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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울창한 숲을…쿠부치에 심은 ‘녹색 희망’

‘대표적 황사 발원지’ 쿠부치 사막에 ‘길이 28km·폭 8km’ 숲 조성 
“황사·사막화 방지에 도움 보람”…일본도 1992년부터 녹화사업

모래는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호텔을 나와 차를 달린 지 불과 30분 만에 10여m 높이의 거대한 모래해일이 초원과 나무의 녹색제방에 부닥쳐 흐름을 멈춘 듯한 흥미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22일 중국 네이멍구(내몽고)자치구에 있는 대표적인 황사발원지인 쿠부치 사막의 대한항공 녹색생태원을 찾았다.


쿠부치란 몽골말로 ‘활시위’란 뜻인데 쿠부치 사막의 모양이 그와 같다 한다. 활시위란 이름처럼 이곳에서 쏜 황사의 화살은 불과 두 시간이면 베이징에, 하루면 서울에 도착하고 멀리는 일본까지 영향을 미친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사막이자 대표적인 황사발원지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로 불어오는 황사의 40% 이상은 이곳에서 발생한다. 이곳을 비롯해 네이멍구에선 벌목과 산업발달로 해마다 서울의 5배 면적에 달하는 지역이 사막화 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쿠부치 사막을 관통하는 지에차이 국도를 따라 차를 달리면, 도로 양편에 사막버드나무나 백양나무 등이 자라나 모래바람에 맞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보면 사막의 동쪽 변두리는 이미 울창한 나무들로 숲을 형성해 농업·목축 구역과 사막지역을 나누고 있다. 바로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녹색장성’(녹색생태원)사업이다. 이곳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협력해 사막화의 진행을 막고 사막을 녹색으로 바꾸기 위한 장성을 쌓고 있다.


» 지난달 22일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 앞으로 류권허가 흐르고 있다. 강 뒤쪽으로는 사막과 조림된 숲이 경계를 이루며 세력확장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어얼둬스(네이멍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한항공이 쿠부치 사막에서 조성하고 있는 대한항공 녹색생태원은 한국 비영리 환경단체인 (사)미래숲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길이 28㎞, 폭 3∼8㎞에 이르는 숲을 함께 만드는 ‘한·중 우호 녹색장성’ 사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외에도 경기도, 경상남도, 한국국제협력단, 산림청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의 성공사례로 인정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서 올해까지 317만2200㎡ 면적에 약 100만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숲을 만들 계획이다.


쿠부치 사막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는 대한항공 과장급 직원 70여명과, 네이멍구 사범대학 승무원학과 학생 50여명 등 모두 120여명이 참여해 사막버드나무, 백양나무, 소나무 등을 심었다. 참가자들은 약 50㎝∼1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은 뒤 트럭에 싣고 온 물을 양동이에 담아 부었다. 대한항공은 녹색생태원 지원 외에도 사막화 방지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해마다 과장 승진자들을 이곳으로 보내 나무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중국 공청단 산하 중한청년사막화방지위원회 홍구이메이 주임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미약해 보이지만 한 사람, 한 기업의 노력이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면 사막과 맞서는 거대한 힘을 이룰 수 있을것”이라며 “10년, 20년 후 우리의 후세들은 이곳에서 울창한 숲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중국 네이멍구사범대학 승무원학과 학생 등 120여명이 지난달 22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열린 식목행사에서 사막버드나무를 심고 있다. 어얼둬스(네이멍구)/김태형 기자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를 심고 있던 대한항공 여객노선영업부 김선종 과장은 “오늘 내가 심은 나무 한그루가 앞으로 황사와 사막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하니 보람이 있다”며 “몇년 뒤 꼭 다시 방문해 내가 심은 나무들이 자란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대한항공과 미래숲이 이곳 쿠부치 사막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과 가장 가깝고, 모래층 아래 흙에 수분함량이 높은데다 변화시켰을 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행사장 부근에서 만난 70대 여성 농민은 “지금 행사를 하고 있는 이곳이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초원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사막으로 변했다”며 “나무를 심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차를 달려 대한항공이 이 사업을 시작했던 2007년에 조성한 조림 현장을 찾았다. 5년 전엔 오전에 심은 것들처럼 앙상했을 묘목들이 어느새 초등학생 키높이로 자라 있었다. 물 한방울 없는 모래사막 위에 사막버드나무 등이 굳건히 뿌리를 내리며 무성한 이파리를 드리우며 자라고 있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사막버드나무는 비록 키는 작지만 3년에 한 번씩 잘라주면 줄기가 옆으로 퍼지며 사막에 큰 그늘을 만든다.


이 지역의 공청단 서기이자 녹색생태원 책임자인 위셩바오는 사막 지평선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녹색지대를 가리켰다. 위 서기는 “저곳이 약 20년 전부터 시작한 일본의 조림사업 지구인데 5년 정도 됐을 때는 이곳만 못했지만 어느새 저렇듯 울창한 녹색숲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1992년부터 일본정부산하 일중녹화교류기금의 지원으로 쿠부치 사막에서녹화사업을 진행중이다. 이제 10여년이 지나면 한국이 조성하고 있는 녹색지역이 사막 깊숙한 곳으로 뻗어갈 것이다.


대한항공 박인채 중국지역본부장은 “녹색생태원 조림사업이 황사를 줄여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순히 수익을 얻어가는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얼둬스(네이멍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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