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승수효과 측정과 쟁점

지역화폐의 고용효과 등 확인 필요
역내 임직원·업체 지출도 분석하는
실증 도구로 영국 ‘LM3’ 참고할 만

지난 5월7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재배중인 오이를 살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5월7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재배중인 오이를 살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맹목적인 비판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안심소득’, ‘공정소득’ 등 보다 구체적인 대안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전과 크게 바뀐 게 없다. 이전지출 성격이 짙은 기본소득의 낮은 재정 승수효과가 탐탁지 않은 것이다.

승수효과는 정부가 지출하는 재정 규모 이상으로 투자와 소비를 일으켜 총수요 즉 사회 전체의 소득을 늘리는 효과다. 승수효과는 실업급여나 재난보조금과 같이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이전지출보다 건물과 도로 등 생산활동에 정부의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야 고용 창출과 연관산업으로 재정의 온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지출 성격이 짙은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의 지역 승수효과는 어떨까? 그리고 지역 승수효과 강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소규모 ‘면’ 단위 지역에서 이뤄진다. 기존 승수이론은 산업, 고용 등 소규모 지역 여건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이전지출에 견줘 생산과 고용 효과가 큰 산업에 집중적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산업 여건이 취약하다면 외부업체와 인력 활용이 불가피하다. 지역에 머물러야 할 소득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애초 기대했던 지역 승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연관산업과 민간시장이 취약한 농촌 지역에선 정부의 직접 지출이 이전지출에 견줘 지역 승수효과가 반드시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은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소상공인으로의 매출을 이전시켜 기업소득의 역외유출을 차단하고, 재화나 서비스의 타지역 지출도 막는다. 다만, 이것만으로 지역화폐가 지역 승수효과를 창출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역화폐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소비 등 추가 지출을 유인해 지역 내 생산활동과 고용 창출로의 연계 여부가 확인되어야 하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은 2019년 1~4분기 지역화폐 사용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을 분석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역화폐가 지역 승수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밝혀냈다. 하지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생각은 달랐다. 지역사회의 산업 여건과 계절적 특성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연구 결과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요컨대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의 지역 승수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선 산업, 고용 등 지역 여건에 따른 지역소득의 순환을 보다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실증 도구가 필요하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이뤄지는 소규모 ‘면’ 단위 지역의 승수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증 도구로는 ‘LM3’(Local Multiplier 3)를 들 수 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 New Economics Foundation)과 영국 지방청(The Countryside Agency)이 인구 감소, 산업 쇠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지역의 정부지출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개발했다. 정부, 공공기관, 사회적경제기업 등 지역 선순환 경제를 추구하는 조직의 특정 지역 내 지출을 총 3단계에 걸쳐 측정한다. 1단계는 정부나 기업의 예산이나 매출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의 소득 전체를 조사한다. 2단계는 1단계 초기 예산이나 소득 가운데 지역 내 지출 규모를 조사한다. 지역 내 거주 임직원 급여와 지역 내 협력업체 계약 규모, 그리고 지역 내 재화와 서비스 지출이 그 대상이다. 3단계는 2단계에서 조사한 지역 내 거주 임직원과 지역 내 협력업체의 지역 내 지출을 조사한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LM3에 적용해보면 1단계는 농촌기본소득 전체를 조사하고, 2단계는 식음료, 의복, 기타 상품과 서비스 등 주민들이 해당지역에 지출한 내역을 조사한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이 카드형 지역화폐로 지급될 경우 2단계 조사 값은 전산 자료로 확보할 수 있다. 3단계는 농촌기본소득을 통해 매출이 생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임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계약 규모, 그리고 지역 내 재화와 서비스 지출 현황을 조사한다. LM3는 농촌기본소득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지역화폐와 함께 시범사업 지역에서 추가로 지출한 내역을 가맹점별, 산업별, 연도별로 구분해 분석하면 지역 내 신규 소상공인 유입을 포함한 농촌기본소득의 지역 승수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향후 개선 전략 수립에도 제격이다.

LM3는 산업, 고용 등 지역 여건을 반영한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승수효과를 측정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단계가 계속되고 지역의 범위가 커질수록 양질의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LM3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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