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짬】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심명숙 지부장


심명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 사진 양은영 선임연구원

심명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 사진 양은영 선임연구원

신천지와 콜센터.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전 국민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매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천지와 콜센터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요. 좁은 공간에서 마주 보며 앉아 계속 통화하고, 바깥소리가 들어가면 컴플레인(항의)이 들어와 창문도 못 열어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명숙(4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의 설명이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수의 상담사가 일하는 콜센터 업무 환경이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전화통화라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도 현실적으로 어렵단다.


그는 콜센터 상담사의 열악한 처지도 지적했다. “구로 콜센터 첫 확진자는 오후 4시께 관리자에 발열을 보고했어요. 하지만 어떠한 조처도 받지 못한 채 6시까지 업무를 계속하고 퇴근했죠. 노동자를 쥐어짜내는 구조인 콜센터에서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5일 현재 해당 콜센터를 통한 확진자는 158명에 달한다.


해법은 없을까. 심 지부장은 “원청이 책임을 다해야”라고 말했다. “이번 구로 콜센터 원청인 보험사는 사건 이후에도 안일하게 대처했어요. 서울 중구에 있는 센터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발생해 상담사들이 폐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자가격리를 요청한 사람조차 말이죠.” 그는 원청에 항의방문을 가도 직원들 상당수가 재택근무 중이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된다며 씁쓸히 웃었다.


사실 심 지부장이 소속된 다산콜센터는 상황이 낫다. 2007년 서울시 통합민원센터로 설립된 뒤 여느 콜센터처럼 민간 위탁방식으로 운영됐지만, 2017년 120다산콜센터재단 소속으로 전환됐다.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직접고용으로 바뀐 데는 2012년 설립한 노조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서울 구로콜센터발 확진자 158명


“발열 신고하고도 2시간동안 근무”


“콜센터 원청 책임있는 자세 보이고


정부는 최소 업무공간 등 법제화를”


‘다산’ 16일부터 업계 첫 재택근무


“개인사업자 고용확산 빌미 안돼야”


“노조 유무는 차이가 커요. 저희도 처음 노조를 시작할 때 ‘휴가만이라도 제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가입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병가나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꿨죠. 주말 근무도 강제하다시피 했고, 업무테스트에서 틀리면 받아쓰기를 했어요.”


현재 다산콜센터는 점심시간을 빼고도 하루(8시간)에 휴식시간으로 한시간을 보장받는다. 불필요한 업무테스트도 없앴고, 호봉제가 적용돼 경력도 인정받는다. 하루 3시간 콜타임(상담시간 합계)과 시간당 평균 9통 통화 등 기본요건을 충족하면 승진 대상에 오른다. 이러한 변화로 상담사들의 만족도를 높였고 이직률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부터는 이런 변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른 콜센터의 노조조직화와 교육에 적극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도 관리자들이 화장실 가는 순번도 관리하고, 서서 고함치는 현장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콜센터 회사나 원청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테고 결국 노동자들이 움직여야죠.”


다산콜센터는 지난 16일부터 공공콜센터 업계 최초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심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반응도 좋고 응대율도 떨어지지 않아 무리 없이 정착중이라며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우려도 표했다. “당장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또 다른 특수고용직 노동시장이 형성될 수 있어요. 재택으로 업무가 가능한 콜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고용계약을 맺는 거죠. 특수고용단계로 넘어가면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겁니다.”


심 지부장은 콜센터 업무환경과 관련한 법적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영업을 위해 소방안전 시설 구축이 필수인 것처럼, 인당 최소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 등을 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런 강제가 없다면 콜센터 업체 스스로 비용을 들여 ‘변화’에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직접고용으로 가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여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34420.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노벨경제학상 크레이머 “한국 지자체의 기본소득 정책실험 강력 지지”

2020 아시아미래포럼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마이클 크레이머 작년 노벨경제학상 크레이머 교수 화상인터뷰서 정책실험 가치 강조 “팬데믹시대 확장 재정 다양한 계층으로 실험 확산시켜야” 새달 아시아미래포럼서 강연 예정...

  • HERI
  • 2020.11.24
  • 조회수 1284

땅 짚고 헤엄치는 금융산업, 독과점 해체로 혁신을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여의도 증권가. <한겨레> 자료사진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들어가고자 하는 직장으로 매년 신입사원 경쟁률이 100대 1을 웃돌고 있다. 이는 금융산업이 경제에서의 위...

  • HERI
  • 2020.11.23
  • 조회수 2355

“지역과 수익 나누는 금융기관 ‘건강한 공동체’ 원동력이죠”

[짬] 캐나다 커뮤니티 포워드 재단 도브잔스키 이사장 크리스 도브잔스키 대표. 그는 캐나다 최대 신용협동조합인 밴시티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캐나다 시민은행 대표를 지낸 임팩트 투자 전문가이자 사회연대금융 분야의 세...

  • HERI
  • 2020.11.20
  • 조회수 1581

금융부터 판로지원까지…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밑그림 나왔다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 연구 중간보고회 열려 워크숍·설문조사 등 지역 현장 의견 수렴 과정 거쳐 2025년까지 추진할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올해말 수립 예정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에서 ‘경기...

  • HERI
  • 2020.11.11
  • 조회수 1427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시대…지역간 불균형 어떻게 해결할까?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9일 개막 국가균형발전위원회·산자부 공동 주최 지자체와 공기업, 시민사회 머리 맞대 ‘한국형 뉴딜’ 균형발전의 길 모색 집행 방식 고민·정책 대안 등 제시 개막세션 발제를 하고 있는 김사열 ...

