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제2회 사람과디지털포럼
지난 16일 오전 서울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프랭크 패스콸리 미국 브루클린대 로스쿨 교수가 ‘챗지피티시대: 알고리즘의 잠재적 혜택과 위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16일 오전 서울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프랭크 패스콸리 미국 브루클린대 로스쿨 교수가 ‘챗지피티시대: 알고리즘의 잠재적 혜택과 위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보급된 기술’로 불리는 생성 인공지능 챗지피티(GPT)를 둘러싼 논쟁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챗지피티 논란은 뻔한 거짓을 사실처럼 묘사하는 ‘환각’ 현상의 거짓말생성기 문제에서 문명 붕괴와 인류 멸종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위협론으로 번졌다. ‘인공지능 위협론’은 유발 하라리,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명망가들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를 개척하고 주도해온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OpenAI) 최고경영자 등이 가세하며 본격 불이 붙었다.


2014년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 교수가 <슈퍼인텔리전스>를 펴내 인간을 위협하는 초지능의 도래를 경고할 때만 해도 ‘비전문가들의 소수의견’으로 격하되던 주장이 10년 만에 인공지능계의 주류 견해가 된 셈이다. “지피티4보다 강력한 인공지능 연구를 6개월간 멈추고 안전규약을 만들자”는 서명캠페인과 논의는 인공지능이 인류문명을 해킹할 우려(유발 하라리)와 핵무기처럼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경고(AI안전센터)로 증폭됐다. 이에 맞서 인공지능 위협론이 근거없이 과장됐고 터무니없는 논리라는 반발도 고개를 들고 있다.

■ ‘AI 위험론’ 과대포장된 유행어

<iframe title="Auto story https://www.hani.co.kr/rss/newsrank/ 2023-05-15 04:54" frameborder="0" allowfullscreen="" style="width: 642.986px; height: 0px; border-width: initial; border-style: none; z-index: 5; margin: 0px; position: absolute !important; display: block !important;"></iframe>

페이스북(메타)의 인공지능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 참석해 “현재 인공지능은 개의 지능에도 크게 못미친다”며 “인공지능 종말론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얀 르쿤은 2018년 딥러닝 연구로 제프리 힌턴,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튜링상을 공동수상한 인물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와 더불어 ‘인공지능 4대 전문가’로 불린다. 르쿤은 이날 “미래에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가 등장하겠지만 위협으로 여겨선 안된다”며 “인공지능은 인류의 똑똑한 비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19일 최근의 인공지능 종말론이 인공지능 과대광고에 뒤따른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에이아이나우(AI Now)연구소의 공동설립자이자 시그널재단 이사장인 메러디스 휘태거는 “인공지능이 실존적 위협을 불러올 것이라는 1950년대의 주장에서 더 나아간 증거는 없다”며 “괴담은 전염성있고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휘태거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위협론)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과학적 담론이라기보다 종교적 열광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딥러닝 선구자이자 바이두 수석과학자를 지낸 앤드루 응은 2015년부터 “사악한 초지능의 등장을 현시점에서 걱정하는 것은 화성의 인구과잉을 우려하는 꼴”이라고 주장해왔다.

얀 르쿤도 지난 15일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1930년대에 터보제트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처럼 1930년대에 터보제트기는 발명되지 않았다”며 “나중에 터보제트기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개발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 딥러닝과 영상의학 전문의 사례

