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삶과경제] 불황과 기부

HERI 2011. 06. 27
조회수 4723
2008-11-12 스타벅스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다국적 커피 브랜드의 최근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주당 1센트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상장주식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나는 스타벅스의 투자자도 그 커피 애호가도 아니다. 스타벅스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 실적이 사람들이 마음 풍경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해서다.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커피 대신 문화를 사라’고 말하면서 성공한 기업이다.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4천원을 넘나드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 한 잔 이상의 감성적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의 마음속 여유가 사라질 때, 그 ‘감성적 체험’을 포기하게 된다. 그때 불황은 우리 마음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마음속 여유가 사라질 때, 사람은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려 한다. 그러다보면, ‘존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기부라든지, 친환경 농산물 등 책임 있게 생산된 제품에 대해 치르는 프리미엄 지출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 전체가 이런 지출을 줄이면, 그 타격은 그러잖아도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층과, 책임 있게 경영하려는 기업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지속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돌봐야 할 사람들인데 말이다.

실제로 요즘 만난 비영리기관 경영자들은 내년 기부금이 줄어들까봐 고민이다. 친환경 유기농 상품 등을 생산하는 농가나 사회적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판매가 줄어들까 걱정이다. 이들이 위축되면 불황으로 심해질 사회문제들은 더 악화하게 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인디애나대 자선센터는 과거 40년 동안의 미국 기부 흐름을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오랜 기간, 명목화폐 기준으로 연간 기부가 줄어든 해는 1987년 한 해였다. 물가상승을 고려해도, 불황이 있었던 해의 기부는 평균 2.7%만 줄었다. 특히 불황 때 개인 기부는 3.9% 줄어들지만, 기업 기부는 1.6% 주는 데 그쳤다. 기업은 불황 때도 사회공헌 활동을 사실상 유지했다는 얘기다.

기부가 늘어나는 분야도 있었다. 가사·간병·보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기부는 불황기에 오히려 늘어났다. 교육기관 등에 대한 기부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10년 전 금융위기 때도, 다들 어렵다면서도 금모으기 운동을 한다고 장롱 속 금을 들고 나왔다. 당시 민·관이 손잡고 만든 실업극복 국민위원회에는 148만명이 1200여억원을 기부했다.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문제 주변에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곳이다. 어찌 보면 문제가 많아질수록 비즈니스 기회는 많아지는 셈이다. 불황에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책에는 돈이 몰릴 수 있다.

위기 이후, 우리에게 어떤 경제가 찾아올 것인지를 생각하면 더 큰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다. 일본의 사회 책임경영 전문가인 에바시 다케시 호세이대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식 정글자본주의의 위기이므로, 위기 이후에는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생각하는 사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질서가 자리잡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다. 그리고 정말 창조적인 아이디어 주변에, 자원을 모아주며 희망의 싹을 심을 때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지속가능경영포럼] “획일적인 정부 요구 맞추려다 사회적 기업, 본래 목적 잃을라”

2010-07-28 “획일적인 정부 요구 맞추려다 사회적 기업, 본래 목적 잃을라” ‘한겨레경제연구소’ 지속가능포럼 최우성 기자 김종수 기자 <script></script> » ‘한겨레경제연구소’ 지속가능포럼 사회적 기업도 경제·환경·사회적 성과...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66

[세상읽기 ] 파워포인트 딜레마

2010-07-19 [세상읽기 ] 파워포인트 딜레마 / 이원재 <script></script>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제가 원래 파워포인트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슬라이드 첫 장을 넘기면서 말을 꺼냈다. 한겨레경제연...

  • HERI
  • 2011.06.27
  • 조회수 6834

연해주산 청국장 수익으로 고려인 애환 보듬는다

2010-07-15 연해주산 청국장 수익으로 고려인 애환 보듬는다 평화연대 5년전 기업 세워 현지 재배 무농약 콩 이용 매출 50% 고려인에 돌려줘 현지공장 설립·컨설팅 계획 <script></script> » ‘바리의 꿈’과 함께 청국장 사업을 벌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4974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2010-07-15 규모 키운 ‘중국 용광로’ 점유율 뜀박질 상반기 50% 육박…정부서 인수·합병 독려 내수시장도 급성장…과잉생산 해결 숙제로 <script></script> » 중국 조강생산량 추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3.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50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2010-07-11 이젠 ‘소비의 중심’…만리장성 넘는 유통거인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중국 국내총생산 및 소매판매액 증가율 추이 2. 13억 시장을 겨냥한 유통산업 중국내 소매...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60

[세상읽기] 진보 교육감과 2030년의 경제

한겨레경제연구소(HERI)의 블로그 ‘착한경제’(goodeconomy.hani.co.kr/)에 지난 6월3일 쓴 칼럼을 놓고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20년 뒤 삼성전자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내놓는 데 필요한...

