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교육 안받는 청년 미취업자 ‘니트’ 200만 시대
능력부족·취업준비·자발적 구직포기 등 원인 제각각
전문가들 “취업률 높이기에 급급하지 말고
청년 삶 자체 안정시킬 사회보장정책 필요”
지난 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서형수·박주민 의원실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공동 주관으로 ‘청년 니트 200만 시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huni@hani.co.kr
지난 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서형수·박주민 의원실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공동 주관으로 ‘청년 니트 200만 시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huni@hani.co.kr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옛날 공산주의권에서 자주 쓰인 표현이라고 한다.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자본가를 겨냥하기 위해 쓰인 말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일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쯤으로 해석된다. 흔히 이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f Trainng)'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들을 뜻하는 이 말에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와 구분해, 구직을 자발적으로 그만뒀다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이 때문에 니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나약하고 게으르고 꿈 없는 청년으로 비치기 일쑤다.

하지만 니트라고 해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만 같을 뿐, 발생 원인도 다양하고 각자 처지도 다르다. 일할 능력이 떨어져 구직을 포기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수익 없는 예술가 등 자발적 니트족으로 분류되는 사례도 있다. 평균 취업기간(12.5개월) 내의 일시적인 구직활동 정지자, 5년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장기지속형, 5년에 2차례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반복형으로 나뉘기도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청년 니트를 전통적 실업자, 사회적 단절자 등 5가지로 유형화해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에서도 니트가 발생한 사회적 원인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의 니트를 청년 인구의 18.5%(2014년), 즉 청년 5명 중 1명이 일자리 없이 교육도 받지 않는 상태로 파악할 정도로 청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일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서형수·박주민 의원실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한 ‘청년 니트 200만 시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주요 청년정책을 취업·고용 중심에서 사회보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청년이 고용안전센터에 가면 상담사가 일자리를 위한 서류 유무, 토익점수나 경력을 묻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이번 달 월세를 낼 수 있느냐를 먼저 묻는다”며 “청년정책이 일자리, 취업에만 국한돼서는 안 되고 보장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청년정책 대상이 ‘일하는 청년’이라, 니트는 정책의 사각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청년정책인 ‘취업 성공 패키지’는 청년이 직업교육을 받으면 훈련수당과 구직활동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저소득층은 지원도 할 수 없고, 훈련을 받더라도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나, 인천·경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중소기업 취직시 임금 일부 지원제도 역시 근본적인 청년 대책이 되지 못한다.

유럽연합도 10여년 전엔 벨기에의 청년 의무고용 정책 ‘로제타 플랜’같은 고용 중심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수혜자는 소수에 불과했고 고용 확대도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이에 유럽연합과 국제노동기구(ILO)는 청년 취약층과 사회적 배제 집단을 우선 정책대상으로 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국제협력개발기구는 니트를 청년 우선 정책지원 그룹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탄생한 정책이 유럽연합의 ‘청년보장정책’(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이다. ‘서울시 2020 청년 기본계획’의 롤모델로 알려진 이 정책은 교육을 마친 학생이 실업을 겪지 않도록 돕고, 니트가 취업을 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다. 2014년부터 유럽 19개국에서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라마다 다르다. 스페인은 니트만 지원하는 반면, 프랑스는 18~26살이면 누구에게나 청년수당 ‘알로카시옹’을 매달 452유로(약 58만원)를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핵심은 청년들의 취업률을 올리는 데만 국한하지 않고,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책이 설계돼있다는 점이다.

청년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면 복지 혜택을 주는 정책이 과연 청년의 소득을 보장하고, 청년의 삶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소득보장은 소득보장대로 하고 고용을 위해선 고용정책을 펴, 고용과 복지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는 ‘투자의 원리’보다 시민의 권리를 국가가 적절한 수준으로 책임지는 ‘보장의 원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취업률 위주의 청년정책을 비판하며 니트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김 팀장은 “고용, 복지 분야뿐 아니라 주거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책, 부채 절감, 청년 공간 조성, 사회적 관계 지원 정책 등”을 제시했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h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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