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마리아나 마추카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

MARIANA MAZZUCCATO
MARIANA MAZZUCCATO

20201202502328.jpg


“국가는 문제 해결사가 아니라 가치 창조자가 돼야 합니다.”


2일 열린 ‘2020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기조강연자로 나선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치 창조자로서의 공공의 역할과 혁신에 관한 통찰’ 강연에서 국가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2013)와 <가치의 모든 것>(2018) 등 대표적 저서를 통해 국가와 기업의 가치 창출과 분배 문제를 다룬 학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가격 이외에 가치를 정의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가치를 창출하고 누가 착취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는 조지프 슘페터의 전통을 이어받은 학자답게, 그는 이날도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는 주체로서의 국가’를 강조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기업이 주주 이익에만 봉사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ism)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며 “정부도 불완전 경쟁이나 정보 비대칭, 환경 오염 등 시장의 여러 부작용을 정책으로 고치려 했지만 현실에서 실패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금융과 자산시장으로 각종 부가가치가 몰리고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 대신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며 △노동 생산성과 견줘 노동자 임금이 여전히 낮고 △환경 오염과 같은 외부 효과를 통제하지 못하며 △국가가 이를 해결할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역할이 단순한 시장 보조가 아닌 공공의 목적과 가치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새 역할은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역량을 키우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여기서 마추카토 교수는 시장이 정한 가격 이외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자신의 ‘가치이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 가치 있는지 토론하지 않으면 시장의 가격이 곧 가치가 된다”며 ‘누가 생산하고 누가 소유하는가’(불평등), ‘무엇이 계산에 포함되는가’(국내총생산), ‘상품의 가격 책정에 얼마만큼 접근할 수 있는가’(의약품 가격) 등을 질문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봤다. 국가의 역할을 공공지출과 재분배로만 한정했던 지난 담론들과 차별화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마추카토 교수가 본 국가의 역할은 ‘임무’(mission)를 통해 모든 분야에 걸쳐 도전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프로젝트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과 친환경 성장을 자신의 임무로 삼은 영국 정부와 공공 투자 목적의 은행을 설립한 스코틀랜드 정부를 예로 들며 “이런 시스템 안에선 위험과 보상을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특히 의약품 가격 인하와 데이터 공유, 기후변화 방지 등 공공의 목적에 국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코로나19로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각국 정부가 직원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권고한 사례도 이런 맥락이다.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상상하고 현실화하고 평가할 것인지 그 방법론을 바꿔갈 때 혁신이 시작됩니다.” 마추카토 교수가 한국 사회에 던진 당부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2491.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기본소득 통해 양극화 해소” “복지체계 재편·확대부터”

재원 등 기본소득 두고 논쟁 급물살 고용보험 확대 등 우선순위도 쟁점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책’으로서 기본소득은 이미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기본소득당, 녹색당, 미래당, 여성의당 관계자들이 202...

  • HERI
  • 2021.03.10
  • 조회수 2190

재난지원금 소비진작 확인…‘보편이냐, 선별이냐’ 단정 어려워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재난지원금의 효과 1차지원 효과 두고 분석기관 편차 KDI “30% 수준 소비증가 있다” 경기도 “지급액 대비 1.85배” ‘보편-선별’ 떠나 기본소득 의제화 지난해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

  • HERI
  • 2021.03.10
  • 조회수 2087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대담 l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김두관 “기본자산, 청년들의 공정한 출발선 보장” 용혜인 “기본소득, 자산불평등 해소에 더 효과적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지 12일로 만 1년...

  • admin
  • 2021.03.10
  • 조회수 2166

“토지·공기처럼 ‘모두의 몫’ 나누자는 게 기본소득 정신”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인터뷰 코로나 사태로 사회 과제 표면화 해결 방법으로 ‘기본소득’ 떠올라 최우선 과제는 불평등 해소 부동산 투기엔 국토보유세 기후위기 대응엔 탄소세 부과해야 1인당 10만원 지급 투기억...

  • admin
  • 2021.03.10
  • 조회수 1536

경기도 하반기 농촌기본소득 실험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실업자·빈곤층 등 특정 집단 아닌 특정 지역 모든 주민에 보편적 지급 다음달 지역·기간·금액 등 발표 농촌소멸 막기 위한 전향적 정책 대상 선정 갈등 최소화 과제 타 정책·복지급여 교통정리 등 ...

  • admin
  • 2021.03.10
  • 조회수 1948

소멸·기후위기에 ‘겹시름’…“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기후위기 시대 농촌’ 주제로 열려 “농민들은 기후변화 직접 피해자 소득 안정돼야 생태적 전환 가능” 가족 단위 소농·여성 농민 등 정부 농업 지원 정책에서 소외 지원 기준 ‘개인’으로 전...

