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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노조 조지훈 초대 지부장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노조 조지훈 지부장이 지난 7일 사무실에서 업계에서 보기드문 ‘신입 노조 전임자’로서 겪고 있는 소회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 양은영 연구원.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노조 조지훈 지부장이 지난 7일 사무실에서 업계에서 보기드문 ‘신입 노조 전임자’로서 겪고 있는 소회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 양은영 연구원.

“만감이 교차해요. 기쁘기도 하지만 앞날에 대한 막막함이 더 큽니다.” 지난달 말 사쪽과 임금 협상과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 지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조지훈(45) 지부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국내 첫 집단감염지였던 ‘구로콜센터’ 노동자다. 평소 노조라면 “티브이 뉴스에서나 보던” 그는 집단감염 사태를 겪으며 “우리도 뭉쳐서 우리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들과 힘을 합해 지난해 12월15일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노조를 설립했고, 현재 243명 중 176명이 조합원이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첫 집단감염지
직원 70% 확진으로 격리·치료 ‘홍역’
“열악한 노동환경 등 뭉쳐서 얘기하자”
지난해 노조 설립해 직원 70% 가입
최근 첫 임금협상·단체협약 마무리

“노조·도급업체·원청 3자 대화 절실”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노조는 이번 협약을 통해 노조 전임자를 인정받고, 전년 대비 월 6만원 임금 인상과 유급병가 3일을 확정지었다. 8차례에 걸친 교섭의 결과물이다. 조 지부장과 동료들은 매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아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른 수당이 깎이는 식이었다. 임금 협상은 이런 고리를 깨는 첫 발걸음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급여가 올라도 실제 물가상승률에 견주면 늘 마이너스였어요. 이번 협상이 조합원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내년에는 직급별 급여 테이블을 더 상세하게 만들어 보려구요.”

그는 그나마 유급병가 확보는 도급 콜센터 가운데 첫 사례라고 했다. 조합 사무공간도 약속받았다. 다만, 고객정보를 다루는 업무라 노조 전임이 되면서 그의 사번으로는 회사 계정에 접속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 전임자’로는 신입인 그는 달라진 업무에 대한 당혹감과 동료에 대한 미안함도 내비쳤다. “책임감이 크죠.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데 혼자서 눈치보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 콜 업무를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스스로 더 단속하게 되더라구요.”

그와 동료들은 콜센터 전문기업 메타넷엠플랫폼 소속 정직원이다. 회사가 도급 계약을 맺은 에이스손해보험의 고객 민원 업무를 처리한다. 원청사에 따라 업무와 조직이 나뉘기에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지부’로 노동청에 교섭 분리를 신청하고 인정 받았지만, 협상하는 사쪽은 메타넷엠플랫폼이다. 협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회사 탓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노사가 함께 이겨내야 할 사안이죠. 다만 원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상대해 주지 않아 답답합니다. 업무적으로는 완전히 통제하는데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없다는 식이잖아요. 그게 많이 아쉽죠.”

지난해 집단감염 사태 때 조 지부장이 근무하던 민원팀의 70% 정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절대 다수의 직원들이 격리와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인력은 부족하고 업무는 밀려 점심식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원청에서는 별다른 인력 충원 없이 초과근무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혹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들은 적이 없어요. 이게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개인이 얘기해봤자 흩어질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가 노조를 생각하게 된 이유다.

‘구로콜센터’ 이미지는 아직까지 그들에게 꼬리표처럼 남아있다. 최근 다시 감염이 확산세로 돌아서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내부에서 경각심이 무척 높아요. 먹는 것, 나가는 것 조심하는 건 물론이죠. ‘구로콜센터’라고 하면 어디서 받아주겠냐며 우리끼리 열심히 하자고 얘기들 해요. 또 한 번 감염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는 진짜 망한다, 끝이다’ 공감하니까요.”

그 사태로 인해 콜센터 노동자들이 집단 감염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작업장 환경에 사회적 관심이 쏠렸다. 정부도 서둘러 ‘콜센터 감염병 예방 지침’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가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조 지부장은 ‘노조와 사쪽, 원청이 함께 만나 대화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목표라고 했다. 3자가 모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지나간 일에 대해 물고 늘어지고 싶지 않아요. 다만 원청도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콜센터는 계속 지속될텐데, 자기네 사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진정성, 최소한 그런 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양은영 연구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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