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차별 있는 곳에 이익 있다

HERI 2011. 06. 27
조회수 5455
2007-07-12

최대 지불 의사에 따라 각각 다른 값에 파는 가격 차별 전략

기업의 음모라 봐야 할까 모두의꿩먹고 알먹기로 봐야 할까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영화값도 얼마 안 내는데 뭘 그렇게 친절하게들 구는지….”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오신 어머니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했다. 영화 내용보다는 가격과 친절 덕이었다. 조조 할인에다 65살 이상 노인에 대한 에누리까지 덧붙여 반값도 되지 않는 4천원만 내셨다. 그런데 값싼 손님이라고 구박은커녕 친자식처럼 사근사근하게 구는 영화관 직원들에게 감동을 드신 모양이다.

 

 

물리적·시간적·심리적 차별

 

 

순간 머릿속에 스쳐가는 직업적 의문. “극장주의 마음속에 있는 노인 공경 사상이 그 이윤 동기에게 승리했나? 왜 건당 매출이 적은 소비자에게 똑같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이미 230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설명해주지 않았던가.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업자, 양조업자, 제빵업자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 이익 추구 때문이다.” 기업은 가장 자비로운 순간에도 자선가가 아니다. 모든 결정의 이면에는 가격과 비용과 이윤을 계산하는 냉혹한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돌아가고 있다.

 

어머니를 감동시켰던 그 가격 할인과 친절은 똑같은 양과 질의 제품을 공급하면서 다른 가격을 매기는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 전략이다. 물론, 자선행위가 아니라 이윤 극대화 전략의 일환이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최대 지불 의사(reservation price), 즉 어떤 품질의 어느 물건에 대해서는 최대 얼마까지 지불하고 살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똑같은구치가방에 대해서도브랜드의 가치를 아는명품 애호가는 수천만원을 주고라도 사겠다고 마음먹고 있겠지만, 필자처럼가방은 단지 물건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도구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은 1만원만 넘어가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을 먹고 있다는 얘기다.

 

 

 

<해리포터>는 처음엔 하드커버로, 나중엔 보급판으로 시간적 가격 차별 전략을 구사한다. <해리포터> 신간 행사를 벌이는 영국의 한 서점. (사진/ AfP 연합)

 

 

 

 

 

 

기업은 고민을 시작한다. 이 가방의 가격을 500만원으로 책정하면 가방 한개당 이윤은 엄청나게 높아지지만, 가방 수요자는 마음속의 가격이 500만원 이상인 사람 몇명에 불과할 것이다. 가방 가격을 1만원으로 책정하자니 가방이야 많이 팔리겠지만 매출액이 적다. 500만원 내기로 마음먹었던 사람도 1만원을 주고 가방을 사게 될 테니 이 한 사람을 놓고 보면 손해도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가격 차별 전략은 이런 문제의 해결사다. 500만원까지 기꺼이 지불할 사람에게는 500만원에, 1만원만 주고 사겠다는 사람에게는 1만원에 팔면 매출이 극대화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지불 의사를 추정해 불완전하지만 몇개의 무리로 나누어 각각 다른 가격을 내도록 하는 전략이 자연스레 나온다.

 

소비자 무리를 나누는 전략은 여러 가지다. 때로는 한눈에 판별이 가능한 물리적 특성을 앞세워 소비자를 차별한다. 노인들은 수입이 적게 마련이니, 영화관이 노인 할인 제도를 만들면 젊은이들로부터 얻는 매출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지불 의사가 낮은 노인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다.

 

시간적 차별 전략도 사용된다. 서양에서 <해리 포터> 같은 책은 처음에 비싸고 고급스러운 하드커버(양장본)로 나오고, 몇달 뒤 반값에 가까운 보급판 페이퍼백으로 나온다. 제작원가 차이는 고작 5~10%에 불과하다. 최대 지불 의사가 높은 마니아 독자들이 먼저 책을 사게 하는 가격 차별이다.

 

소비자의 허영심을 지렛대 삼은 심리적 차별 전략도 있다. 대한항공 뉴욕행 항공편의 이코노미석과 일등석의 가격 차이는 정가 기준으로 최고 다섯배 정도가 난다. 사람 한명을 같은 비행기로 서울에서 뉴욕까지 운반하는 데 원가 차이가 다섯배까지 날 리 없지만, 보통사람과 섞이기 싫은 사람들은 끝끝내 일등석 표를 사고야 만다.

