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팀버너스리의 ‘솔리드’ 시도 의미

“인터넷이 불평등과 분리 되레 키워”
개인통제권의 탈중앙형 웹플랫폼 시동
시도 성공 여부는 생태계 형성에 달려
버너스리 “해커는 자유 갈망” 기대

팀버너스리가 개발하고 있는 솔리드 기술로 만들어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솔리드 기반의 인럽트를 이용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서버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도 기존과 유사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솔리드(solid.inrupt.com) 제공


“나는 항상 웹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를 보호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우는 이유입니다. 가까스로 더 나은 세상, 더 연결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모든 가치에도 불구하고, 웹은 불평등과 분열을 가속화하는 엔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중대한 전환점을 맞아,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가능하고 필수적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최근 몇년 동안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의 동료들과 협력하여 인터넷에서 개인의 힘과 영역을 회복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솔리드(Solid)를 개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팀 버너스리가 지난달 28일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버너스리는 1989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 시절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해 오늘날 인터넷을 만인의 도구로 만든 ‘웹의 아버지’로 불린다. 버너스리의 최근 행보는 소설속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비견된다. 메리 셸리의 1818년 작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만든 인조인간이 괴물로 변해 많은 피해를 일으키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북극까지 쫓아가 사투를 벌인다. 버너스리는 웹(www)이 오염으로 인해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이라며, 창조자가 앞장서 자신의 피조물을 버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


버너스리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도구로 설계한 웹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연구용이었다. 하지만 버너스리가 웹의 정신을 공개와 공유라고 강조하며 1991년 특허신청 없이 웹기술을 전면 공개한 뒤로, 인터넷은 소수 전문가의 네트워크에서 만인의 도구로 변신했다.


버너스리는 지난해 8월 <베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가 영향을 끼친 2016년 미국 대선 등을 언급하며 “눈 앞에서 핵폭탄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웹이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권을 침해하고 빈부 격차를 확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거대 기업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며 가짜뉴스가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인터넷을 꿈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독립성과 이용자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장전’이 필요하고 사찰과 검열 없는 인터넷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터넷엔 포르노와 사기 등 각종 불법정보가 넘치지만 이는 웹 이전에도 불법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짜뉴스처럼 상업적·정치적 목적으로 오염된 인터넷, 거대플랫폼 기업의 조작 대상이 된 이용자 피해 현실 등이다. 이는 이용자 부주의와 사악한 사업자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게 인터넷 설계자들의 생각이다. 인터넷의 설계 결함에서 비롯한 결과다. 인터넷의 초기 설계자, 개발자들이 인터넷을 만인의 보편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오다가 어느 순간 상업적 도구가 되고 모든 것과 결합한 거대한 네트워크로 진화한 결과의 산물이다.


인터넷 통신 규약(TCP/IP)을 만들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도 결함을 인정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1973년 인터넷을 처음 설계했을 때, 인터넷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다양한 비전과 위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수십억명 규모로 발전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라며 “다시 설계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강력한 인증과 암호화 방식을 시스템에 도입할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점 한곳만 드러나도 뚫려버리는 인터넷은 속성상 다수 이용자보다 소수의 파괴자와 공격자에게 친화적 구조라는 점에서 보안성을 높인 새로운 구조를 요구한다. 빈트 서프가 현재의 인터넷을 여전히 개방과 공유의 도구로 보고 구글에서 부사장 겸 인터넷 에반절리스트로 일하는 것과 달리 버너스리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매우 비판적이다.


버너스리는 현재 웹은 소수 플랫폼 기업이 중앙집중형 서비스로 서버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통제하는 기술구조이고, 이러한 거대 기업이 점점 더 커지면서 인터넷을 불평등과 격차 확대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가 솔리드를 활용해 개발하고 있는 웹브라우저 ‘인럽트’는 현재처럼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서비스 이용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정보가 개인저장소(pod)에 저장되고 서비스 기업 아닌 개인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웹의 설계자가 꿈꾸는 탈중앙형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향후 이용자와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생태계에 달려 있다.

