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21 아시아미래포럼>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 넘어 공존으로

기조·특별강연: 조지프 스티글리츠

“정보 비대칭 탓 시장 불완전
국가·정치가 통제해야 공정
불평등·기후위기 심각 상황
팬데믹은 경제 재편할 기회
부유세·탄소세 부과가 열쇠”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EPA/연합뉴스 제공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EPA/연합뉴스 제공

아시아 미래포럼의 첫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엠아이티(MIT) 박사, 예일·옥스퍼드·프린스턴·컬럼비아대 교수,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다. 그는 경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맹목적 믿음을 가진 시장만능 신자유주의가 미국의 불평등을 19세기 말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해 왔다.


스티글리츠는 2001년 ‘정보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의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는데, 이는 정보의 완전성을 전제로 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이론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해야 한다. 스티글리츠는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이 불완전하고, 국가와 정치가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가 시장은 완전하다고 가정하며, 정부 개입은 최소한에 그치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은 “간섭받지 않는 시장은 재앙”이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정부가 시장 실패를 바로 잡지 않아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과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그는 2019년 펴낸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금융화·세계화·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거대한 불평등을 낳고 있으며, 금융산업과 몇몇 대기업이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면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제규칙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1980년대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더욱 심화하면서 스티글리츠의 분석과 진단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불평등에 대한 해법으로 독점 규제, 금융산업 통제, 기업의 장기투자 장려, 완전고용을 위한 정부 노력, 노동자 권리 강화, 복지 확대를 제시한다.


스티글리츠는 1990년대 개도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금융위기는 자본 자유화, 금융시장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는 198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재무부가 구제금융을 앞세워 한국정부에 강요한 고금리와 긴축정책, 대량 감원을 수반한 강력한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세계은행 부총재에서 물러났다. 한국정부는 2002년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공으로 그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2018년 ‘제이(J)노믹스와 한국의 새로운 정책 어젠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고용과 임금 확대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 심화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에게 기후위기는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줄곧 비판했다. 그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장경제의 회복력 부족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바이러스는 현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는 코로나 팬데믹이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지난 9월 미국의 방송 시앤비시 (<CNBC>)와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미국 경제를 재편할 좋은 기회”라며 “위기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 심화의 해법에 대해“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하면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 이라며 “현존하는 많은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에 해결하는 ‘일거양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는 세금이 기후위기 극복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컬럼비아대가 주최한 행사에서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더 늘려야 하는데 정부 부채가 대규모로 급증하고 있어 세수가 매우 긴요하다” 면서 “억만장자들에게 3%, 5000 만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2% 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엄청난 세수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세에 대해서도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도록 장려해 환경에 이롭고, 세수도 늘리며, 장기적으로 혁신을 통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지했다. 법인세 인하 경쟁을 끝내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도 찬성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한국경제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델로 하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 스티글리츠의 분석과 해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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