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8-02-21
직원 만족도 높으면 투자 이익이 작아진다는 신고전파 이론, 이미 현실에 맞지 않아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간단한 계산부터 해보자. 기업의 주가는 이익과 비례한다. 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다. 비용에는 임금과 복리후생 비용이 들어간다. 즉, 임금과 복리후생이 높을수록 이익이 작아지고, 결국 주가는 낮아진다. 직원 만족은 주주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직원과 주주 사이에는, 같은 몫을 놓고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를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다. 적어도 단순 계산으로는 그렇다.


△ 기업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 기업의 여직원 휴게실 모습. (사진/ 한겨레)

일하기 좋은 기업, 수익률이 두 배

어떤 기업의 직원 만족도가 높다면, 이는 다시 말해 회사가 직원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자원을 직원에게 투입한다, 또는 직원에게 돈을 더 많이 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바로 위 단락의 계산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주주는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게 합리적이다. 직원이 만족할수록 그들에게 돈이 더 나간다는 뜻이고, 이는 곧 주주에게 돌아올 몫이 작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투자 가치가 낮다. 과연 그럴까?

신고전파 경제학에 기반을 둔 과거 경영학 이론은 사실 이런 ‘제로섬’ 논리를 뒷받침하는 논증을 많이 내놓았다. 논지는 두 가지 갈래였다.

첫째, 직원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은 그 회사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이론이 있다.

공장 자동화와 대량생산을 이끌어낸 ‘테일러주의’의 효시인 프레더릭 테일러는 1911년에 ‘과학적 경영’ 이론을 내놓는다.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직원의 노동력을 다른 투입 자원과 같은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본다. 이는 회사가 직원의 임금을 보는 시각은, 최소의 임금으로 최대의 생산물을 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마치 최소의 전기를 사용해 최대의 물량을 생산해내야 경영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하듯 말이다.

이렇게 지나친 임금 지급이 일어나는 이유는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인-대리인’ 문제 때문이라는 이론도 있다. 이 이론에서는 소유경영자가 아닌 전문경영자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지나치게 올려주고 좋은 기업 분위기를 유지해 갈등을 줄이고 싶은 개인적인 동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대리인’으로서의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주인이 직접 경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둘째, 직원 만족은 그 회사의 보상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서는 복리후생 등 비금전적 보상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모든 보상은 현금으로 주어지는 것이 마땅한데, 그 이유는 현금을 갖고 있으면 어떤 종류의 복리후생도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복리후생제도를 갖추느니 그 비용을 임금으로 나눠주는 게 더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은 대체로 비금전적 복리후생 혜택이 좋은 기업이다. 따라서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비효율적인 보상 체계를 가진 기업이고, 따라서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경영대학원의 알렉스 에드먼즈 교수가 2008년 1월 내놓은 논문은 이런 경영학 이론이 이미 낡은 것임을 보여준다.

에드먼즈 교수는 경제 잡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미국 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랬더니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이 기업들의 투자 수익률은 연 14%에 이르렀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시장 전체 수익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직원 만족도가 높으면 주주에게 손해가 된다는 여러 이론을 뒤엎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이 수익성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데는 두 가지 논리가 있다. 동기부여와 이직 동기 감소다.

과거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정해진 작업 방법대로 수행하면 됐다. 따라서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간단했다. 수행을 잘하는 사람에게 생산성 향상 몫을 따져 돈으로 보상해주면 됐다. 그러나 현대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숙련 기술을 사용하고, 단순 작업은 기계가 대신한다. 숙련 기술일수록 계량화된 성과 틀을 만들기가 어렵다. 따라서 성과를 돈으로 따져 보상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금전적 보상 같은 외적 동기부여가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기업문화나 일의 전문성 등 내적 동기부여가 필요해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일하기 좋은 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동기부여 이론이다.

동기부여·이직 동기 감소 이론

또 하나는 이직률 저하 이론인데, 역시 현대 기업의 노동이 대부분 지식 및 숙련 노동이라는 데 주목하는 이론이다. 생산수단은 이제 공장과 기계가 아니라 지식이다. 그런데 지식은 노동자에게 체화돼 있다. 그래서 숙련 노동자의 이직 방지가 중요한 경영 목표가 된다. 그런데 현금은 누구라도 지급할 수 있다. 아무리 높은 임금을 지급해도, 경쟁사가 언제든지 더 높은 임금으로 사람을 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직장 문화는 아무나 모방할 수 없으므로, 일하기 좋은 기업 구축이 높은 임금보다 더 효과적인 이직 방지 장치가 되고, 결과적으로 수익률 향상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핵심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를 회사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느냐다. 돈을 더 벌고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식 투자를 할 때도, 먼저 그 회사 직원을 만나 기업문화가 어떤지를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삶과경제] 불황과 기부

2008-11-12 스타벅스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다국적 커피 브랜드의 최근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주당 1센트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상장주식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13

[삶과경제] 기업이 왜 다른 기업을 돕나요?

