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전지적 청년 시점으로 제안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 토론회

채용시장 현실 모르는 정책 담당자
노동조건 개선 없는 임금 지원 등
실제 청년 취업·노동엔 도움 안돼

‘양질의 일자리’ 되게 유도하고
고용보험 확대 적용 등도 필요

지난 24일 저녁, 청년들이 직접 청년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는 ’6·13 지방선거에 바란다! 전지적 청년 시점으로 제안하는 진짜 청년 일자리 대책’ 토론회가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24일 저녁, 청년들이 직접 청년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는 ’6·13 지방선거에 바란다! 전지적 청년 시점으로 제안하는 진짜 청년 일자리 대책’ 토론회가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네 꿈을 펼쳐라’라고 말하면서 사지로 내모는 것 같아요. 중소기업이 단순히 작아서 꺼리는 게 아니에요.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안 지키고 비전이 없으니까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거죠.” 지난 24일 저녁, 서울엔피오(NPO)지원센터에 모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을 하는 동안 겪었던 답답함을 토로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원한 ‘6·13 지방선거에 바란다! 전지적 청년 시점으로 제안하는 진짜 청년 일자리 대책’ 토론회에 모인 청년들이다. 이들은 당사자의 시각에서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청년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많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 교육에 참여했다는 취업준비생 정아무개씨는 “강사가 면접 대비 수업에서 ‘자신감을 갖고 웃으면서 대답하세요’ 등의 하나마나한 소리를 했다. 강사가 취업 사교육 시장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봤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적성검사와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고 취업알선도 해주는, 대표적인 청년 지원 프로그램 ‘청년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다는 박민지씨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 담당자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피상담자에게 너무 낮은 수준의 기업에 취업하라고 독촉하거나 실제 채용 시장을 잘 모르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권장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 지원금이 적고 신청 서류가 복잡해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수가 적을 뿐더러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요청하면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체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선심’ 쓰듯 여기거나, 악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에 참여한 회사에서 일했던 노아무개씨는 “업무 중에 발생한 비용도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고 휴일도 없이 일하게 하는 회사에 항의를 하니 인사과장이 ’적어도 우리는 연봉에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사들은 다 포함한다는 소리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년들은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성차별 해소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짚었다. 취업 상담 학원의 강사로부터 “25살 넘은 여성의 국내 대기업 취업은 무리”라는 말을 들었다는 한 청년은 채용 성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여성의 적성을 살리기보다는 영업지원, 경영지원 등의 한정된 업무를 맡을 것을 요구한다”며 “힘들게 취업에 성공한대도 경력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는 걸 주위의 여성들을 보며 체감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이민주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노조원은 “기업은 주로 경력자와 대졸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취업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경력을 쌓기 위해 기업에 들어가도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하거나 최저임금도 못 받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장기 취업준비생 정아무개씨는 “취업에 필요한 각종 시험의 응시료와 학원비가 부담된다”며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데 30만~40만원 가량의 지원금은 충분한 생활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사례발표에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조금 더 구조적인 해법이 제시됐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정부의 일자리 지원 대책은 한시적 소득 지원에 불과하다”며 정책의 방점이 소득 보전이 아니라 노동조건 개선에 찍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 많이 주는 직업을 선택하는 건 전반적인 노동조건이 좋고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어 있는 스웨덴 같은 국가에나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은 안정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 경험이 없거나 비정규직인 청년들이 구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일 방안으로 고용보험의 확대 적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승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제품의 품질 대신 낮은 가격을 중소기업에 요구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노동자에게 투자하기보다 인건비 삭감에 집중했다”며 중소기업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려면 “가격 경쟁에 기반을 둔 한국의 원하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차별 문제를 두고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고용률이 낮고, 취업에 성공한 여성들도 임금 차별과 경력 단절을 겪는 현재 상황을 고용노동부가 명확히 파악하고 시정과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6998.html#csidx0e187f03da7e6f2a863e232bcf948bf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한국은 약한 사람들의 고통 이해하는 나라…연대의 정신 보여달라”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 이후 2개월 메콩강 개발 감시 타이 시민단체 활동가 방한 “무조건 한국 기업·정부 나쁘다는 뜻 아냐… 참사에 책임 있는 태도 보여달라 요청하는 것” 한국을 찾은 타이 시민단체 활동가들. ...

