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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2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조건
최상훈 <뉴욕 타임스> 서울지국장(왼쪽 둘째)이 ‘세션2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조건’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최상훈 <뉴욕 타임스> 서울지국장(왼쪽 둘째)이 ‘세션2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조건’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언론에 대한 적대적 표현과 미디어 종사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마저 낯설지 않게 된 현실 속에서 언론은 과연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언론에 대한 이용자의 불신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그 원인과 맥락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10일 한겨레신문사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를 주제로 13회 아시아미래포럼을 열었다.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이상원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조건’ 세션에서 오늘날 언론에 대한 이용자의 태도를 단순히 ‘신뢰의 결핍’이나 ‘불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몇몇 극단적 멸칭으로 표출되기도 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이용자의 부정적 인식은 이미 불신을 넘어 ‘냉소주의’에 가깝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불신을 넘어 냉소로: 언론 신뢰 위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주제의 발제를 맡은 민 교수는 “언론 전반의 총체적인 부실에 대한 실망감이 냉소적 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신이 저널리즘에 대한 규범적 기대 혹은 실용적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다면, 냉소주의는 언론이 자기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인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언론이 이용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현재의 저널리즘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통해 ‘새롭고 독립적인 생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언론 산업 전반의 문제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개혁 방안을 공론화하면서 언론-이용자 관계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익명 취재원·피동형 문장 흔해

이용자들 언론에 냉소적 시각

사실기사와 의견기사 구분

취재·보도 과정 투명 공개해야

이때 주목해야 할 열쇳말은 ‘투명성, 다양성, 유용성’이다. 언론 비즈니스의 작동 방식과 뉴스 생산의 이면을 의심하는 냉소적 이용자들에게 취재와 보도의 동기와 과정에 대해 더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나를 대표하는 뉴스’와 ‘내게 유용한 뉴스’의 생산을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고 다른 정보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 교수 등이 이용자를 중심에 두고 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진단했다면,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실기사와 의견기사 구분하기’ ‘사실기사의 진실성 높이기’ 등 언론인이 취재·보도 현장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천적 해법을 신뢰 회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먼저 박 교수는 ‘가치, 정파성, 공정성의 균형: 영·미 신문이 대통령과 정치를 보도하는 방식’ 발제에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등 영미권 언론과 달리 기사와 칼럼,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흐릿한 한국 언론의 관행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사실과 의견의 엄격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대다수 한국 신문사가 ‘데스크 칼럼’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신문사에서는 편집국 사람이 칼럼을 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쓰지 말라는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를 다루는 사람이 칼럼을 쓴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전하는 기사의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말싸움이나 정쟁이 아닌 ‘정책의 과정’ 보도, 내용적 균형을 갖춘 보도다. 좀 더 많은 ‘실명 취재원’, 전문가나 교수가 아닌 ‘시민 취재원’을 기사에 등장시킴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교육방송>(EBS) 연습생 ‘펭수’(가운데)가 ‘1일 편집국장’으로 특별출연해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왼쪽 둘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홍 사회자, 김 대표이사, 펭수, 이승윤 중앙대 교수, 유제완 <한겨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사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교육방송>(EBS) 연습생 ‘펭수’(가운데)가 ‘1일 편집국장’으로 특별출연해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왼쪽 둘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홍 사회자, 김 대표이사, 펭수, 이승윤 중앙대 교수, 유제완 <한겨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사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 교수는 “‘주어에 숨고 술어에 숨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국 신문에는 익명 취재원과 ‘~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식의 피동형 문장이 흔히 나타난다”며 “시민을 더 많이 취재해야 하고 전문가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규범적 가치 등과 관련해 “그런 기사 쓰기가 좋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왜 안 되고 있는가, 우리 신문에 왜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익명 취재원이 등장하고 기사는 기계적 균형을 못 맞추고 있는가에 관한 진단과 제안으로 눈길을 가져간다면 좀 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언론에 대한 불신·냉소와 관련해서도 “언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언론은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재”라며 “모든 책임을 언론에만 묻는 식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667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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