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00500130801_20140701.JPG
최근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성화되면서 기본 취지와 원칙을 훼손하는 사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매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인파가 몰린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HERI의 눈

00145300801_20140701.JPG
“기사님, 구로1동 주공아파트 단지 부탁드립니다.” “아, 거기 육지 안의 섬이요? 모퉁이 파출소 있는 쪽에서 좌회전하면 됩니까?” “네~”

우리 동네는 서울 구로1동이다. 경인전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거대한 철도차량기지를 등에 지고 남부순환로와 서부간선도로를 끼고 있다. 게다가 고척교 가까이 들고나는 길이 하나밖에 없어 택시기사들에겐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린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별로 없으니 유흥시설이 거의 없고, 학교를 중심으로 주거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동네다.

그래서일까. 구로1동의 거리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히나 여름밤 동네 벤치나 마을 정자엔 수박 한 조각씩 나누어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디 앉을 틈을 찾기도 어렵다.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 건네는 분들이 더 많지만,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 지역 어디에 사는 사람이겠거니 싶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마을 느낌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이렇듯 구로1동 주민들이 안심하고 거리에서 밤바람에 땀을 식히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거주자 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한 동네에서 계속 얼굴 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서로를 믿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러가지 진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을 입구 파출소의 존재감에도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분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경찰이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능은 방범활동이나 경비 등 보호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엔 노약자나 청소년 지도 등의 봉사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얼마 전엔 순찰하던 경찰이 거리 노점의 할머니가 폭염에 쓰러질까 걱정돼 할머니가 팔던 과자를 다 사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출간된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문득 ‘사회적 경제도 하나의 마을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마을 안엔 집, 일터, 시장, 학교, 병원, 소방서, 은행, 경찰서, 우체국, 도서관, 놀이터, 보육시설, 경로당, 의사결정기구 등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안심하고 두런두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 기능과 역할들이다. 특히 우리 마을에 있는 파출소처럼 법치를 수호하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경찰 기능이 확보되어 있을까?

최근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면서 이곳저곳에서 협동조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법인격으로서 사업체를 꾸리는 것 외에 협동조합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해 이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원칙과 질서를 지키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경찰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싱크탱크 광장]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이 영근다

등록 : 2014.09.02 19:20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9 twitter3 보내기 지난 7월18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사회적금융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동북4구팀이 지역참여형 크라우드...

  • admin
  • 2014.09.03
  • 조회수 6997

[HERI의 눈]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의 의미

등록 : 2014.09.02 19:48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0 twitter1 보내기 HERI의 눈지난 2월 일본 금융청은 ‘일본판 스튜어드십(청지기) 코드’인 ‘책임 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을 발표했다. 스튜어드...

  • admin
  • 2014.09.03
  • 조회수 8439

[싱크탱크 광장] 시민의 아이디어로 정책 만든다

등록 : 2014.09.02 19:44 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 기사공유하기facebook0 twitter3 보내기 희망서울 정책박람회 희망서울 정책박람회 18일부터 서울판 알메달렌 ‘희망서울 정책박람회’(seoulideaexpo2014.org)가 오는 18~20...

  • admin
  • 2014.09.03
  • 조회수 5585

[유레카] 투기와 거품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지표(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개발한 분석 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률은 25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이 ...

  • admin
  • 2014.09.02
  • 조회수 5917

[유레카] CEO 프란치스코

‘파파 프란치스코’가 100시간여 한국 체류를 마치고 출국했다.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고 잔잔한 열광이 일었다. 한바탕 ‘메시아 신드롬’이 태풍처럼 헤집고 간 느낌이다. 한국을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 정한 교황청의 선...

  • admin
  • 2014.08.21
  • 조회수 6401

[싱크탱크 광장] “한국적 ‘경쟁’ DNA 극복해야 협동조합 성공”

지난달 30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2회 협동조합 경영 오픈포럼’에서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싱크탱크 광장] 몬드라곤이 본 한국 협동조합 현실‘몬드라곤’...

