무언가를 했으면 이익을 낼 수 있었는데,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린 이익을 거꾸로 비용으로 계산한 게 기회비용이다. 자원을 최대로 이용했을 때 낼 수 있는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을 계산한 것이다.

구멍가게 사장님의 예로 돌아가보자. 땅값과 건물값이 두 배로 올랐으니 잠재적 임대료도 두 배로 올랐다고 가정한다면, 구멍가게의 경제적 임대료는 두 배로 오른 것이다. 물론 구멍가게 사장이 건물 주인이니, 회계상 임대료는 한 푼도 내지 않지만, 기회비용을 따져 경제적 비용을 계산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구멍가게를 하지 않고 남에게 임대해줬을 때 최대로 챙길 수 있는 임대료가 그 구멍가게의 경제적 비용이다.

기회비용의 개념을 모르는 것은 사실 동네 구멍가게 주인 아저씨만이 아니다. 미국 중북부의 명문 노스웨스턴대학의 똑똑한 교수들도 기회비용의 개념을 몰라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1970년대 중반이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오랫동안 대도시 시카고 중심가에 있던 법과대학 건물을 헐고 신축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대학 본 캠퍼스는 교외의 소도시에 있었다.

여기서 논쟁이 벌어진다. 몇몇 교수들이 기왕 건물을 신축하는 것, 아예 본 캠퍼스로 옮겨 다른 학과들과 가까이 있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대다수 교수들은 여기에 반대했다. 비용 문제였다. 대학은 시카고 중심가의 현재 법과대학이 있는 자리에는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본 캠퍼스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어 이사하려면 새로 구입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니 신규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법대를 본 캠퍼스로 옮기지 말고 그냥 갖고 있는 땅에다 짓자는 게 대다수 교수들의 주장이었다.

교수들 역시 경제적 비용은 회계적 비용과 다르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당장 현금이 지출되지 않는다고 비용이 없는 게 아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실수

대도시인 시카고 중심가의 부지는 금싸라기 같은 비싼 땅이었다. 백화점이나 사무실을 지으면 높은 매상을 올리거나 비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 땅을 팔거나 임대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본 캠퍼스가 있는 소도시의 땅은 헐값이었다. 현재 법대 위치에 새 건물을 짓는다면, 부지 구입을 위한 회계적 비용은 당장 들지 않겠지만,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큰 탓에 경제적 비용이 꽤 크다.

교수들은 그걸 몰랐고, 결국 노스웨스턴대학은 법대를 시카고 중심가에 다시 지었다. 좀 더 아껴쓸 수 있었던 학생들의 등록금과 동문들의 기부금이 낭비된 것이다. ‘비용’에 대한 경제학적 개념이 없었던 탓이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 기회비용은 매 순간 발생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시간의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을 이용해 최대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만큼이 시간의 기회비용이다.

지금 당신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 보내고 있는 1시간을, 최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얼마를 벌 수 있는가? 그 액수가 바로 1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이고 경제적 비용이다. 세상에,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데도 사실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5분 동안, 당신은 얼마어치의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셨는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2010-07-15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상반기 50% 육박…정부서 인수·합병 독려 내수시장도 급성장…과잉생산 해결 숙제로 <script></script> » 중국 조강생산량 추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3.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97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2010-07-11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중국 국내총생산 및 소매판매액 증가율 추이 2. 13억 시장을 겨냥한 유통산업 중국내 소매...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46

[세상읽기] 진보 교육감과 2030년의 경제

한겨레경제연구소(HERI)의 블로그 ‘착한경제’(goodeconomy.hani.co.kr/)에 지난 6월3일 쓴 칼럼을 놓고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20년 뒤 삼성전자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데 필요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26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2010-06-22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사택제공·전직원 해외연수 사내 복지에 각별히 신경 우여곡절끝 직원 대주주 팀장·이사도 투표로 선출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올해 여행박사에 입사한 직원과 임원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36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2010-06-22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노엔텍 이태희 기자 김태형 기자 <script></script> » 바이오 생명공학·진단기 개발업체인 나노엔텍 직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059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위기 겪은 ‘메이드 인 코리아’ 맷집 세졌다

2010-06-01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5. 한국: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세계 TV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TV·자동차·반도체·조선 등 금융위기서 약진 두드러져 “IMF 사태 등서 내성 키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305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1등만 쫓던 일본 “신흥국이 수출효자” 유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 일본: 아시아와 협력하라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 수출’은 급감 중·인도 등 진출 활발…생산기지 다변화 정남구 기자 <script></script> » 중국 텐진에 있는 도요타 중국 생산공장 조립라인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80

[동아시아기업의진화] “중국에 올인한다” 국내기업 사업확장 뜀박질

2010-05-27 국내 수출입 비중 1위…SK·이마트 등 역량 집중 삼성전자 등 상하이엑스포 기업관에 12곳 참가 황예랑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1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신세계 이마트 진차오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699

[동아시아기업의진화]우뚝 선 13억 경제대국 ‘중화의 세기’ 커가는 꿈

2010-05-27 상하이엑스포 대형전시장서 중화제국 미래비전 선포 GDP 3위·외환보유액 1위… 부동산 거품등 장애 넘어야 황예랑 기자 신소영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0일 관람객들이 부동산개발회사인 푸싱그룹 등 중국의 16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631

[세상읽기] ‘쌈지’의 성공적 실패

2010-05-25 주말이면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가좋아’를 찾곤 했다. 각종 캐릭터가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놀이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를 만족시키고 나면, 지하로 가서 재기발랄한 단편 만화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7457

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2010-05-20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케이디운송그룹 이정연 기자 김진수 기자 <script></script> » 경기, 대원고속 등 15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승무사원(운전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9090

[동아시아기업의진화] 한·중·일 ‘하이브리드 경쟁력’ 세계경제 강타

2010-05-14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방향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한겨레> 창간 22주년 특별기획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는 한국·중...

  • HERI
  • 2011.06.27
  • 조회수 9162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49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8465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38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87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25

농어촌형 사회적기업 3천개 만든다

2010-04-16 도농교류·복지서비스 등 농식품부, 수익사업 육성 사회적기업의 농어촌형 모델인 ‘농어촌 공동체회사’가 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농어촌 주민이나 귀농귀촌 인력이 참여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54

[삶과경제] 미래의 점심

2010-04-0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반가운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어제 뚝섬에서 청사과분들과 함께 나눔장터 참여했어요. 수익도 냈답니다. ^^” 지난해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연 ‘사회적기...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93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