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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협동조합 4000개 시대, 새로운 희망을 찾다’ 토론회에서 여야 정치인과 사회적 경제계 인사들이 협동조합의 의미를 진단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다. 왼쪽부터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이이재 새누리당 국회의원, 임정엽 전 완주군수, 최영찬 서울대 교수,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송경용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이금자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싱크탱크 광장] ‘협동조합 4000개 시대’ 토론회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년4개월 만에 4000여개에 이르는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들떴던 시행 초기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협동조합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협동조합 4000개 시대의 의미를 진단하고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과 사회적 경제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협동조합 4000개 시대, 새로운 희망을 찾다’ 토론회가 동아시아미래재단(대표이사 김영철)·서울시(시장 박원순)·한겨레신문사(대표이사 정영무)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1일 열렸다.

기획재정부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서도 매달 200여개씩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 생긴 협동조합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알려졌지만 만들어지는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 이유로 우리 사회에 협동조합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은 “양극화로 인한 골은 깊어지고,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상공인 대다수가 실패의 나락에 빠져들고, 정부는 규제완화에 목을 매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돌아가는 절망적인 상황이 오히려 협동조합의 토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립과 공생을 추구하는 ‘협동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양식은 수출 중심의, 고용 없는, 재벌만의 성장이라는 기존 성장제일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 경제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일반 기업과 다른 협동조합만의 특성 세 가지를 꼽았다. 즉 △공동 소유가 가능한 소유 형태 △1인 1표의 민주적인 운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의 높은 기여도가 그것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세계의 여러 협동조합들이 안정적으로 잘 버틴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협동조합의 1조합원 1표 원칙이 한국 재벌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계층·세대·지역 간 공존·공영에 바탕을 둔 협동성이 사회적 양극화, 지역간 불균형,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는 한국 경제체제의 진화

한발 더 나아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한국 경제체제의 큰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송경용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가 안착한다면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체제의 진화”라는 유승민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의 말(<한겨레> 3월11일치 28면 참조)을 인용한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대안이냐 아니면 보완이냐는 논쟁이 있지만, 5~10%의 사회적 영향력만 가지게 되면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사회적 경제와 협동 경제의 원리와 가치, 철학을 국가와 사회의 운영원리와 작동원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일반 기업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시하면서 협동조합의 실수에 대해서는 전혀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가 있다”며 “협동조합도 기업이 발전해 나가는 상식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협동보다 경쟁에 익숙한 한국 사회를 협동조합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그는 “경쟁과 독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성장해 ‘가까운 사람과는 동업하지 말라’는 격언에 익숙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개인과 사회 환경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오랜 시간 여유 있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올들어서도 매달 200여개씩 생겨 
협동성, 양극화·불균형 해결에 유용 
경제체제 변화 이끌 원동력 기대 
협동 문화는 교육 통해 쌓아가야 
“기업 현실 냉엄…기대 과도” 우려도

협동조합 20년 중 가장 어려운 게 협동

20년 동안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해온 이금자 두레생협연합회 회장도 “협동조합 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협동’이었다”며 “조합원들 모두 ‘평생 경쟁에 찌든 사람’이라는 자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동의 문화는 교육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협동조합에 맞는 인재 육성은 조합원 교육, 초중등 학교교육, 평생교육, 기업교육 등이 서로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도 “조합원인 부모를 따라다녀 협동조합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다시 조합원이 될 나이가 되어야 협동조합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정착할 것 같다”며 “사회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초등학교부터 협동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하고, 또 협동조합도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기업 형태라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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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만의 사업 아이템 찾아야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로는 주로 금융과 조달 분야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이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미소금융에서 쓰지 못하고 있는 휴면예금이 1조원이 넘는데, 사회적 경제 조직에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에서는 여러 부처별로 비효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지원 방식을 바꿔 통합추진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금자 회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의 자립 노력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소비자생협들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20년 전 대기업들조차 사업성이 없어 눈여겨보지 않았던 친환경 시장에 사회적 가치를 위해 뛰어든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주식회사 같은 영리기업이 잘할 수 있는 업종이 있는 반면, 협동조합이 소비자한테 인정받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시장경제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주목하고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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