  • admin
  • 2014.08.19
  • 조회수 6888

[HERI의 눈] 청소년에게 사회적 경제 체험을

사진 마을닷살림 제공 HERI의 눈 지난달 24일 영국과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활동가들이 만났을 때(<한겨레> 7월30일치 29면) 양국의 차이를 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가 소개...

  • admin
  • 2014.08.19
  • 조회수 7304

[싱크탱크 시각] 진정한 황제주가 되려면

지난 수요일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황제주로 등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 이어 세번째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분기 실적 호전이 200만원 돌...

  • admin
  • 2014.08.18
  • 조회수 6427

[사회적 경제] 나이 많아도 장애 있어도 노동의 즐거움에 흠뻑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노동의 참된 가치가 소득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조합원 대상 교육을 통해 전하고 있다.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사회적 경제] “사람과 노동” 교...

  • admin
  • 2014.08.13
  • 조회수 6188

[사회적 경제] 정치권 법안 발의 준비…민간선 대책위 닻올려

사회적경제 기본법 어디까지 왔나그간 지지부진했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초 여야는 당내에 사회적 경제 조직을 꾸리고 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30일 ...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862

[이봉현의 소통과 불통] 묘수보다 기본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진리는 단순, 질박할 때가 많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는데 기본을 갖춘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고 현란한 것보다 힘이 세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주 한국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910

[유레카] 상속예찬

부자는 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할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얼마 전 이와 관련한 주장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부자의 상속은 자신이 지금 쓸 돈을 절약해 미래 후손에 투자하...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472

[유레카] 생존을 위한 연극

영국의 기숙형 사립학교(보딩스쿨)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의 필수 코스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포함해 영국 내각의 절반 이상이 보딩스쿨 출신이다. 명문 보딩스쿨을 나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거쳐 고위직에 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296

[유레카] 불평등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둘러싸고 내로라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유력 언론을 통한 오피니언 공방이 거세다. 근대성의 주요 가치인 평등의 문제가 탈근대 시대에 새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

  • admin
  • 2014.08.13
  • 조회수 5121

[사회적 경제] “다양한 주체 함께해야 건강한 생태계 구축 가능”

지난 24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윗줄 오른쪽에서 넷째)와 신나는조합, 씨즈 등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담당자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

  • admin
  • 2014.07.30
  • 조회수 9069

[사회적 경제] 마음만 먹으면 모두 ‘공유지’ 될 수 있다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상무 윤형근의 모심과 살림용인에 가면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곳이 있다. 동천동 874-6번지를 폼나게 바꿔 부르는 ‘마을공유지 파지사유(破之思惟, 破之私有, 破之事由…)’. “익숙한...

  • admin
  • 2014.07.30
  • 조회수 9666

[싱크탱크 시각] 청소년 일터 권리, 사회의 거울이다.

툴바메사공유하기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영국 노동법상 16살 이하의 연기자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이 가운데 3시간은 학교 커리큘럼에 맞춘 공부를 해야 하고 1시간은 식사시간이다. 제작자는 교재...

  • admin
  • 2014.07.28
  • 조회수 10354

[사회적 경제]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은 10인의 ‘힐링캠프’

1세대 사회적기업가와 지원조직 관계자들이 지난 4~7일 제주에서 열린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겨레] [사회적 경제]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 시민참여형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2263

[사회적 경제] 19개국서 ‘사회적 경제’ 논문 70편 발표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사회적기업 국제학술대회’ 마지막날 주요 참가자들이 원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제공 [한겨레] ‘아시아 사회적기업 학술대회’ 리뷰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0388

[싱크탱크 시각] 사람 중심 ‘대업’을 꿈꾸는 청년들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을 버리고 나태와 무기력을 혁파하라.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진정한 대업(大業)이다.” 최근 종영된 <한국방송> 사극 <정도전>의 마지막 회상 장면...

  • HERI
  • 2014.07.07
  • 조회수 12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