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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2일차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 세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노동 성과 공유하는 협동조합 가치
금융, 의료복지 사각지대 놓인 취약계층 접근성 높이고
난민, 지역주민 포용하는 수평·협력의 핵심주체로 부각
청년 고용 불안 해소 위해선 협동조합 교육·훈련에 힘써야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하기’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슬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하기’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슬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이 전세계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지금, 협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2일차 오후 세션에서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사회를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실타래처럼 엮어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부 차원의 협력에서 나아가 지역, 시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별적으로 분산된 시민, 지역들의 참여를 가져오기 위해 그들이 주목한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자율과 독립 등 지역과 소외계층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이었다.


2015년 유엔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했다. 그중 17번째 목표가 정부, 민간, 시민단체 등 사회 주체들과의 파트너십이다. 눈여겨볼 점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민간기업, 엔지오 등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파트너십이 필요한 사회 주체들 중 하나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2014년 ‘협동조합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지역의 사회적 자산을 증가하는 협동조합의 사례를 제시했다. 과연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이 담긴 정체성은 오늘날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갖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엘라 바트 인도여성자영업협회(SEWA) 창립자는 기조연설에서 인도의 가장 소외계층인 지역 여성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한 인도여성자영업협회의 설립과정을 소개하며, 협동조합 정체성이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지역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조합원은 생산자이자, 주주로서, 소득창출자로서 정체성이 생기고, 사회적 발언권과 대표성을 갖게 된다”며, “경제, 사회적 소수인 사람들을 위한 협동조합은 이들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트는 최근 노동 시장에 대해 언급하며 소외계층의 시각에서 노동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공식, 공식, 비생산, 조직적 노동 등 노동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 협업을 통해 노동을 하고 노동의 성과를 고루 나눠 빈민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게 노동의 진정한 가치이며, 협동조합이야말로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일 오후 기조연사로 참여한 엘라 바트 인도여성자영업협회 창립자가 실시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2일 오후 기조연사로 참여한 엘라 바트 인도여성자영업협회 창립자가 실시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빌 체니 미국 스쿨스퍼스트연방신용협동조합 회장은 “기후, 소득, 디지털 등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은 인프라와 자원에 대한 접근성에 있다”며, “빈곤층을 위한 소액금융부터, 돌봄 및 의료, 교육 서비스 관련 협동조합들이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닿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패트릭 데벨테레 벨기에 뤼벤대학교 교수는 “협동조합은 지속가능발전 달성하는데 핵심 주체로서 부각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업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취약계층이 함께 참여하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개발협력 트렌드에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등, 민주, 자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그들과 혜택을 공유하는 협동조합 모델이 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도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요르단, 카메룬 등 아프리카 지역의 난민들을 포용하는 협동조합 사례를 주목하고, 난민들의 경제, 사회적 자립을 돕는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가이 차미 국제노동기구 프로그램 매니저는 “협동조합은 지역 기반이 없는 난민들을 채용하고, 이들 스스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제노동기구도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성장 시대, 전세계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용 불안 이슈에 대한 협동조합의 역할도 제기됐다. 전체세션의 패널로 참여한 아나 아귀레 스페인 타자바에즈 협동조합 창립자이자 유럽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청년 부회장은 교육 접근성과 경제 불평등의 관계를 지적하며,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교육과 훈련 제공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협동조합은 청년들이 높은 수준의 직업, 리더십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차세대 청년리더를 발굴, 성장하는데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나 부회장은 전환의 시대에 협동조합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 조합원의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현장에 발빠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내 세대 간 권한 이양을 통해 청년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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