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초부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새누
138414679068_20131111.jpg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리당 사회적 경제 특별위원회(특위)는 지난 10일 법률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열었다. 특위가 꾸려진 지 석달여 만에 법률안이 세상에 나왔다. 일찍이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해 놓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공동발의나 별도발의를 고려하고 있다. 여야가 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이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그런데 정작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 간에 사회적경제기본법안 내용이나 제정 시기와 속도에 대한 이견들이 적잖이 있다. 사회적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커가기 위해 긴 안목으로 보고 뜻을 모았으면 한다.

우선 정부의 역할에 대해 지나친 기대보다는 사회적 경제의 연대와 협력을 돕는 데 방점을 찍었으면 한다. 흔히 주류 경제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가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사실 개별 사회적 경제 조직을 보면 이런 우려는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들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부족한 물적, 인적 자원을 연대와 협력으로 보완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사회적 경제 조직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인 농협, 신협 등과 후발 사회적 경제 조직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사이의 사업적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상호연대를 돕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으면 한다. 사실 연대와 협력은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도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당장 활발하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안성, 원주나 전북처럼 농협, 신협 등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이 서로 협력을 시도하고 있는 곳에서 성과를 내는 기반은 될 수 있다. 여기서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더 많은 협력과 연대의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연대와 협력이 사회적 경제 조직의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의 근간이 될 것이다.

정부 부처 통합 문제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성장 단계에서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총괄기관을 두는 데 의미가 있다. 예컨대 마을기업으로 창업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 2년 뒤 예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의 부처간 칸막이는 이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현재 사회적 경제 조직 관련 업무는 고용노동부(사회적 기업), 안전행정부(마을기업), 기획재정부(협동조합), 보건복지부(자활기업),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공동체회사)로 나눠져 있다. 또한 정부정책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이 경제조직으로 인정받아 금융, 조달, 세제, 연구개발(R&D), 창업보육 등의 지원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재정부가 정책조정총괄 업무를 맡는 것은 경과 조치로 접근했으면 한다. 향후 별도의 처나 청, 또는 상설자문위원회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 자유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다. 경쟁과 효율 중심의 경제가 어떤 괴물을 낳을 수 있는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돈만 중시하는 경제로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탐욕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사회적 목적 같은 동기가 지배하는 경제조직을 만들고 제도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싱크탱크 광장]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이 영근다

등록 : 2014.09.02 19:20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9 twitter3 보내기 지난 7월18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사회적금융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동북4구팀이 지역참여형 크라우드...

  • admin
  • 2014.09.03
  • 조회수 6997

[HERI의 눈]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의 의미

등록 : 2014.09.02 19:48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0 twitter1 보내기 HERI의 눈지난 2월 일본 금융청은 ‘일본판 스튜어드십(청지기) 코드’인 ‘책임 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을 발표했다. 스튜어드...

  • admin
  • 2014.09.03
  • 조회수 8439

[싱크탱크 광장] 시민의 아이디어로 정책 만든다

등록 : 2014.09.02 19:44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0 twitter3 보내기 희망서울 정책박람회 희망서울 정책박람회 18일부터 서울판 알메달렌 ‘희망서울 정책박람회’(seoulideaexpo2014.org)가 오는 18~20...

  • admin
  • 2014.09.03
  • 조회수 5585

[유레카] 투기와 거품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지표(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개발한 분석 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률은 25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이 ...

  • admin
  • 2014.09.02
  • 조회수 5917

[유레카] CEO 프란치스코

‘파파 프란치스코’가 100시간여 한국 체류를 마치고 출국했다.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고 잔잔한 열광이 일었다. 한바탕 ‘메시아 신드롬’이 태풍처럼 헤집고 간 느낌이다. 한국을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 정한 교황청의 선...

  • admin
  • 2014.08.21
  • 조회수 6401

[싱크탱크 광장] “한국적 ‘경쟁’ DNA 극복해야 협동조합 성공”

지난달 30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2회 협동조합 경영 오픈포럼’에서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싱크탱크 광장] 몬드라곤이 본 한국 협동조합 현실‘몬드라곤’...