  • HERI
  • 2018.09.20
  • 조회수 3300

“제가 바뀌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HERI-서울연구원 공동기획] 회계사 그만두고 대안적 삶 택한 김정연씨 추상과 가상 벗어나 몸 움직여 해결하는 삶 ‘비전화공방’에서 살아가는 적절한 기술 익혀 “이룬 것 아깝더라도 ‘지금 행복한지’ 물어야” 김정연씨는 ...

  • HERI
  • 2018.09.20
  • 조회수 3588

“모두 답 없다 할 때 정공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맞섰죠”

[짬]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사람 중심의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동의하는 지방자치단체장님들은 꼭 모시겠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단순한 경제 패러다임이나 경제조직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일이고, 그 일...

  • HERI
  • 2018.09.20
  • 조회수 3118

“사회적경제 교육은 신뢰와 협력의 ‘사회자본’ 쌓는 일”

[사회적경제 포럼 지상중계] ‘경제교육 패러다임 전환’ 주제로 5일 열려 정부, 나눔·공유의 가치 교육 강화 움직임 인재 양성 시스템 부족 등 한계 극복해야 “미래 세대에 다양한 가치 제시하는 일” 지난 5일 서울 영등포...

  • HERI
  • 2018.09.20
  • 조회수 3274

‘지역 혁신’ 성공사례 한 자리에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 개막 대전컨벤션센터에서 8일까지 사흘간 지역의 사례 공유하는 자리 대폭 확대 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의 참가자들이 광역지자체의 혁신성장 사례 전시를 살펴보고 있...

  • HERI
  • 2018.09.20
  • 조회수 3873

그곳에 가면 ‘마을공화국’이 있다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의 <마을민주주의 시대, 마을공화국>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 청소년 ‘동행카드’… ‘포퓰리즘’ 비판 이겨내고 전국 최초 생활임금제 도입 8년간 성북구에서 이뤄낸 ‘마을 만들기’ 역사 담아내 성북구...

  • HERI
  • 2018.08.30
  • 조회수 3181

“라오스댐 붕괴는 분명한 인재” 아시아 시민사회가 움직인다

타이·일본 이어 국내 단체들도 성명 발표 “책임 가장 큰 한국이 더욱 적극 나서야” ‘피해 조사에 독립된 제3자 참여’ 한목소리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 움직임 주목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라오...

  • HERI
  • 2018.08.10
  • 조회수 3725

“협동조합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안적 기업”

‘일의 미래와 노동자협동조합’ 국제컨퍼런스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원리 협동조합 돌봄·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가능 파산 위기 기업 인수하는 사례도 늘어 조합원 사회보장권 등 제도 보완은 과제 지난 12일 오후, 서...

  • HERI
  • 2018.08.02
  • 조회수 4072

장하준 “앞으로 3~4년 적자 보더라도 복지지출 과감히 늘려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세금은 부담 아닌 회비, 복지서비스 공동구매하는 것”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포럼에서 강연하는 장하준 교수. 사진 신소영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 HERI
  • 2018.07.26
  • 조회수 3969

“더 과감해지지 않으면 성장과 삶의 질 둘 다 놓치고 말 것”

‘장하준 초청 포럼’ 현장 중계 “혁신과 경제성장은 100미터 달리기 아닌 ‘축구’, 경쟁하며 결국엔 협력하는 팀 경기나 마찬가지” 정치권, 재정지출 확대 주장 등으로 호응 나서 김경수, “포괄적 산업정책 구상 추진할 것”...

