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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이 투표장에 안가는 이유는

HERI 2018. 06. 19
조회수 4886
한국정치학회-한겨레경제사회연 공동기획조사 

소득·계층에 따른 투표참여 의향 등 격차 뚜렷
명함 등 정치정보에 노출된 집단일수록
후보자 정보 많고 투표 의향도 높아
후보가 일상적으로 정책 홍보하게 선거법 개정 필요

6·13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지지도가 70%를 넘고, 보수의 몰락으로 여당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의제가 다른 의제를 압도하면서 야당의 단골 이슈인 견제론이 낄 틈이 없다. <한겨레>-갤럽 조사(6월 2일~4일)에서는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보다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서울(61.7%)·경기(66.4%)는 물론 경남(51.5%)에서도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선거는 ‘누구에게’ 투표했는가보다 ‘누가’ 투표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1원 1표’라는 자본주의 규칙에 맞서, ‘1인 1표’를 통해 가난한 이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선거 제도다. 이번 선거는 촛불에서 시작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국가권력의 교체를 넘어 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가난한 서민들이 투표 참여를 통해 일상을 바꾸고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낼 수 있는, 변화의 마중물이라는 의미가 담긴 선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많은 가난한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지역주의 등을 넘어 정책과 공약이 기준이 되는 ’정책선거’는 어떻게 가능한가?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서울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박종식 기자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서울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박종식 기자

한국정치학회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모바일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서베이몹에 맡겨 2~3일 전국 만 19~59살 성인 11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지방선거 국민의식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2.9%로 나타났다. ‘아마도 투표할 것이다’(29.3%)까지 합친 투표참여의향은 82.2%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월평균 가구소득 250만원 미만보다 250만원 이상 가구에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경제적 계층(주관적 계층)이 높을수록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관적 계층이 최상위계층이라고 응답한 층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무려 91.1%에 이르렀고 중상위계층도 60.1%였다. 반면 주관적 계층이 하락할수록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도 급격히 낮아져 최하위계층에서는 34.3%에 그쳤다. 최상위계층과 최하위계층의 투표확실 의향이 무려 3배 가까이 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자기 소유 집에서 거주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격차로 ‘반드시 투표참여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62.6%, 46.7%로 나타났다. 자기 소유의 집이 있어 한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집단의 투표참여 의향이 주거비 인상, 잦은 이사 등 주거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집단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 그래프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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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계층의 투표확실의향 최하위계층의 약 3배

이 조사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질문했다. 그 결과 ’후보의 공약’이라는 응답은 20.2%에 그쳤고, ’후보의 자질’이 44.6%로 가장 높았다. 후보 선택시 공약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50.4%)이 압도적이었다.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 개발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후보들이 공약 개발에 ’노력한다’는 응답은 46.9%로,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53.1%)보다 낮았다.

이처럼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평가는 부정적이었지만 집단별로 차이가 컸다. 특히 명함이나 문자 홍보 등을 접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 차이가 컸다. 명함을 받은 집단(47.2%)은 그렇지 않은 집단(34.4%)보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정책공약을 더 많이 인지하고 있었다. 홍보 에스엔에스(SNS)나 문자 수신 여부에 따라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기초단체장의 정책 공약에 대한 인지 여부에 대한 응답도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결과는 문자나 에스엔에스 등과 같은 단순 홍보조차 후보의 정책 공약을 알리는 데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권자가 접하는 선거정보량이 많을 때 투표참여도 높아져

명함이나 에스엔에스 혹은 홍보 문자를 수신한 경험이 있는 유권자일수록 투표참여 의향이 높게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끈다. 명함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집단에서 ’반드시 투표’ 의향은 57%인 반면, 경험이 없는 집단은 45.8%에 그쳤다. 에스엔에스 혹은 문자를 받은 집단의 ’반드시 투표’ 의향(60%)은 받지 못한 집단(44.1%) 보다 15.9% 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유권자가 접하는 선거정보량이 더 많아져야 선거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투표율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조사를 주관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흔히 유권자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한두 가지라도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의 공약은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책선거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관건은 안정적인 정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서 연구원은 “아무리 정책선거 하라고 캠페인 해봐야 소용없다. 유권자들이 더 많은 정치 정보를 향유할 수 있을 때 투표장으로 향하고 정책선거도 가능해진다”며 “진짜 정책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일상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홍보할 수 있도록 선거법도 더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의 정치 홍보 활동을 묶어두고 있는 현행 선거법의 개정 없이 투표율 제고나 정책선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주거 불안 해소가 투표율 제고를 위한 최선의 전략

한편, 자기 소유 집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빡빡한 저소득층일수록 지역의 다양한 정보들이 교환되는 일상적인 네트워크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주민참여예산제 등 지방정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대체로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터를 잡고 있는 자영업자나 지역 유지들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 바 있다. 동네별 집값과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손낙구 지음)는 잘 사는 동네일수록 투표율이 높고 가난한 동네일수록 투표율이 낮다는 사실을 실증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다. 불평등이 고착된 사회일수록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현실의 불평등을 보완해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선거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1인 1표를 가지기에 가난한 사람들도 힘을 모아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경제적 불리함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있다는 점에서 선거야말로 현실의 불평등을 보완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부자일수록 투표에 적극적이고 가난할수록, 주거가 불안할수록 선거정보에서도 소외되고 투표불참 가능성도 높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사회경제적 개혁이 투표율을 높이는 가장 적극적 전략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여론과데이터센터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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