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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타버스 기업’ 선언
PC통신→인터넷→모바일 진화처럼…“메타버스는 다음 단계”
새로운 인터넷 기대에 페이스북의 ‘곤경탈출 수법’ 비난도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28일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서 홍보 영상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로 등장시켜 펜싱을 하고 동료들과 카드 게임을 하는 등 메타버스 가상현실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메타 제공.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28일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서 홍보 영상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로 등장시켜 펜싱을 하고 동료들과 카드 게임을 하는 등 메타버스 가상현실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메타 제공.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을까?


월간 이용자 27억명의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이 최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페이스북 커넥트2021’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서, 메타버스를 소셜미디어의 미래로 제시하고 사명 변경과 새 로고, 미래 사업방향을 밝혔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소셜 미디어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을 만드는 회사”라며 “메타버스는 우리가 시작할 때 소셜 네트워킹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개척지”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올인 배경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헤드셋 기기(HMD) 제조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비트게임스, 산자루게임스, 빅박스VR, 다운푸어 등 가상현실 게임업체들을 잇따라 사들이며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의 내부 고발로 기업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명 변경을 통해 추락한 이미지를 벗어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미국 언론들은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가 알트리아로, 항공사 밸류제트가 1996년 추락사고 뒤 에어트랜으로 개명한 것을 거론하며 사명 변경을 통한 스캔들 탈출 시도 기업에 페이스북을 포함했다.


‘미래기술’ 엇갈린 전망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사들이 주도하던 공간에 페이스북, 네이버 등이 뛰어들면서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비비시(BBC)>는 스마트폰의 출발점이 1980년대 휴대전화인 것처럼,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미래일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메타의 최고제품책임자(CPO) 크리스 콕스는 “기술은 나중에 구현될 상태보다 훨씬 낮은 해상도에서 출발하곤 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1980년대 피시통신이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 인터넷으로 계속 진화했는데, 다음 단계는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넷은 피시·모바일 모두 액정화면에 머물러 있었지만 메타버스는 모니터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형태의 기술이 구현되는 미래를 의미한다.


하지만 미래기술로 기대를 모았던 입체(3D)화면, 아바타, 세컨드라이프,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이 실패한 것을 보면 메타버스 또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의 과장광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이냐, 가상이냐

게임학자인 이안 보고스트 워싱턴대 교수는 지난달 <애틀랜틱>에 ‘메타버스는 나쁘다’는 기고를 실어,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놀이에 대한 선정적 명칭”이라며 “인터넷과 연결된 헤드셋 속 세상이 아니라 권력과 통제에 대한 거짓된 환상일뿐”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대중이 원자(아톰)를 전자(비트)로, 물질을 상징으로 대체하도록 유인해 궁극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물질세계 대신 멋진 가상 세계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한 가상세계는 서비스 기업의 돈벌이 수단과 소비의 블랙홀이 된다.


<가디언>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를 비롯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이 현실 세계를 망쳐놓고 메타버스와 화성 등으로 탈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으로 민주주의 사회를 오염시켜온 사실이 드러나 곤경에 처하자, 저커버그는 거짓된 세계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메타버스를 들고나왔다는 비판이다. 빅테크 경영자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메타버스’의 과제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고비가 적지 않다. 소셜미디어기업 유하이브의 스티브 카힐은 이달초 <미디엄> 기고에서 메타버스의 구현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탈중앙화를 통한 완전한 자유, 부의 분배를 통해 모든 사용자에게 보편적 소득 제공, 사용자들이 공론장에서 정책을 통제하는 민주적 제도 등이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페이스북과 같은 특정 서비스나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플랫폼이어야 한다. 저커버그도 “메타버스는 한 기업에 의해 단기간에 구축될 수 없다”며 외부와의 협력을 약속했고 메타버스의 책무성 강화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은 최근 비영리단체에 5천만달러(약 600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쌓아온 이미지와 흔적은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시대를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던진다. 페이스북은 애초 실명 계정을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성장해왔다. 별명도 못쓰게 하고 실명을 요구해온 페이스북이 기존 방침과 반대되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 메타버스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실행을 비롯해 모든 콘텐츠를 내부에 둔 채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닫힌 플랫폼’이다. 개방성과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플랫폼이 미래의 인터넷을 꿈꾼다 해도 구현되기 어렵다. 페이스북은 허위 조작정보의 확산 플랫폼으로 지목받을 때마다 곤경 벗어나기용으로 변명과 사과를 거듭해왔지만, 근본적 대책과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해 점점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내부 고발과 사회적 책임에 눈감아온 기업이 공동의 규약을 통해 건설해야 할 미래 인터넷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것도 신뢰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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