  • HERI
  • 2018.07.26
  • 조회수 3861

“촛불 집회는 직접 민주주의 확산 이끈 성공한 혁명이죠”

[짬] 경희대 미래문명원 임채원 교수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촛불집회는 인류 역사에서 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사건입니다. 또한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부분에서도 성장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요. 한...

  • HERI
  • 2018.07.20
  • 조회수 4255

임팩트 투자 시장을 키우는 ‘숨은 조력자’

영국 BSC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 인터뷰 1조2천억원 규모로 조성된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 중개기관에 자금 지원하거나 교육 프로그램 제공 평균 수익률 4~6%대로 시중 금융상품에 안 밀려 “기금 설립·운영도 사회 문제 해결에 ...

  • HERI
  • 2018.07.19
  • 조회수 3974

“좋은 일은 더 폼나게” 유튜버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가 된 사연

동창 둘이 만든 크리에이터 그룹 ‘데블스TV’ 29만 팔로어에 최고 조회수 500만 인기몰이 ‘약자 혐오’ 없는 청정 콘텐츠로 호평 광주 발산마을 ‘할매들’과 함께 마을 가꿔 김영빈씨가 97세 할머니로 분장하고 광주 발산마을...

  • HERI
  • 2018.07.17
  • 조회수 4645

“기술발달로 일이 변하는 시대, 협동조합 더 중요해졌다”

【짬】 국제협동조합연맹 롤런츠 사무총장 브루노 롤런츠 국제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협동조합은 전 세계 노동자의 10%를 고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협동조합의 기여는 일자리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임금과 처우면에서 노동...

  • HERI
  • 2018.07.17
  • 조회수 3472

시민을 수혜자에서 설계자로…사회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제3차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지역 중심의 포용적 경제개발 성공엔 ‘협력과 연대’의 사회적경제 가치 중요 영국 람배스협동조합자치구 사례 등 주목 “시민사회 눈높이 맞춘 전략 필요한 때”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 HERI
  • 2018.07.17
  • 조회수 3752

"양적 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기본 가치에 집중해야"

13∼15일 사흘간 대구서 최대 규모로 열려 ‘100인위’·‘활동가 좌담회’ 등 풍성한 행사 “정부 지원과 새로운 시도 중요성 인정하되 뿌리인 주체성·자발성 더 키워가야” 다짐 지난 13일∼15일 대구광역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

  • HERI
  • 2018.07.17
  • 조회수 3454

노 “최저임금 올라도 고용 안줄어”…사 “자영업 더이상 못버텨”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토론회 노동-경영계 목소리 들어보니 ‘1만원-동결’ 인상폭 놓고 이견 팽팽 노동계 “임금 오르면 소비도 늘어 최저임금 경제영향 뚜렷하지 않아” 경영계 “자영업자 수익 한계상황 통계 해석보다 현장의 ...

  • HERI
  • 2018.07.13
  • 조회수 3762

사회적기업 진흥원장 오른 ‘1세대 사회적 기업가’

김인선 전 동부여성발전센터장 2000년대 초 ‘사회적 경제’ 투신 취약계층 고용 돕는 기업 만들어 “현장 당사자들에 귀 열겠다” 지난 9일 취임한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무실...

  • HERI
  • 2018.07.13
  • 조회수 3572

평창올림픽이 우리사회에 남긴 유산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주최 ’포스트올림픽 포럼’ 평창올림픽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평화’ 사후시설활용과 환경파괴는 풀어야할 숙제 강릉KTX로 인구 이탈 현상 보수적인 영동 지역의 정치사회적 의식 변화도 기대돼 평창동계올림...

  • HERI
  • 2018.07.10
  • 조회수 4208

가지지 않아도 주인 되는 ‘공동체 아파트’…주거 패러다임 바꿀까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 지난달 견본주택 열고 입주 조합원 모집 시작 사회적기업 건설·운영 주관, 낮은 임대료 장점 아파트 공동체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기여까지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위스테...

  • HERI
  • 2018.07.09
  • 조회수 4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