  • admin
  • 2014.08.19
  • 조회수 6888

[HERI의 눈] 청소년에게 사회적 경제 체험을

사진 마을닷살림 제공 HERI의 눈 지난달 24일 영국과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활동가들이 만났을 때(<한겨레> 7월30일치 29면) 양국의 차이를 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가 소개...

  • admin
  • 2014.08.19
  • 조회수 7304

[싱크탱크 시각] 진정한 황제주가 되려면

지난 수요일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황제주로 등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 이어 세번째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분기 실적 호전이 200만원 돌...

  • admin
  • 2014.08.18
  • 조회수 6427

[사회적 경제] 나이 많아도 장애 있어도 노동의 즐거움에 흠뻑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노동의 참된 가치가 소득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조합원 대상 교육을 통해 전하고 있다.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사회적 경제] “사람과 노동” 교...

  • admin
  • 2014.08.13
  • 조회수 6188

[사회적 경제] 정치권 법안 발의 준비…민간선 대책위 닻올려

사회적경제 기본법 어디까지 왔나그간 지지부진했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초 여야는 당내에 사회적 경제 조직을 꾸리고 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30일 ...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862

[이봉현의 소통과 불통] 묘수보다 기본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진리는 단순, 질박할 때가 많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는데 기본을 갖춘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고 현란한 것보다 힘이 세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주 한국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910

[유레카] 상속예찬

부자는 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할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얼마 전 이와 관련한 주장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부자의 상속은 자신이 지금 쓸 돈을 절약해 미래 후손에 투자하...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472

[유레카] 생존을 위한 연극

영국의 기숙형 사립학교(보딩스쿨)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의 필수 코스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포함해 영국 내각의 절반 이상이 보딩스쿨 출신이다. 명문 보딩스쿨을 나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거쳐 고위직에 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296

[유레카] 불평등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둘러싸고 내로라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유력 언론을 통한 오피니언 공방이 거세다. 근대성의 주요 가치인 평등의 문제가 탈근대 시대에 새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121

[사회적 경제] “다양한 주체 함께해야 건강한 생태계 구축 가능”

지난 24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윗줄 오른쪽에서 넷째)와 신나는조합, 씨즈 등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담당자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

  • admin
  • 2014.07.30
  • 조회수 9069

[사회적 경제] 마음만 먹으면 모두 ‘공유지’ 될 수 있다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상무 윤형근의 모심과 살림용인에 가면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곳이 있다. 동천동 874-6번지를 폼나게 바꿔 부르는 ‘마을공유지 파지사유(破之思惟, 破之私有, 破之事由…)’. “익숙한...

  • admin
  • 2014.07.30
  • 조회수 9666

[싱크탱크 시각] 청소년 일터 권리, 사회의 거울이다.

툴바메사공유하기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영국 노동법상 16살 이하의 연기자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이 가운데 3시간은 학교 커리큘럼에 맞춘 공부를 해야 하고 1시간은 식사시간이다. 제작자는 교재...

  • admin
  • 2014.07.28
  • 조회수 10354

[사회적 경제]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은 10인의 ‘힐링캠프’

1세대 사회적기업가와 지원조직 관계자들이 지난 4~7일 제주에서 열린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겨레] [사회적 경제]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 시민참여형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2263

[사회적 경제] 19개국서 ‘사회적 경제’ 논문 70편 발표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사회적기업 국제학술대회’ 마지막날 주요 참가자들이 원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제공 [한겨레] ‘아시아 사회적기업 학술대회’ 리뷰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0388

[싱크탱크 시각] 사람 중심 ‘대업’을 꿈꾸는 청년들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을 버리고 나태와 무기력을 혁파하라.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진정한 대업(大業)이다.” 최근 종영된 <한국방송> 사극 <정도전>의 마지막 회상 장면...

  • HERI
  • 2014.07.07
  • 조회수 12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