인공지능 위협론이 기우라는 주장은 의인화된 대화형 인공지능의 과대광고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측면이 있다. 좀더 본질적인 이유는 인공지능 위협론이 기본적으로 전제를 통한 이론적 논의이고 뒷받침할 사례와 실질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닉 보스트롬이 제기한 ‘종이클립 문제’다. 아무 피해가 없을 것 같은 임무도 인공지능에게 최종목표로 제시되면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장에서 생산을 관리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에게 종이클립 제조를 극대화하라는 목표가 주어지자 인공지능이 지구 전체 나아가 우주의 상당 부분을 종이클립으로 변환시킨다”는 사고실험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지만 인류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토론토대의 인공지능 철학자 카리나 볼드는 2017년 ‘인공지능은 어떻게 실존적 위협을 가져오는가’라는 논문에서 인공지능 위협론의 핵심전제를 제시했다. “사람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 기계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다. 초지능이 인간에게 불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전제다. 볼드는 <엠아이티테크놀로지리뷰>에서 전제와 가정에 기반한 인공지능 위협론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경고는 실제상황에서 대부분 달라진다. 이론적 논의와 전망과 달리 현실에선 다양한 변수가 있고 사람의 대응 또한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열린 제2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는 인공지능시대 영상의학 전문의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제프리 힌턴은 2016년 “5년 안에 딥러닝이 영상의학 전문의를 능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당장 영상의학 전문의 양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영상의학 전문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딥러닝을 활용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진료에 나서며 새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97483.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기후변화·전쟁 위기는 한 나라, 한 지도자 힘으론 해결 못 해”

한겨레 주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김진표 의장·김기현 대표 등 축사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

  • HERI
  • 2023.10.16
  • 조회수 439

“예측 어려운 시대…협력·공존이 모두가 사는 길”

한겨레 주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최태원 회장·김은미 총장 환영사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

  • HERI
  • 2023.10.16
  • 조회수 545

글로벌 IT 빅5,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엔 SDPI 지표 이용 첫 평가 애플·인텔·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환경 등 14개 지표 성과 50~60점 그쳐 MSCI의 ‘ESG 우수’ 평가와 큰 차이 기업순위 TSMC·인텔>SK>애플>삼성 한겨레-유엔사회개발연구소 협력 결실 11일 ...

  • HERI
  • 2023.10.10
  • 조회수 654

“한국 정치, 이념 없이 진영만 남아…뭘 놓고 싸우는지 몰라”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 ③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조은주 전북대 교수∙김만권 경희대 교수 3인 좌담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왼쪽부터), 조은주 전북대 교수, 김만권 경희대 교수가 지난달 19일...

  • admin
  • 2023.10.06
  • 조회수 575

극우가 판치는 독일의 위기? ‘시민저항권’이 국가 지킨다

정치 협치-경제 조화 모범모델 난민 거부·역사 반성 반대 외치는 극우정당 경제난 국민불만 틈타 세력 확장 연정·의원내각제 기반한 협치, 시장·정부 역할 조화 이룬 경제로 사회적 안정 열린 선택 지도자들에 국민 신뢰…연정 ...

  • admin
  • 2023.10.06
  • 조회수 788

‘반이민·반난민’ 극우 포퓰리즘이 유럽을 쪼개고 있다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 ②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 런던 지하철역 러셀스퀘어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브렉시트를 둘러싼 격한 갈등은 사그라들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으로 인해 생계비 위...

  • admin
  • 2023.10.06
  • 조회수 690

“한국, 미-중 사이 ‘이슈 따른 동조와 반대’ 균형 외교 추구해야”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 한겨레 인터뷰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8일(현지시각)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

  • HERI
  • 2023.10.04
  • 조회수 573

“정치적 양극화는 시장의 확장이 가져온 불평등 탓”

제인 맨스브리지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 인터뷰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그의 반대자들(왼쪽)과 지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거친 말을 주고받고...

  • HERI
  • 2023.10.04
  • 조회수 626

쩍 갈라진 미국…정치갈등 속 불평등에 ‘내 편 아니면 적’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 양극화 트럼프 지지자 ‘1∙6 의사당 폭동’ 2년여 지났지만 분열 더 심화 불평등 심화에 혐오가 파고들어 2021년 1월6일 대선 승리를 도둑맞았다면서 미국 워싱턴디시(DC) 국회 의사당을 점검한 트럼프 ...

