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축구는 이변과 뜨거움이 분출하는 마당이다 . 알고리즘의 정교한 예측 시스템이 이를 제어할 수 있을까 ? 지난 21 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은 우승국 예측 , 판정 , 공공안전 , 경기장 운영까지 최첨단 센서 와 알고리즘 에 의해 구동된다 . 세계인의 축제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이 판정 시비를 줄이고 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못지않게 공공안전을 명분으로 곳곳에 침투한 알고리즘 기술이 민감한 개인정보 , 사생활 침해를 불러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 인공지능 보조심판
월드컵 개막 이후 존재감이 두드러진 기술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SAOT) 이다 .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전반 3 분 에콰도르 선수가 터뜨린 첫 골을 무효로 만든 것도 이 판독 기술이다. 경 기장에 설치된 12 대의 추적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된 공인구 ‘ 알 릴라 ' 덕분에 가능해진 첨단 판독기술이다. 카메라는 선수들의 관절 움직임을 29 개로 나눠 추적하고 , 알 릴라 속 센서는 1 초에 500 회 이상 공의 위치를 감지해 비디오판독시스템 (VAR)으 로 전송한다 .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 , 심판에게 알린다 .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 이변으로 거론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경기의 승부도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이 갈랐다 .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세 번이나 사우디 골 그물을 흔들었지만 매번 판 독 기술에 의해 노골이 선언되면서 결국 패배했다 . 첨단 판독기술 도입으로 고질적인 판정시비 해소는 물론 축구 전반의 패러다임까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 얼굴 인식 기술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공공안전과 치안을 명분으로 얼굴인식 기술이 대거 도입되었다 . 주최쪽에 따르면, 경기가 열리는 동안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1만5천 대 이상의 카메라가 배치됐다 . 얼굴 인식 카메라는 테러나 폭행 등 많은 사람이 몰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 . 경기장 내부와 인근 주요 장소에 배치되어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과 외부에 몰릴 수많은 인파를 모니터링한다 . 얼굴 인식 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는 통제 센터의 보안 기술자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오사수나 , 프랑스의 에프시( FC) 메츠 , 네덜란드 엔이시( NEC) 니메겐 등 유수의 유럽 축구클럽도 티켓팅 확인 , 경기장 접근 통제 등을 위해 얼굴인식 등 생체보안 기술을 도입했지만 정확성 결여로 인한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난 3일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가 보도했다 .
얼굴인식 기술은 오·남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와 편향성 및 기술 결함으로 인해 차별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지난 2017 년 ,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얼굴인식 기술의 부정확성 , 남용이 야기한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경기장에 입장 예정인 7 만여 관중의 2470 명이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과거 체포됐던 사람과 동일 인물로 식별됐는데 92%가 오류였다고 <비시시( BBC)> 가 보도한 바 있다 .
2019 년 미 국립표준기술원 (NIST) 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포함해 189 개 안면인식 인공지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흑인·아시아계에 대한 오류 비율이 백인보다 10 ∼ 100 배 높았다 . 여성· 노년의 얼굴을 인식할 때도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 이미 체포 등 사법권 행사 과정 에서 안면인식 기술 이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인종차별· 인권침해로 번질 수 있다 . 미국에서 얼굴인식 인공지능의 오류로 무고한 흑인이 범인으로 오인되어 체포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 한국에서도 지난 1 월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입국 본인확인용으로 수집 · 보유한 내외국인 1 억 7천 만여건의 얼굴 정보를 민간기업에 무단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수집 문제가 불거졌다 .
유럽연합 을 중심으로 얼굴인식 기술 규제 움직임도 활발하다 . 공공장소에서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행방불명 아동의 수색 , 임박한 테러 위협 방지 , 중대 범죄 피의자 검거 등 예외적 사용만을 허용하고 있다 .
■ 알고리즘의 승부 예측
월드컵 최대의 관심은 우승컵의 향배다 . 빅테이터를 통한 우승국 예측 알고리즘에 따르면 브라질이 유력하다 . 영국의 앨런 튜링 연구소의 알고리즘은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25%로 가장 높게 제시했다 . 통계전문업체 옵타가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우승 후보도 브라질로, 15.8% 확률로 추정되었다 .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은 스포츠는 물론 삶의 많은 영역으로 침투했다 . 알고리즘은 거대한 데이터를 분류 , 분석해 미래를 예측한다 . 하지만 예측은 변화에 열려 있는 가능성과 미래로 향한 문을 좁게 만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리할 확률 8.7% 를 뚫고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 이변과 반전은 월드컵의 묘미이자 지구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인간의 역동성이 알고리즘을 넘어서는 것을 월드컵에서 다시 확인한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0691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