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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방식의 에너지 자치분권 주목
주민이 소유하고 지역에 혜택 돌아가도록
3개 지방 정부협의회 에너지 전환 공동선언

45개 자치단체로 구성된 3개의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을 열어 자치분권에 입각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공
45개 자치단체로 구성된 3개의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을 열어 자치분권에 입각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공

“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일등공신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과 지원이었다.” 지난달 29일 대전 봉명동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에서 이창수 안산시민 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이 강조한 말이다. 안산시민 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3년 5월 경기 안산 중앙도서관 옥상에 만든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개의 햇빛발전소를 세웠고, 18호 발전소까지 건립 혹은 추진 중에 있다.

햇빛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비용은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출자금으로 충당된다. 10만원부터 많게는 3000만원까지 출자금을 낸다. 전국적으로 30개가 넘는 햇빛발전협동조합 중에서도 발전설비 용량이 사업 자립의 최소 규모인 1MW(1천KW)에 이른 유일한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해 조합원들에게 연 4%의 배당금을 준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유독 안산에서 잘되는 비결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사실 햇빛발전도 새로운 데다, 시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방식도 낯설어 다른 지역에서는 확산이 잘되지 않고 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워크숍에서 “안산의 목표는 2030년까지 원전 하나 줄이는 것이다. 민간의 노력과 함께 공무원과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10월24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22.5GW인 원전 발전설비 용량은 2038년 16.4GW로 감소한다. 줄어든 원전의 발전량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돼, 현재 7%인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030년까지 20%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은 지자체와 협력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중앙집중적인 석탄·원자력 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는 지역과 연계된 분산형 방식으로 보급되기 때문이다. 발전단지에서 대용량으로 발전해 도시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전원을 전력 수요가 있는 지역 근처에 분산해 배치한다. 따라서 지역별 발전계획이 수립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 방식이 논의되어야 한다.

전국 45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3개의 지방정부협의회가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을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회장 제종길 안산시장),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회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자치분권 지방정부협의회’(회장 김윤식 경기 시흥시장) 등 3개의 지방정부협의회가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치단체장, 공직자, 전문가 등 150여명이 참여해 1박2일 동안 열띤 논의를 통해 대안을 고민했다.

로컬푸드처럼 지역이 생산하고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전환

임경수 전북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로컬푸드처럼 에너지도 지역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대안적 지역발전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의 여건에 맞게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고 이용하면서 자원을 순환시키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도 “에너지 전환의 수익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지역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자”며 독일과 덴마크 예를 들었다. 독일은 보급된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 63GW 중에서 32GW에 시민들이 투자하고 있으며, 덴마크는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의 70%에 시민들이 투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역 주민들이 소유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의 지역 자산화, 주민참여, 사회적 경제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원구원이 지난달 29일 열린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에서 신정부의 지역자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기초지자체의 대응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공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원구원이 지난달 29일 열린 ‘함께 만드는 에너지 분권시대’ 워크숍에서 신정부의 지역자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기초지자체의 대응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공

주민들의 지역 에너지 참여는 소유와 운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주민 주도로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생활 연구실’ 리빙랩(living lab)에서 활동하며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서울 상도동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의 마을연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소영 에너지자립마을 대표가 2015년 마을 안에 차린 연구실엔 현재 마을연구원 49명이 사용자의 관점에서 태양광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미니태양광 자체제작(DIY) 시제품을 개발하고,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서도 벽에 구멍을 뚫지 않는 플랫 케이블(Flat Cable)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마을연구원들이) 행정기관에 민원을 어떻게 제기할지를 주로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주민들의 상상이 일상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마을연구원이 되어갔다”고 했다.

지방정부협의회는 이렇게 주민이 중심이 되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선언문을 통해 자치분권에 입각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에너지 자치분권이 실현되고 사회적 경제 방식의 에너지생산과 소비가 증가하면, 지역에 적합한 에너지 수요관리가 가능해지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엮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계획·실행·책임의 지방정부 이양 △지방정부 역할 확대와 지방정부의 에너지 행정체계 구축 지원 △포괄예산제 및 지역 에너지 전환 지원금 신설 △신재생 에너지 발전 허가 권한 이양 △지역 단위의 지역 에너지공사 또는 지역 에너지센터 설립 지원 등을 제안했다.

글·사진/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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