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사회적 경제를 내세웠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됐다. 좋은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혁신, 도시 재생 등의 내용이 목표로 제시됐다. 과연 출범 2년을 맞이한 문재인 정부는 처음 내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까.
국내 사회적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2년 동안의 사회적 경제 정책 성과를 중간평가하고 남은 3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는 민주연구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불어민주당 사회적 경제위원회, 국회 사회적 경제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년 동안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 이뤄진 건 사실이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와대에 사회적 경제 비서관직을 신설하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사회적 경제 전문위원을 두는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국정 과제의 최우선 순위로 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지표를 반영하고, 사회가치연대기금 등의 출범으로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에 힘이 실리게 된 것도 성과로 꼽혔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이른바 사회적 경제 관련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도적 기반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점, 사회적 가치 측정과 평가 시스템 부족으로 사회적 금융과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 등을 거론하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책이 신규 사업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존 기업의 규모 확대에도 관심을 갖고, 사회적 경제 조직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차원의 사회적 경제 정책 성과를 진단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김보라 더불어민주당 사회적 경제 위원회 부위원장은 “10개 권역 시·도당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정책 방향은 옳지만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지적한 뒤, 특히 담당 공무원 인력 부족과 기초의원의 전문성 부재를 사회적 경제가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개인에게만 의존한 사회적 경제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민주당 출신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선출직 평가 항목에 사회적 경제 지표 반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토론자들은 문재인 정부 남은 3년의 과제는 사회적 경제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문제없이 사회적 경제를 가져가선 안 된다”며 “현 정부의 사회적 경제 담론은 지역사회의 담론을 그냥 뛰어넘어간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방 정부는 중앙의 예산을 단순히 배분하고 위탁하는 일 외에는 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방 정부의 이해가 부족한 실태도 꼬집었다. 김현철 익산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장도 “지방에서는 중앙의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초 단위로의 정책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정책 집행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 시간엔 사회적 경제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배달 대행, 가사노동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회적 경제가 플랫폼 노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는 “사회적 경제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사회적 경제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 확장의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