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참성장의 시대를 열자’
LAB2050-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기획

사람·기술·환경이 함께 하는
‘참성장포럼’…매달 토론회 개최

GDP 중심의 성장만능주의 대체할
새로운 경제비전과 대응 전략 모색

지난 9월15일 열린 ‘참성장포럼’에서 (오른쪽부터)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원재 LAB2050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지난 9월15일 열린 ‘참성장포럼’에서 (오른쪽부터)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원재 LAB2050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지구 환경은 나빠졌고, 국가 간에는 물론 국가 내에서의 불평등도 커졌다.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이 문제라는 목소리는 높은데, 대안은 무엇일까?

그 대안을 이야기하기 위해 ‘참성장포럼’이 열렸다.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주병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그 첫 번째 세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가지 결론은 이렇다. 복지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줄여야 창업과 혁신이 촉발되고 새로운 성장도 가능하다.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어야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대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기술과 기업이 과거 성장 과정에서는 환경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기존의 성장 방식을 해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 모든 논의의 전제인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다른 가치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제약이다.

포럼은 지난 9월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의 ‘공간 이제’에서 이원재 LAB2050 대표의 사회로 100분간 진행됐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초래한 경제성장

이원재 오늘 주제가 성장이다. 성장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성장에 대한 생각의 편차가 크다. 오늘 모인 분들도 법률, 환경운동, 경제학, 사회복지, 스타트업 등 배경과 전문성이 다양하다. 우리에게 성장의 의미는 뭘까?

주병기 경제학에서는 시장 가격의 총합이 커지는 것을 경제 성장으로 정의한다. 여기서는 불평등의 문제가 빠져 있다. 또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적 가치들이 빠지기도 한다.

최성진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뗄레야 뗄수 없는 단어다. 창업의 목적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성장은 문제 해결 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성장하면 국가 혹은 세계 단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강금실 성장은 보통 어린 아이에게 쓰는 말이다. 스타트업도 기업 중에는 어린 아이다. 그런데 국가는 (충분히 커져도) 경제성장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양적 경제성장만 측정하는 GDP로 국가 경쟁력을 따지다 보니, 성장할수록 지구시스템이 나빠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찰스 버치와 존 캅이 <생명의 해방>이라는 책에서, 숲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 단계에서 성숙단계에 이르게 되고, 이때 더 성장하지는 않지만 수백년동안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이룬다고 했다. 사람은 어릴때만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 성장이 아닌 성숙을 지향하듯이 사회도 그렇게 돼야 한다.

이원재 기존 경제성장의 문제점은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자고 해야 할까?

최영준 LAB2050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 <참성장전략: 공멸이 아닌 공존의 시대로>에서 미래가 아닌 현재에만, 사회적 가치가 아닌 시장 가격에만 집중하는 근시적 패러다임의 한계를 지적했다. 우리의 과거 경제성장은 대가를 받지 않은 가족의 돌봄, 자연환경, 위험하지 않은 밤길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희생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제는 사회환경적 가치와 미래세대에도 주안점을 두는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자연 환경 없이 인간의 삶이 있을 수 없고, 노인이 없이 청년이 있을 없고, 고용주가 없이 노동자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연대 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 전략의 네 가지 패러다임(LAB2050)
성장 전략의 네 가지 패러다임(LAB2050)

최성진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라는 선진국인데 우리 삶은 왜 이런지’에 대한 자조적인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된다. GDP는 높지만 맛있는 과일은 너무 비싸고, 부동산 가격은 더 올라서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왜 성장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역시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우는 머니게임만은 아니다. 실제 창업자 중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소수다. 다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를 누리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창업한다. 성장은 그 수단이다.

주병기 결국 현실의 개인이나 국가가 진일보한 가치를 추구하고 행동하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 가격은 사람들의 필요를 잘 측정한다. 반드시 사회적 가치, 선한 가치와 상충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최근에 ESG나 탄소세가 많이 이야기되는데 가격과 가치라는 상반된 축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적 접근은 지불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한계도 있다. 지불능력이 없는 저소득 국가 사람들에게 백신 효용은 무한히 크지만, 시장에 맡기면 선진국의 간단한 성형시술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평가된다. 이런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최영준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서 불평등 문제가 중요하다. 백신 논란을 보면 특정 국가들의 독점 문제가 나타나며 국가간 불평등이 도드라진다. 국가 내 불평등도 여러 나라에서 심해지고 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뭉치면서 극우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복지국가와 환경국가 함께 갈 수 있어

