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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가볍게 나선 길이었다.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 조바심이 났지만, 오늘내일 급하게 결정할 일은 없었다. 시골은 지친 나를 안아줄 것 같았기에 “회사 그만두면 귀농은 못해도 귀촌은 할 것”이라 스스럼없이 말했다. 농촌 출신인 아내는 시큰둥했다. ‘전원생활’ 따위의 말에 넘어가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없어 심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나마 길을 나서게 된 것도 아내의 생각이 요즘 달라진 덕분이었다. 세월호 참사 같은 신산스러운 일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도시에서 살 만큼 살았으니 힘이 남아 있을 때는 시골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일삼아 여기저기 둘러보니 귀농·귀촌을 먼저 실행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충청도치고는 산세가 높은 부여-보령 접경지에도 새로 지은 집들이 골짝골짝 들어서 있다. 풍광 좋은 곳에 터를 잡고 디자인도 멋진 집들을 지나 한참 더 들어가서 나온 귀퉁이땅. 싼 땅을 굳이 찾았기에 자업자득이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도 50m는 가야 하는 곳에서 도저히 집 짓고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내도 심란한 듯 도리질을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가끔 서울에도 가야 할 텐데 차 몰고 3시간은 너무 멀지 않나?” 나 역시 어느덧 도시와 농촌에 양다리를 걸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지? 오는 길에 보니 호남고속철도 공사가 거의 끝나가던데, 공주 근처로 알아볼까? 케이티엑스(KTX)역에서 차로 한 20분 거리면 좋지 않을까?”

“그러게, 고속도로도 지나던데 톨게이트에서 한 10분 거리면 좋겠는데.”

“참, 축사가 없어야 해, 냄새가 많이 나잖아.”

“그러면서 싼 땅이 있을까?”

“글쎄, 잘 찾아보면 있을지 모르잖아?”

귀농·귀향을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시골이 도시인이 피곤하다고 훌쩍 옮겨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그 지역을 소개한 A는 10년 전부터 주말이면 내려와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나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적응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가 아주 내려올 때 집 지을 터를 지금의 마을이 아닌 산기슭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정한 것도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피곤한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상 내려오면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도 걱정이다. 협동조합이니 로컬푸드니 농촌에 대한 ‘고상한’ 기사는 많이 썼지만 막상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자신은 없었다. 다른 이들은 버섯을 키우거나 매실 같은 유실수를 심었다던데 그걸 따라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귀농·귀촌은 욕심내면 못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사고 농장 사서 들어온 사람 중에 몇년 못 버티고 올라가는 사람 많이 봤어요. 적어도 몇 년은 주말농장 한다 생각하고 천천히 왔다 갔다 해야 해요. 일도 오늘 못 하면 다음에 와서 하면 되지 하고 느긋해야 합니다.” A의 조언이다.

별 준비도 없이 둘러본 시골 생활. 다녀오니 오히려 더 막연해졌다. 정말 시골에 갈 수 있을까?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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