그는 플랫폼 기업과 정부 통제에 반발하는 각국의 개발자, 해커, 인터넷 활동가들의 반향과 연대를 기대한다. 그는 최근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개발자들은 언제나 어느 정도 혁명적 정신을 품어왔다”라며 해커들에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자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1804년 작품 <빌헬름 텔>에서 “크고 견고하게 지어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성벽”이라며 절망하는 동료 노역자에게 빌헬름 텔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인간의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말하게 한다. 글로벌 인터넷도 너무 거대하고 견고해 난공불락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설계한 구조물일 따름이다. 팀 버너스리의 시도가 주목되는 이유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30.html#csidx6cf17273090817389264fa30e3c58e2 onebyone.gif?action_id=6cf17273090817389264fa30e3c58e2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잿빛 탄광촌의 땅에서 사회적 경제의 싹이 쑥쑥 자란다

〔폐광지역 사회적가치 포럼〕 폐특법 만료 앞두고 카지노 대안 모색 활발 강원도 4개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평가’ 연구 사회적 가치 추구할수록 경제적 성과도 높아 “사회적 경제 기업 스스로 평가 측정 나서야” 24일 강...

  • HERI
  • 2019.01.31
  • 조회수 4252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더불어숲이 되자”…신영복 선생 3주기 추모행사 열려

200여 시민들 참여 속에 성공회대서 열려 그가 떠난 자리 아쉬워하며 삶 되돌아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동시대의 삶과 다음 세대의 삶에도 오래도록 선생님이 함께 계시도록 좋은 관계, 훌륭한 관계 일구어가겠다” 박원...

  • HERI
  • 2019.01.23
  • 조회수 4447

공공성과 시민참여가 ‘커뮤니티 케어’ 성공 이끈다

[‘커뮤니티 케어’ 포럼 지상 중계] 정부, 지역사회 중심 통합 돌봄 계획 발표 “커뮤니티 케어, 사회혁신 전략으로 봐야” 공동체 참여는 커뮤니티 케어의 미래 자원 기업 사회공헌 활동과 접점 찾을 가능성 지난 12일 오후...

  • HERI
  • 2018.12.26
  • 조회수 5148

"사회적경제 플랫폼 조성 고무적"

[인터뷰] 김권성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과장 “사업의 지속성 우려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원·육성 공감대 있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물경제의 주무부처다. 주된 관심도 주력산업 쪽에 쏟...

  • HERI
  • 2018.12.17
  • 조회수 4252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경제... '커뮤니티 비즈니스' 뜬다

군산·통영 등 제조업 위기 직격탄 대기업이 먹여 살리던 시대 옛말 지역주민 직접 참여하는 경제활동 산자부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대구 ‘안심팩토리’ 28일 문열어 3개 사회적경제 기업 힘합쳐 군산도 사회적경제 네트...

  • HERI
  • 2018.12.17
  • 조회수 4292

한국 청소년 시민역량 크게 높아졌다

2009·2016년 국제 시민의식 및 시민권 교육연구 한국·홍콩·대만 청소년의 시민역량 유형화 비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09년과 2016년의 한국, 홍콩, 대만 청소년의 시민역량을 비교·분석해본 결과, 이 기간...

  • HERI
  • 2018.12.11
  • 조회수 5070

정치·경제 권력 30년…민주화 세대는 무엇을 남겼나

이철승 교수, 한국사회학회 논문 민주화 세대 오랫동안 권력 쥐어 다음 세대에 기회 자체 오지 않아 에 담긴 1989년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진군식. 리슨 투 더 시티 제공" alt="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386’은 이후...

  • HERI
  • 2018.12.11
  • 조회수 4911

열심히 달려온 사회적경제, 정책가 현장역량이 '불꽃' 일으킬 때

【제8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 현 정부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중간점검 정책 틀은 마련됐으나 현장은 획기적 변화 체감 못 해 구체화에 시간 걸리고 이에 조응하는 현장역량도 부족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으로 통합지원체제 ...

  • HERI
  • 2018.12.10
  • 조회수 3997

대출심사에 사회적 가치까지 반영하는 사회적금융 평가모형 나와

신용보증기금, 사회적경제기업 평가모형 공청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대출 위한 평가척도 개발 사회적금융과 지자체 등에서 활용될 ‘표준모형’ 지향 연말까지 최종 모형 확정,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 지난달 30일 오후 ...

