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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의 시민권’ 토론회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82%
“코로나19로 소득 감소 경험”
고용보험 가입은 23% 머물러

근로자 지위 없어 안전망서 제외
“노동자들이 스스로 협동조합 꾸려
자율적으로 일하고 수익 창출
노동자협동조합이 사회적 대안”

11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시대, 일하는 사람들의 시민권’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영배·민형배·이수진(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11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시대, 일하는 사람들의 시민권’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영배·민형배·이수진(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문화예술의 거리 서울 대학로에 처음 발을 들일 때만 해도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청년 프리랜서 예술가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연극 연출가로, 단편영화 감독으로, 방송 촬영 감독으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일감이 떨어지거나 집에 큰돈 들어갈 일이라도 생기면 속수무책이었다. 스스로를 지키려면 통장 잔고라도 두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불안감은 그를 더욱 ‘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서너시간 쪽잠이 일상인 탓에 컴퓨터 앞에는 카페인 음료병이 쌓여 갔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몸이 아파도 일감이 끊길까봐 일터로 향했다. 일감을 주는 고객에게 프리랜서는 언제든 갈아치워도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 ‘좋아하는 일’과 ‘삶을 좋아지게 하는 일’이 다름을 절감해야 했다.

11년차 프리랜서 예술가인 안창용씨 얘기다. 그는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었더라면 그토록 불안감에 휩싸여 미친 사람처럼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특별할 것도 없는, 많은 프리랜서들의 흔한 얘기”라며 전한 그의 삶은 대한민국에서 ‘비전형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한국프리랜서협동조합 설립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인 그는 11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사회적 보호를 못 받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자율적인 노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 안전망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시대, 일하는 사람들의 시민권’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영배·민형배·이수진(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안 이사장이 전한 프리랜서 노동의 현실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협동조합 연구 조직인 쿠피협동조합의 김활신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협의회’와 함께 수행한 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서다. 프리랜서, 가사노동자, 대리기사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2.1%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김 연구원은 발제에서 “지난해 이뤄진 다른 조사에서 상용직의 경우 19.2%만이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것과 견주면 엄청난 차이”라고 밝혔다. 소득이 40% 이상 줄었다는 응답도 41.3%에 이르렀다. 소득 감소로 부족해진 생활자금을 어떻게 충당하는지에 대해선 ‘저축 사용’이라고 답한 비율이 25.1%로 가장 높았다. ‘다른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는 응답도 12.7%나 됐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28.7%에 그쳤다. 김 연구원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의 특성상 소득이 줄었다는 걸 증명하기 어려워 많은 노동자들이 지원을 못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각각 23.2%, 15.5%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이러한 불안정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안창용 이사장은 프리랜서협동조합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으로, △조합과 프리랜서 조합원 간의 고용계약 체결을 통한 4대 보험 적용 △계약·회계 업무 대행 △법인을 통한 원청 수주 계약으로 중간착취 등 하청 구조 개선 △노무사·변호사 공동 고용을 통한 법적 분쟁 대처 등을 꼽는다. 그는 “관련 법이 없어 방치되는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 임금노동자가 누리는 사회보장제도를 프리랜서 노동자들도 누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활신 연구원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의 불안정성 해결은 우리 공동체 미래세대의 노동과 안녕하고도 관련된 일”이라며 “협동조합은 공정한 일자리, 안정적인 고용, 사회 안전망 보완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조발제자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계의 노동’과 ‘사회적 시민권’ 개념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경계의 노동’은 노동이지만 노동으로 분류되지 않는 영역을 뜻한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시민권’은 누구나 인간다운 안전한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적 위험들에 대한 안전망을 사회 인프라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사회적 시민권이 박탈된 경계의 노동이 확산됐다는 데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제 다시 경계의 노동에 사회적 시민권을 입혀야 할 때”라며,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노동자 집단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도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자본주의가 야기한 사회적 위험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집단적 개입 전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둘 사이의 상호 인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대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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