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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의 모심과 살림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의 노동은 수고로운 것이다. 그런데 그 노동을 더 고되고 비참한 것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어떤 것으로 만드는가는 전적으로 그 노동을 둘러싼 사회관계에 달려 있다.

최근 장애인에 대한 임금 착취와 인권 침해로 충격을 준 전남 신안의 ‘염전 노예’ 사건은 생산 현장에 ‘주인과 노예’라는 전근대적 사회관계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인권의 사각지대인 벽지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일류 기업에서 자행되는 노동자에 대한 횡포를 영화로 그린 <또 하나의 약속>, 작년 내내 우리 사회를 분노케 했던 ‘갑을 관계’ 역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사회적 경제는 천대받는 이런 노동의 위상을 전환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설립된 3700여개 협동조합 중 250개 정도 되는 직원(노동자)협동조합은 일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출자하고 함께 일하는 기업이다.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인간 중심의 일자리이다. 물론 협력적 의사결정, 민주적 운영, 갈등 해결 등의 경험을 쌓아 정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이들 협동조합에서 인간 실현의 노동에 대한 모델을 기대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일하고 대리기사나 간병인 등 불평등한 용역계약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관계 변화를 통해서도 노동은 재구성된다. 생협의 친환경 유기농산물 직거래는 농민들의 고된 노동에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공정무역 또한 제3세계 소농과 여성, 아이들을 착취하는 생산 과정을 바로잡고, 그들의 노동에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2004년 두레생협연합회에서 시작한 민중교역은 공정무역보다 한 걸음 더 근본적인 데로 나아간 것이었다. 전문 기업이나 단체들이 국제기구의 인증을 받아 진행해 온 공정무역과 달리 민중교역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자를 찾아 나선다.

처음 만난 것이 필리핀 네그로스의 소농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든 마스코바도 설탕이다. 설탕 한 봉지를 소비할 때마다 가격의 10%를 적립해 생산지를 지원했다. 적립된 기금으로는 소농들의 자립을 위해 우물과 수도관, 펌프를 놓고, 산양 등 가축을 분양했다. 응급장비를 갖춘 건강센터도 설치했다. 농업노동자들에게 민중교역은 자립의 미래를 꿈꾸는 노동을 선사했다. 팔레스타인의 올리브유도 소중한 성과의 하나였다. 매일 폭탄이 터지는 전시 같은 상황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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