이원재 최근 20대와 40대를 비교한 설문조사에서 20대가 경제개발이 더 중요하다고 하고, 40대는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도 불평등이나 불공정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강금실 유럽의 경우 기후위기를 가장 걱정하는 것이 주로 청년 세대인데 왜 우리나라 청년들은 경제나 일자리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성장하고, 이후에 중국이 성장하면서 기후위기는 더 악화됐다. 후발 국가들도 성장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다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처음부터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우리가 갖고 있는 지구 자체가 모든 국가의 번영을 수용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산업화 모델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주병기 유럽과 우리나라 사회복지 제도 사이 성숙도 차이가 크다.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열악한 처지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 탓에 우리나라 청년의 불안감 정도가 훨씬 크다. 또 유럽은 1990년대부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교육했다. 지금 유럽 청년들은 그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최영준 일반적으로 복지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의식과 지출이 높다. 현재가 불안정한데, 몇십년 후의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복지국가와 환경국가는 함께 갈 수 있다.

주병기 국가간 불평등도 문제다. 후발국들은 현재 선진국이 환경을 파괴하며 성장한 뒤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후협약 등에 협조하지 않으려 한다. 선진국들이 후발국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적극 지원하며 끌어당겨야 한다.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도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최영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일종의 ‘20세기 해체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성진 스타트업에게는 기업가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경제 성장 모델에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하기 싫은 제조업을 도맡아 운영하며 성장해야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혁신을 통해 개도국이 선진국과 동일한 서비스를 누리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아세안 지역에서 핀테크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영준 창업생태계가 불평등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고용에 있다. 지금과 같이 기업 격차,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복지를 통한 재분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더 좋은 고용주가 나와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가 할 수 없는 것들 중 스타트업의 문제해결 방식이 통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민간에서 새롭게 풀어내고, 국가는 밑에서 안정성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속도 조절이 불가능

이원재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는 지구적 당위성만으로는 설득이 어려운 것 아닌가?

주병기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속도 조절은 어렵다. 어떻게든 정해진 시간 안에 탄소중립을 이루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완성해야 한다. 다만 지구환경 솔루션을 찾다가 불평등이 커지는 건 문제다. 정의로운 전환의 주장도 이런 맥락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의 예상치 못한 실업을 사회가 방어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 간에도 지역간 불균형 발전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후진국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기후변화 협약이 국제사회에서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선진국이 화석연료로 성장한 것처럼 후진국도 재생에너지를 낮은 가격으로 쓸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강금실 성장도 목표를 정해서 해왔는데, 기후위기도 목표가 정해져있다. 우리 사회가 열악한 노동시장, 복지의 열악성, 환경 문제를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은 질좋은 성장을 못했다는 징표다. 세 가지 관점을 잘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굉장히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성진 청년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창업생태계를 보면 안다. 10년, 20년 전에는 창업하려면 보증받고, 자기돈 써서 해야 했다. 그러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됐다. 하지만 최근 창업자연대보증이 폐지되고, 투자자들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만 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됐고, 실패한 창업가를 다른 기업에 추천하기도 한다. 이렇게 창업의 위험이 적어지면서 좋은 인재들이 많이 창업하게 됐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복지가 강화되어도 비슷한 효과가 날 것 같다. 개인의 위험이 작아지니 혁신이나 창업에도 도움이 된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영준 국가의 역할이,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성장을 주도하는 것에서, 사다리꼴의 아래에서 사회를 받쳐주는 것으로 변해야 한다. 최근 자영업자들과 관련해 안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적극적인 정책이 없다. 불안한 상황에서 국가는 멀리 있는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국가를 지지하기 보다 각자도생하게 된다. 그 결과가 부동산 열풍이다. 지난 1년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다.

주병기 마지막으로 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부터 환경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영준 요즘 경제교육, 주식교육이 인기다. 어릴때부터 돌봄, 환경에 대해서도, 창업가정신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교육해야 한다.

이원재 오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는 움직일 수 없는 제약이고,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만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모두가 나서려면 불평등 문제이 해소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복지국가 강화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문제해결 능력이 커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다시 복지국가가 필요하다. 환경-복지-혁신이 선순환을 이뤄야 참성장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리: 고동현 LAB2050 기획팀장

‘사람, 기술, 환경이 함께 나아가는 사회, 참성장포럼’은 시민사회 활동가, 정책 전문가, 기업가와 사회혁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새로운 경제의 비전과 정책 패러다임을 토론하고, 실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LAB2050이 주관하고, 고려대학교 정부학연구소,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마음평화연구재단,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 지구와사람이 후원한다. 포럼은 매월 한 차례 환경, 지역, 분배 등을 주제로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며, LAB2050 유튜브채널(www.youtube.com/LAB2050TV)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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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21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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