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21 아시아미래포럼>
세션1
시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경제

참여 민주주의가 사회적 경제 강화
이를 체화할수 있는 교육과정 필요

서울 성북구·도봉구 등에서
주민 참여 경제생태계 구축했지만
사회적 기업 영세성 등 한계도
정부의 일자리 지원책 개선 필수

불평등·양극화·기후위기 등
사회적 경제가 거시적 혁신자 돼야

2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첫 세션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에서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가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이 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정원각 경남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첫 세션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에서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가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이 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정원각 경남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사회적 경제는 경제 민주화의 과정이다. 자본이 우리 사회의 일부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첫 세션 ‘시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경제’에서 캐나다 칼 폴라니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인 마거릿 멘델 캐나다 콩코디아대 교수는 시장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전통적 경제학을 비판한 정치경제학자 폴라니의 말을 인용하며 “이러한 모든 과정이 사회적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멘델 교수는 ‘사회적 경제 발전과 시민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사회적 경제를 ‘협동조합’이나 ‘비영리 기관’ 등으로 규정해왔지만 실제로는 “더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사회적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시민사회가 이 정부 바깥에서 ‘로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안에서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멘델 교수는 퀘벡주의 대표 도시 몬트리올에서 정부가 ‘정부 안’에 토론의 장을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2013년 사회적 경제법이 퀘벡주 의회를 통과하는 데에 2년 이상이 걸렸는데, 이때 부처 관계자뿐 아니라 연구자, 협동조합연대, 사회학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초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멘델 교수는 “참여민주주의가 사회적 경제를 강화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자신의 희망, 또는 요구 등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멘델 교수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 구현의 기초에는 “공공 포럼, 대중에 대한 교육”이 있다. 사회적 경제를 체화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고교 교육 과정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영리 기관뿐 아니라 협동조합의 성공적 모델이 무엇인지 같은 것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멘델 교수는 이날 캐나다 현지에서 영상 연결을 통해 포럼에 참여했다.

‘주민 중심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의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성북구청장 재임 시절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성북구 마을 사회적 경제센터 조성 사례를 소개하며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모이고 움직이려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리딩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공공적 지원 체계 구축이 시작이다”라고 했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의 구축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아직) 중앙정부에 법이 없어서 애를 먹었지만 이런 지방정부의 노력이 중앙정부의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통과되면 더욱더 날개를 달고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지방정부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노력과 한계’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도봉구의 사회경제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바느질 제품을 생산하며 지역 장년층 여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목화송이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이 구청장은 사회적 경제 활동의 성과로 사회적 경제 기업의 양적 성장, 지역 내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 강화, 제도적 기반 및 행정지원체계 구축, 사회적 관심 증대 등을 꼽으면서 ‘한계’도 명확히 제시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 규모의 영세성, 자생력 부족, 정부 의존성, 기업 주체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강화 필요성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적 경제 정책 진단과 평가’를 주제로 발제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정부의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 방안 가운데 일자리 지원 정책의 개선 방안을 특히 강조했다. 예컨대 김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기업 인증 뒤 5년 안에 3년만 지원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고용촉진장려금 제도를 확장해 사회적 경제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열어주자”고 했다. 그 밖에도 △사회적 경제 인턴십 및 일 경험 프로그램의 확대 △불안정 노동을 위한 사회적 경제 기업의 역할 지원 △자본투자자 기업의 사회적 경제 기업으로의 전환 지원 △사회적 경제 기업 독립성 강화를 위한 매칭 보조금 제도 등을 함께 제안했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정원각 경남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이 참여했다. 권익현 군수는 대표적으로 ‘서남해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구성 사례를 소개했고, 김보라 안성시장은 사회적 경제 조직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을 자금, 사람, 판매, 공간 측면에서 소개했다. 일부 토론자들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이어갔다. 정원각 센터장은 현재 사회적 금융 기관과 자금이 서울, 수도권에 몰리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협동조합의 금융업 허용 등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을 주장했다. 이의헌 대표는 사회적 경제에서조차 기업 성장 패러다임이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무적 가치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을 보니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고 돈과 금융 그리고 엘리트들이 중심이 되는 게 현재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강민수 위원장은 사회적 경제가 불평등, 양극화, 기후위기 등 각종 문제에서 “거시적 혁신자로서 자기 미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61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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