  • HERI
  • 2023.10.04
  • 조회수 562

‘아메리카 퍼스트’로 전세계 불안과 비용 커졌다

쇠락한 미 러스트벨트 표심 노려 트럼프, 중국에 화살 돌리며 집권 바이든 정부서 대중압박 더 강화 미중 무역갈등 커지며 불안 확산 2016년 12월1일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

  • HERI
  • 2023.10.04
  • 조회수 442

‘ESG워싱’ 넘어선 새로운 지속가능발전의 길 찾기

2023년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3 UN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 기반 기업성과 측정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지난 9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시 의무화를 요구하는 행...

  • HERI
  • 2023.10.04
  • 조회수 560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 대화·Korea Talks 지난 9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린 ‘한국의 대화·Korea Talks’에서 1대1 대화 참석자들이 대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으로 설문에 응답...

  • HERI
  • 2023.10.04
  • 조회수 439

아시아미래포럼, ‘사회적 경제’ 통한 공존의 미래 찾는다

10월11일 개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1 지난 4월18일(현지시각) 국제연합(UN) 제77차 총회에서 욜란다 디아스 페레스 스페인 노동과 사회 경제부 장관이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연합 누리집 지난 4월 국제...

  • HERI
  • 2023.10.04
  • 조회수 435

타일러 라쉬 “전문가 아닌 내가 환경 얘기를…그만큼 지구 상황 절박”

10월11일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서 특별강연 “자연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보금자리” 방송인 타일러 라쉬. 타일러 라쉬 제공 그가 우리에게 나타난 건 2014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였다. 한국인보다 더 풍부한 어휘력...

  • HERI
  • 2023.10.04
  • 조회수 378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가 말하는 불평등의 4가지 대가

10월11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 3 강연자 가브리엘 쥐크만 미 UC 버클리대 교수 가브리엘 쥐크만 미 UC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버클리 누리집 갈무리 미국 경제학자가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상이 있다. 바로 존 ...

  • HERI
  • 2023.09.27
  • 조회수 338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23일 한겨레·빠띠 주최 ‘한국의 대화’ 생각이 다른 23쌍 만나 1대1 대화 다양한 이슈 관련 생각 솔직히 나눠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열린 ‘한국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1대1 대화를...

  • HERI
  • 2023.09.27
  • 조회수 320

아시아미래포럼 찾는 그레이엄 앨리슨…미-중 패권과 한국의 선택

10월11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 연사…‘투키디데스의 함정’ 통찰 세계 최고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 그레이엄 앨리슨 제공 그레이엄 앨리슨은 1960년대부터 미 국방부 고문, 국방정책위원회 ...

  • HERI
  • 2023.09.27
  • 조회수 410

노동·시민사회 연대의 힘 ‘솔라시’ 뭉치다

공주서 사흘간 ‘2023 솔라시 포럼’ 개최 활동가 200여명 참여…쉼과 충전, 토론 펼쳐 지난 21일에서 23일까지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사흘간 노동·시민사회 및 다양한 부문과 영역 간 연대마당인 ‘2023 솔라시포럼'이 ...

  • HERI
  • 2023.09.25
  • 조회수 390

현장 소통도 없이…정부 내년 사회적경제 예산 대폭 삭감

지난 22일 국회서 사회적경제 정책 토론회 열려 경제위기 속, 사회안전망 역할해온 사회적경제 기존 성과 왜곡, 현장 소통 없는 예산 삭감 사회서비스 시장화로 사회적경제 돌봄생태계 위협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 HERI
  • 2023.09.25
  • 조회수 454

기후정책의 딜레마, 친환경 정책은 부유층에 이롭다?

소셜코리아-HERI 공동기획 (2)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 뒤인 지난 8월15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북서부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타버린 건물과 차량 잔해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불평등은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

  • HERI
  • 2023.09.25
  • 조회수 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