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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④박주미 정의당 부산시장 후보

진학 대신 ‘공순이’로 보낸 청소년기
20대 초반 우연히 들은 야학에서 
“노동은 부끄럽지 않다” 깨달아
“당선되면 노동부시장제 도입해 
부산을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도시로”

그동안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노동자와 여성을 대표하겠다는 박주미 정의당 부산시장 후보. 박주미 후보 제공
그동안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노동자와 여성을 대표하겠다는 박주미 정의당 부산시장 후보. 박주미 후보 제공

친구들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소녀는 공장에 갔다. 자신 앞에 놓인 천과 재봉틀과 씨름하며 속옷과 신발을 만들었다.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청춘을 보낸 그는 40여년이 지난 지금 부산시장 후보가 되어 “노동이 당당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외친다. 박주미(60) 정의당 후보의 이야기다.

지금은 노동자 출신인 자신을 “학생운동 하던 운동가들과 출생성분부터 다른 운동가”라고 소개하며 너스레를 떨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릴 때는 공장 다니는 게 부끄러워서 누가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회사원이라고 답했었어요. 제가 공장에서 일하던 1970년대, 1980년대는 노동자라는 말보다 ‘공돌이’, ’공순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한 시기였으니까요.” 하지만 20대 초반, 우연히 다니기 시작한 야학이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난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동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누구보다 노동의 가치를 잘 아는 그의 핵심 공약은 노동 부시장제 도입이다. 시가 앞장서, 부산을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경제도 살아나고, 노동자에게 여유가 생기면 주변의 소수자, 취약계층과 연대할 여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어떤 경기부양 정책이나 복지 정책보다 노동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 부문에서 비정규직과 민간 위탁을 없애는 한편, 사회서비스 공단의 직원들을 직접고용해 고용의 안정성과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필요한 예산은 지방세 자연증가분과 특별회계 통폐합으로 생기는 1조7천억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토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항상 아무 문제 없이 잘 만들어내면서 고용 정책, 복지 정책에 필요한 예산은 항상 ‘어떻게 마련할 거냐’고 묻는다니까요. 단순하게 보면 토건 사업할 돈 아껴서 좋은 일자리 만들면 되잖아요. 저는 토건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부산을 만들 겁니다.”

박주미 후보는 “이제는 권위주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의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박주미 후보 제공
박주미 후보는 “이제는 권위주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의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박주미 후보 제공

박 후보가 정의하는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두고 ‘다투는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권력을 가진 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더는 안 됩니다.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정치를 해야죠. 그게 촛불 시민혁명의 요구 아닌가요?”

박 후보는 이 지점에서 현직 시장인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서 후보는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장군 군민들이 자체 주민투표로 반대한 원전 앞바다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 사업을 강행했어요. 1000개의 지하철 안전 관리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지하철 안전과 공공성을 훼손한 박종흠 사장을 재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정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어요.” 박 후보는 자신의 당선이 “부산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부산시민들에게 익숙한 시장은 국회의원 또는 기업 임원 출신의 소위 ‘힘 있고 돈 많은’ 남성입니다. 저 같은 노동자 출신의 여성 시장 후보가 낯설고, 심지어 받아들이기 싫은 분도 있을 테죠.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권위에 기반한 정치가 아니라 부드러운 리더십에 바탕을 둔, 소통의 정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최초의 부산시장 여성 후보를 내세우는 만큼 젠더 문제도 박 후보의 중요 관심사다. “서병수 후보가 보육·문화·복지 등을 담당할 여성 부시장을 임명하겠다고 하던데 이 제도야말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에 불과합니다. 여성이라고 경제를 담당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요? 저는 성별에 상관 없이 노동 부시장을 임명할 겁니다.” 그는 부산시 내부의 성 차별적 관행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제가 시의원이었던 2002년에는 여성 공무원에게 시의원들의 차 수발을 강요하던 악습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아직도 여성 공무원들에게 차 수발을 강요한다면 제가 앞장서서 직접 차를 타 마시는 문화를 정착시킬 겁니다. 공무원들도 다 각자 맡은 일이 있잖아요. 일하는 사람의 지위를 존중해 줘야죠.”


부산의 정치 상황은 박 후보에게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1/3 가량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부산시장부터 기초단체장,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지역 정치인은 보수 정당 소속이다. 당선이 되더라도 진보정당의 시장 혼자 부산의 변화를 이끄는 게 가능할까 싶을 법도 한데, 박 후보는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부산에서도 박근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촛불이 거세게 타올랐습니다. 그만큼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많은 거죠. 제가 시장이 된다면 구청장이나 시의원들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산시민들이 저를 시장으로 뽑아주시는 것이야말로 가장 분명한 의사 표현이니까요.”


부산/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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