  • HERI
  • 2020.11.11
  • 조회수 1477

일자리부터 기후위기 대응까지…지역 혁신으로 가는 ‘플랫폼’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실행의제 선정 코로나·환경 위기 극복 아이디어 다수 지역활성화·환경 두 마리 토끼 잡기 자전거여행 플랫폼 ‘자전거라도’ 버려진 마스크를 ‘터치 프리 키’로 대학생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눈길 청년...

  • HERI
  • 2020.11.02
  • 조회수 1531

‘소멸 위기’ 의성군에 2030 젊은피 몰려드는 까닭은?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 정부·기관·단체 30여곳 참여 일자리·주거·복지 밑돌 깔아 도시청년 불러들인 의성 사례 주목 ‘인구소멸’ 벼랑끝서 귀농귀촌 마을로 2년 사이 외부청년 108명 터 잡아 홍성·나주·함양 등도 지...

  • HERI
  • 2020.10.23
  • 조회수 1684

하이에나가 된 대기업을 혁신의 주체로 이끌자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한국 경제 및 산업을 이끌어온 주체가 바로 현재의 대기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은 한국의 산업 근대화를 이끌었고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국명을 전 세...

  • HERI
  • 2020.10.22
  • 조회수 2497

“소득·건강·관계 갖춘 지역환경 만들어 나가야”

인터뷰/마강래 중앙대 교수 이촌향도 주도, 고향 그리워하는 베이비부머가 이주 가능성 높아 소득보전·마을 연계 등 고려해야 지역 분산땐 수도권 집값에 영향 마강래 중앙대 교수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전략으로 ‘압축도시’를 ...

  • HERI
  • 2020.10.21
  • 조회수 1467

“주치의제는 풀뿌리 의료…장애인 등 당사자 참여 꼭 필요”

주치의제 도입 범국민운동본부 온라인 세미나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의 개선 방향 등 논의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의 지불제도로 바꾸고 의료·보건·복지가 통합된 건강관리 체계 마련을”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 ...

  • HERI
  • 2020.10.08
  • 조회수 1854

마스크 폐기량 줄이고 자전거 관광 활성화하고…생활 밀착 과제 ‘빼곡’

‘플랫폼’에 제안된 의제들 보니… 전국 8개 지역에서 1237건 발굴 코로나19 관련 의제 다수 포함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누리집의 첫 화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에서 의제 발굴...

  • HERI
  • 2020.10.05
  • 조회수 2088

‘아픈 손가락’ 중소기업 정책,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응원보드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있어서 아...

  • HERI
  • 2020.09.23
  • 조회수 1907

‘비대면 일상’ 떠받치는 필수 노동자…“걸맞은 대우와 지원을”

보건·돌봄·택배 등 ‘대면 노동’ 재난 시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저임금·고용불안·과로에 ‘시름’ 성동구 ‘필수 노동자 조례’ 첫 제정 위험수당·안전장비 등 지원 추진 “광역단체·중앙정부로 확대 필요” 플랫폼 등 불안...

  • HERI
  • 2020.09.21
  • 조회수 2345

녹색병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 ‘반값 진료’ 나선다

녹색병원-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의료지원 업무협약 체결 코로나로 소득 감소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진료비 부담 완화 기대 본인과 직계가족 진료비 50% 지원…개인당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 가능 녹색병원과 플랫폼...

  • HERI
  • 2020.09.18
  • 조회수 1986

고령화는 부양비 부담만 늘린다? “높은 교육·건강 수준 반영해야”

‘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 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 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 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법정 ...

  • HERI
  • 2020.09.08
  • 조회수 2083

노년의 삶 파괴하는 가난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노린다

[초고령 대한민국 : 신중년 시대] 1부 ② 소득·건강 불평등의 늪 아프고 외롭다해서 늘그막에 달라붙는 가난이 반갑겠는가 OECD 회원국 본인빈곤율 비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65살 이상 노인들의 연평균 소...

  • HERI
  • 2020.09.08
  • 조회수 2037

“마을은 ‘사회적 분열 위기’ 풀 수 있는 기본 현장이죠”

[짬] ‘마을에 해답이 있다’ 공저 임현진·공석기 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좌)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우). 양은영 선임연구원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와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마...

  • HERI
  • 2020.09.01
  • 조회수 1797

코로나로부터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시민건강연구소 주최 ‘의료자원 위기’ 토론회 감염병으로 대두된 의료자원 배분의 문제 한정된 자원에서 부딪히는 효율성과 정의 시장경제 원리에 치우친 백신 지급엔 ‘경계’ 지난 6월4일 오후 음압병실로 리모델링한 인천광역시...

  • HERI
  • 2020.07.30
  • 조회수 2922

[현장 기고] 새로운 개념 아파트 ‘위스테이’, 왜 짓느냐고요?

페이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시도한 새 주택사업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별내단지’ 입주 시작 장애 당사자 의견 반영한 ‘배리어프리’ 설계 변기 위치 높이고 안전바 설치·방문은 미닫이로 합리적 비용·안정적 거주로 사회적...

  • admin
  • 2020.07.20
  • 조회수 2732

“내 손으로 사회 바꿀 수 있다는 경험 매일 하고 있어요”

【짬】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홍윤희(오른쪽) 이사장과 함께 협동조합 무의를 설립한 김건호(왼쪽)씨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만든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은 웹사이트(accesscovid19.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 HERI
  • 2020.07.16
  • 조회수 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