  • HERI
  • 2018.12.04
  • 조회수 7259

“주거 사각지대 없애려면 ‘사회주택’이 널리 확산돼야”

[2018 사회주택포럼] ‘공급자 이익’에서 ‘주거복지’로 패러다임 전환 주거인권·공동체 등 사회적 가치 극대화에 도움 서울 시작으로 전주·시흥 등 사례 늘어나는 중 “지자체 조례에 의존 현실”…법·제도 기반 시급 지난 ...

  • HERI
  • 2018.12.04
  • 조회수 4259

“소득·혁신·공정 합친 게 포용성장…OECD도 포용혁신 말해”

[좌담] 포용성장·포용국가의 전략·과제 2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포용성장과 포용국가의 전략 및 과제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성경륭...

  • HERI
  • 2018.12.04
  • 조회수 3808

복지 지출·사회투자, 혁신과 성장에 도움

'복지국가 재구조화의 새로운 방향’ 학술대회 지난 8일 연세대에서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등의 주최로 ’복지국가 재구조화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복지 지출과 사회투자가 많을수록 사회 혁신성이 높아...

  • HERI
  • 2018.11.13
  • 조회수 4039

오연호 이사장 ‘그룬트비상’ 수상

오연호(가운데) 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이 지난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올해의 그룬트비상’을 받은 뒤 그룬트비포럼 관계자들과 그룬트비의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마이뉴스 제공 덴마크 ‘행복사회 철학자’ 기려…...

  • HERI
  • 2018.11.13
  • 조회수 4007

사회적경제 공모전 19개팀 수상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한겨레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동주최 160개 작품 접수…10일 시상 10일 오후 서울 중구 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공모전 공유발표회 및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

  • HERI
  • 2018.11.12
  • 조회수 4275

“이제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봉사를 저축해 나눠쓰는 타임뱅크

봉사시간 쌓고 꺼내 쓰도록 봉사시간 쌓고 꺼내 쓰도록 네트워크화한 사회변화 운동 80년 창안 현재 32국 500개 “도움 받는 이들 잠재력에 주목 약해지는 공동체 살리는 기능” 타임뱅크코리아 초청 6일 방한 【짬】 ‘시간은...

  • HERI
  • 2018.11.12
  • 조회수 4665

사회적경제에 ‘건강한 돈’이 흐르게 하려면…

‘2018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 현장 사회적경제 활동가 100여 명 참여 현장의 금융 사각지대 해소 방안 모색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 투자 늘리고, 사회적 금융에 대한 자기 결정권 필요” 지난 2일 세종시 조치원의 신협중...

  • HERI
  • 2018.11.05
  • 조회수 3996

[2018 아시아미래포럼] “자치분권에 근거한 균형발전 전략이 포용성장”

【2018 아시아미래포럼】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협동조합 등 지역민 주도 사업 육성 지역주민에게 혜택 돌아가게 해야” “지역, 대기업 투자유지 보다 자체적 순환경제 조성 필요” 평생학습-사회적금융 지역기금 등 지자체 지...

  • HERI
  • 2018.11.05
  • 조회수 4113

[2018 아시아미래포럼] ‘가구내 돌봄’ 점점 불가능…“기본적 사회서비스 시급”

【2018 아시아미래포럼】 불평등, 삶의질 그리고 복지국가 “생계비관-돌봄 부담으로 ‘최악 자살률’, 현금급여 외 현물급여 확충해야” “소득성장-최저임금 인상 전부 아냐, 사회적임금 등 복지확대 함께가야” 2018 아시아미래포럼...

  • HERI
  • 2018.11.05
  • 조회수 3798

[2018 아시아미래포럼] “가짜-왜곡정보 기술적 해결 한계…시간걸려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2018 아시아미래포럼】 ‘디지털 정보 식별성과 소비자 주권’ 플랫폼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이용자 미디어역량 키워낼 필요 한겨레신문사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 ...

  • HERI
  • 2018.11.05
  • 조회수 3953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피케티 “한반도 화해 놀라운 변화…불평등 극복 논의할 때”

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오전 세션 피케티·윌킨슨 교수 불평등 현상과 원인·해법 논의 오후엔 포용성장·사회투자 주제 전세계 불평등 극복 사례 소개 국외 석학 한국 도착 어제 만찬 문희상 국회의장·이낙연 총리 오늘 개막식...

  • HERI
  • 2018.11.05
  • 조회수 4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