2008-12-10 어느 대기업 중견 간부를 만났다. 마주 앉아 경제 걱정을 한참 하던 중, 그는 뜻밖의 의문을 던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예산은 어려울 때 더 늘려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99

도보 여행, 컴포트 푸드, 빅3의 귀환

2009-01-04 [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2009년에 꼭 알아야 할 esc 트렌드 열쇠말 100을 읽는다 | 여행 | 1 도보 여행 올해 여행의 화두는 걷기가 될 것 같다. 유럽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18

짜릿하다 첫경험, 궁금하다 트렌드 3

2009-01-03 [한겨레] [매거진 esc] 신년특집 한복여행단 고! 격투기 출전 큐! 괜찮아, 잘 될거야♬ 2009년 50인이 꿈 꾸는 첫경험 “계획을 지우자! 이기적이 되자!”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를 텅 비우는 해...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78

[삶과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용산 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09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2009-02-24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가운데)씨가 ‘빈곤의 덫의 복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051

[삶과경제] 스타벅스 구조조정이 슬픈 이유

2009-03-04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08년 4분기에 1억2천만달러(약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90

잭 웰치 “주주가치 집착…어리석었다”

2009-03-13 자신이 창시한 주주가치 원칙 부정 비용 줄이려 구조조정에 치중 단기실적·시장만능주의 반성 류이근 기자 » 잭 웰치 GE회장. 이종근기자잭 웰치(74)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가 된 직후 미국 뉴욕시 피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4760

낯선 외국 조직과 10분만에 파트너십 이루기

2009-04-01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영리와 비영리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비슷한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나 NPO끼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하지만 어떤 목적에서든, 처음 만난 사람...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68

“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2009-04-01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이원재 기자 <script></script> » 스콜세계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이후의 권력 이동 전망을 논의했다. 맨 왼쪽부터 레이 수아레즈 미국 기자, 캘라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25

[삶과 경제] 새해 경제 열쇳말 '착한경제'

2008-12-31 이번 송년 모임의 화제는 모두 암울하기만 했다. 도대체 이 경제의 향방이 가늠되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주류였다. 불황의 끝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경제는 결국 다시 기지개를 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54

[삶과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 HERI
  • 2011.06.27
  • 조회수 3580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2009-02-24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

  • HERI
  • 2011.06.27
  • 조회수 5353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2008-07-24 [한겨레21]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개별 기업 독자성 실현해야…이재용 전무 복귀에 관심 집중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회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347

좋은 일 하고 돈도 버는 창업 없을까

2007-12-02 ‘노리단'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문화예술분야 창업팀 중 하나인 뮤직퍼포먼스그룹이다. 2004년 6월에 만들어진 이 팀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폐자재,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 스스로 만든 악기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3638

사람냄새 나는 돈이 세상을 바꾼다

2007-05-14 요즘 대학가에 ‘착한 돈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구호’가 사그라든 대학가에 경제 쪽 관심은 날로 새롭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들은 전사회적으로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76

[나라살림가족살림] 사회적 기업과 경영능력

2008-04-30 7년 전, 이철종 대표이사의 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사람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4588

‘사회적 기업가’ 양성학교 문 두드리세요

2008-08-20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아카데미가 전국에 문을 연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노동부가 주관하고 에스케이(SK)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교육 운영기관으로 한겨레경제연구소 등 18곳을 최종 선정해 20일...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53

(나라살림가족살림) “착한 경제”의 코드

2008-01-30 부산의 엔지오 활동가들을 만났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좋은 일’을 하는 데 헌신적으로 보낸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제 ‘돈벌이’였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하고 있는 좋은 일을 지속시키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요...

  • HERI
  • 2011.06.27
  • 조회수 3747

[5분경영학] 가게 땅값 올랐다고 웃지 마세요

2006-03-30 건물주가 가게 주인인 경우 자산은 늘어났지만 이익은 줄어든 셈… 늘어난 임대료를 챙긴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계산하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회계적 ...

  • HERI
  • 2011.06.27
  • 조회수 4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