 

 

빈약한 지갑으로 서비스 즐길 수 있다면

 

 

소비자를 차별할수록 기업의 이익은 늘어난다. 물론 소비자 입장은 거꾸로다. 최대 지불 의사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는 덤이다. 이 덤을 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라고 부른다. 가격은 이 소비자 잉여를 둘러싼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심리적 전투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가격 차별도 인종이나 성차별처럼 사악한 차별이거나, 좋게 봐줘도 소비자 주머니에서 한푼이라도 더 털어내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기업의 기분 나쁜 음모라고 봐야 할까?

 

앞서 인용한 애덤 스미스의 글 뒤에는 바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공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지 않으며 또 얼마나 증진시킬 수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서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는 가운데서 사회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킨다.” 애덤 스미스였다면 음모론에 이렇게 해명했으리라. 어머니는 아들이 드리는 모자란 용돈으로도 영화 감상이라는젊음의 특권을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극장주는 파리 날리는 평일 아침에 아침잠 없는 노인의 주머니를 열어 금고를 채웠다. 그 음모로 손해 본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이주의 용어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

최대 지불 의사(reservation price)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2010-07-15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상반기 50% 육박…정부서 인수·합병 독려 내수시장도 급성장…과잉생산 해결 숙제로 <script></script> » 중국 조강생산량 추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3.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97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2010-07-11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중국 국내총생산 및 소매판매액 증가율 추이 2. 13억 시장을 겨냥한 유통산업 중국내 소매...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46

[세상읽기] 진보 교육감과 2030년의 경제

한겨레경제연구소(HERI)의 블로그 ‘착한경제’(goodeconomy.hani.co.kr/)에 지난 6월3일 쓴 칼럼을 놓고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20년 뒤 삼성전자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데 필요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26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2010-06-22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사택제공·전직원 해외연수 사내 복지에 각별히 신경 우여곡절끝 직원 대주주 팀장·이사도 투표로 선출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올해 여행박사에 입사한 직원과 임원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36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2010-06-22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노엔텍 이태희 기자 김태형 기자 <script></script> » 바이오 생명공학·진단기 개발업체인 나노엔텍 직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059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위기 겪은 ‘메이드 인 코리아’ 맷집 세졌다

2010-06-01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5. 한국: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세계 TV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TV·자동차·반도체·조선 등 금융위기서 약진 두드러져 “IMF 사태 등서 내성 키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7305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1등만 쫓던 일본 “신흥국이 수출효자” 유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 일본: 아시아와 협력하라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 수출’은 급감 중·인도 등 진출 활발…생산기지 다변화 정남구 기자 <script></script> » 중국 텐진에 있는 도요타 중국 생산공장 조립라인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6980

[동아시아기업의진화] “중국에 올인한다” 국내기업 사업확장 뜀박질

2010-05-27 국내 수출입 비중 1위…SK·이마트 등 역량 집중 삼성전자 등 상하이엑스포 기업관에 12곳 참가 황예랑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1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신세계 이마트 진차오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7700

[동아시아기업의진화]우뚝 선 13억 경제대국 ‘중화의 세기’ 커가는 꿈

2010-05-27 상하이엑스포 대형전시장서 중화제국 미래비전 선포 GDP 3위·외환보유액 1위… 부동산 거품등 장애 넘어야 황예랑 기자 신소영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0일 관람객들이 부동산개발회사인 푸싱그룹 등 중국의 16개...

  • HERI
  • 2011.06.27
  • 조회수 7631

[세상읽기] ‘쌈지’의 성공적 실패

2010-05-25 주말이면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가좋아’를 찾곤 했다. 각종 캐릭터가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놀이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를 만족시키고 나면, 지하로 가서 재기발랄한 단편 만화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7457

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2010-05-20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케이디운송그룹 이정연 기자 김진수 기자 <script></script> » 경기, 대원고속 등 15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승무사원(운전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9090

[동아시아기업의진화] 한·중·일 ‘하이브리드 경쟁력’ 세계경제 강타

2010-05-14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방향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한겨레> 창간 22주년 특별기획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는 한국·중...

  • HERI
  • 2011.06.27
  • 조회수 9162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49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8465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38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87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625

농어촌형 사회적기업 3천개 만든다

2010-04-16 도농교류·복지서비스 등 농식품부, 수익사업 육성 사회적기업의 농어촌형 모델인 ‘농어촌 공동체회사’가 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농어촌 주민이나 귀농귀촌 인력이 참여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54

[삶과경제] 미래의 점심

2010-04-01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반가운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어제 뚝섬에서 청사과분들과 함께 나눔장터 참여했어요. 수익도 냈답니다. ^^” 지난해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연 ‘사회적기...

  • HERI
  • 2011.06.27
  • 조회수 5293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