  • HERI
  • 2011.06.27
  • 조회수 4202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2010-06-22 순익보다 복지…‘따뜻한 경영’ 꿈꾸는 여행사 사택제공·전직원 해외연수 사내 복지에 각별히 신경 우여곡절끝 직원 대주주 팀장·이사도 투표로 선출 이정연 기자 <script></script> » 올해 여행박사에 입사한 직원과 임원들...

  • HERI
  • 2011.06.27
  • 조회수 6429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2010-06-22 ‘지속가능한 의료벤처’ 진단도 실천도 함께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노엔텍 이태희 기자 김태형 기자 <script></script> » 바이오 생명공학·진단기 개발업체인 나노엔텍 직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797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위기 겪은 ‘메이드 인 코리아’ 맷집 세졌다

2010-06-01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5. 한국: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세계 TV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TV·자동차·반도체·조선 등 금융위기서 약진 두드러져 “IMF 사태 등서 내성 키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78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1등만 쫓던 일본 “신흥국이 수출효자” 유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 일본: 아시아와 협력하라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 수출’은 급감 중·인도 등 진출 활발…생산기지 다변화 정남구 기자 <script></script> » 중국 텐진에 있는 도요타 중국 생산공장 조립라인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87

[동아시아기업의진화] “중국에 올인한다” 국내기업 사업확장 뜀박질

2010-05-27 국내 수출입 비중 1위…SK·이마트 등 역량 집중 삼성전자 등 상하이엑스포 기업관에 12곳 참가 황예랑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1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신세계 이마트 진차오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HERI
  • 2011.06.27
  • 조회수 6435

[동아시아기업의진화]우뚝 선 13억 경제대국 ‘중화의 세기’ 커가는 꿈

2010-05-27 상하이엑스포 대형전시장서 중화제국 미래비전 선포 GDP 3위·외환보유액 1위… 부동산 거품등 장애 넘어야 황예랑 기자 신소영 기자 <script></script> » 지난 10일 관람객들이 부동산개발회사인 푸싱그룹 등 중국의 16개...

  • HERI
  • 2011.06.27
  • 조회수 6413

[세상읽기] ‘쌈지’의 성공적 실패

2010-05-25 주말이면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가좋아’를 찾곤 했다. 각종 캐릭터가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놀이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를 만족시키고 나면, 지하로 가서 재기발랄한 단편 만화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6273

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2010-05-20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케이디운송그룹 이정연 기자 김진수 기자 <script></script> » 경기, 대원고속 등 15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승무사원(운전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

  • HERI
  • 2011.06.27
  • 조회수 7530

[동아시아기업의진화] 한·중·일 ‘하이브리드 경쟁력’ 세계경제 강타

2010-05-14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방향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한겨레> 창간 22주년 특별기획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는 한국·중...

  • HERI
  • 2011.06.27
  • 조회수 7981

[전문가 기고]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

2010-05-14 쌔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28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2010-05-14 » 뉴노멀시대 ‘착한기업’ 각광받는 3가지 이유 <한겨레>는 지난 4월15일부터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라는 기획연재물로, 댕기머리 샴푸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부터 교육전문기업인 아발론교육까지 6개 회사를 소개했다. 지...

  • HERI
  • 2011.06.27
  • 조회수 7223

[삶과경제] ‘스폰서 섹터’의 경제학

2010-04-29 한국 경제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모양이다. 이름은 ‘스폰서 섹터’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인들과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

  • HERI
  • 2011.06.27
  • 조회수 4813

기업의 장수 비결‘착한 경영’ 시대로

2010-04-16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윤리적 소비’ 국제적 위력…사회적 책임 필수로 다보스포럼 선정 ‘지속가능 기업’ 평균나이 102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뭘까?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52

‘삼성’은 알고 국방부는 모르는 천안함 위기 대응 전략

2010-04-16 돌발 사태와 위기대응’ 보고서 “은페·변명이 충격 가중시켜” »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관계자들이 12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배꼬리(함미) 부분을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연안 쪽 수심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