  • HERI
  • 2021.03.08
  • 조회수 1794

제주서 사회적경제 정책워크숍…“지역 기반 기후위기 대응 필요”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네트워크 조직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 시대 사회적 경제의 공동 대응 방안 모색 17일 제주도 제주시 휘슬락호텔 스카이락홀에서 열린 ‘2021년 사회적경제활...

  • HERI
  • 2021.02.18
  • 조회수 2286

재난지원금 효과 어땠길래?…‘전국민’ 지원 논쟁 다시 수면 위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두고 ‘보편이냐, 선별이냐’ 논쟁 재연 ‘전국민’ 지원 효과 놓고도 갑론을박 KDI “1차 소비진작 효과 30% 불과” 경기도는 “10만원 받고 18만원 써” 주장 “선별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효과적...

  • HERI
  • 2021.02.08
  • 조회수 2552

농촌 마을에 청년 예술가들이 ‘북적’…부여 규암면에 무슨 일이?

청년 공예인과 지역사회 간 협업으로 지역사회 활성화 ‘123사비 청년 공예인 창작 클러스터 조성사업’ 눈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

  • HERI
  • 2021.02.05
  • 조회수 3044

‘모두에게 다달이’ vs ‘일정 시기에 목돈으로’ 불평등 사회 해법, 기본소득일까 기본자산일까

여야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열띤 논쟁 불평등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의제가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다. 모든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인생의 특정 시점...

  • HERI
  • 2021.02.02
  • 조회수 2091

시민·전문가·공기업 의기투합…“폐광지역 문제 해결해요!”

강원랜드, ‘리빙랩’ 방식 폐광지역 문제 해결 나서 2기 시민혁신단과 손잡고 5개 분야 20개 최종 솔루션 도출 “시민 아이디어 사업계획에 적극 반영…3기 혁신단도 구성 계획” #1 2006년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고한...

  • HERI
  • 2021.01.28
  • 조회수 2954

줄세우기식 선별적 산업정책을 버려야 산업이 산다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지난해 5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 산업정책 간담회 및 산업·기업 대응반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나라로 인정받...

  • HERI
  • 2021.01.25
  • 조회수 2549

‘모두를 위한 경제’의 열쇠, 콤무니타스와 ‘중재자’로서의 시장

이탈리아 시민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 경제와 시장, 행복에 관한 성찰 담은 책 두권 펴내 “근대경제학이 ‘무상성’ 의 존재 외면한 것이 오늘날 만연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불안의 근원” ‘인간적 경제’, ‘모두를 위...

  • HERI
  • 2021.01.06
  • 조회수 2521

협동조합의 ‘큰 손’ 농협, 농촌 돌봄서비스의 ‘큰 손’으로 나서길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여주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경제 조직 비중은 6%로 아직 미미해 정부의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 발표 농협의 농촌형 돌봄 활성화 정책 기대 의료복지사협 설립의 자금 문턱을 낮추기 ...

  • HERI
  • 2021.01.05
  • 조회수 2797

일자리 창출∙상생…2019년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성적은?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공성과 수익성 동시에 잡은 한수원, 사회적 가치 지표와 경영실적에서 높은 평가 받아 올해는 채용비리·중대재해 발생 방지 위해 안전 및 환경, 윤리경영 지표 엄격히 평가 사회적 가치 평가 수용성...

  • HERI
  • 2020.12.30
  • 조회수 3230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 더 깊어져…“국가 대개조 차원의 전환 필요”

대담: ‘지역균형뉴딜’ 어떻게 할 것인가? 김사열 균형위원장 vs 이광재 국회의원 참여정부 ‘국가균형발전 선언’ 16년째 세종시·공공기관 이전은 성과였지만 수도권 집중화 여전, 불균형 더 심화돼 김 “경쟁·공모 등은 여건 좋...

  • HERI
  • 2020.12.28
  • 조회수 3038

국가가 인내자본이 되어 금융의 단기실적주의를 극복하자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금융권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자본주의는 스피드를 추구한다 “스피드가 힘이다”, “빠름은 강함을 이긴다.”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

  • HERI
  • 2020.12.23
  • 조회수 2814

지역소멸 막기 위해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 HERI
  • 2020.12.23
  • 조회수 2669

‘기후위기의 증인’ 농부들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업

농부시장 마르쉐, 페이지명동에서 첫 상설 판매 마르쉐 농부 이야기 내달 17일까지 이어져 31.4일, 7개, 54일. 각각 2018년 폭염일 수, 2019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수, 2020년 장마일 수다. 모두 관측 이래 최장·최다 기록...

  • HERI
  • 2020.12.23
  • 조회수 3341

지역균형 뉴딜이 ‘뉴’딜이 되려면

[기고]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균형 뉴딜 추진 방안’은 그 필요성을 “대부분의 뉴딜사업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점을 감안”해서라고 설명했다. ...

  • HERI
  • 2020.12.21
  • 조회수 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