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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연구소 주최 ‘의료자원 위기’ 토론회
감염병으로 대두된 의료자원 배분의 문제
한정된 자원에서 부딪히는 효율성과 정의
시장경제 원리에 치우친 백신 지급엔 ‘경계’

지난 6월4일 오후 음압병실로 리모델링한 인천광역시의료원 61병동 복도를 의료진들이 청소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6월4일 오후 음압병실로 리모델링한 인천광역시의료원 61병동 복도를 의료진들이 청소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월 초 전국 곳곳의 약국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대형병원들은 격리병동과 중환자실이 부족해 찾아온 환자들을 다시 구급차에 실었다. 의료진은 콧등에 상처가 날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쉼 없이 환자들을 돌봤다.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대유행이 낳은 ‘의료자원 위기’의 단면들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마스크 대란’에서부터 병상 배정의 우선순위까지 의료 자원 배분의 공정성 문제를 새삼 부각시켰다.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기도 전에 아직 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백신과 치료제를 둘러싼 각국의 쟁탈전이 예상된다. 지난 23일 사단법인 시민건강연구소는 ‘코로나 19,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19가 던진 의료자원 위기에 관해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진단과 해결책을 한 자리에 모았다.

발제와 사회를 맡은 김창엽 시민건강연구소장은 의료자원 분배 결정 주체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으레 과학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문가 집단이나 정부, 관료들이 결정권을 독식했다. 김 소장은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에 관한 결정도 소수의 전문가들이 내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표했다. 결국 의료자원을 생산, 공급하고 나누는 방법을 결정하는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정의와 정치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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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먼저 살리냐’는 무거운 질문을 짊어진 의료진

사실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먼저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의료진들을 괴롭혀왔다. 토론에 참여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임시적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장치인 에크모(체외막형 산화장치)를 예로 들었다. 에크모는 대형 병원이더라도 많아야 두세대 정도만 보유한 의료기기다. “심장을 대신하는 장치, 과장되게 이야기 하면 사람이 죽지 않게 하는 장치를 누구에게 사용할 지 의사들은 늘 고민한다”며 의료자원 분배에 대해 가져왔던 오랜 고민을 털어놓았다. 임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 예산과 비용의 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면, 코로나19는 감염성과 치명률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는 경기도 내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고령 환자들을 잃은 뼈아픈 사건을 말하며 노인복지시설을 지키는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과정에서 경험한 의료인력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소개했다. 코로나19와 같이 감염위험이 큰 병을 갖고 있는 환자는 외부와 공기가 차단되는 음압격리병동에서 돌본다. 그런데 음압격리병동에는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훈련된 간호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충남대병원은 코로나19 환자 1명당 5명의 숙련된 중환자실 간호인력을 음압격리병동으로 옮겼다. 코로나19 환자가 5명으로 늘었을 때는 병원 전체 중환자실 간호인력의 20%에 달하는 인원이 음압격리병동에 배치됐다. 당연히 중환자실에 위기가 닥쳤다. 이에 문 교수는 “병원 내에서 있었던 갈등은 인력 차출 문제였다. 누가 갈 것인가, 다른 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기존의 업무에다 코로나19 감염자를 돌보는 인력, 그 인력을 메워야 하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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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치료제, 언제나 효용성이 우선일까?

코로나19 치료제는 어떤 기준으로 제공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렘데시비르를 수입하며 투약대상자 선정기준을 공개했다. 흉부엑스선(CXR)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상 폐렴 소견을 받고, 산소 포화도가 94% 이하이며, 산소 치료 중인 증상 발생 10일 미만 환자만 5일에서 10일치의 치료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동근 활동가는 “다른 나라의 사용지침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공급량에 따라서 사용지침이 만들어 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영국, 호주의 경우 폐렴소견과 상관없이 산소포화도가 낮아 산소공급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비교적 광범위하게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있음에도 공급제한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처방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아직 개발 중인 백신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배분에 대해 이미 큰 틀의 원칙을 만들고 있다. 현재 나온 안에 따르면 백신이 완성되면 가입국들은 해당 국가의 인구 3%에 달하는 의료보건종사자, 20%의 성인 취약집단, 그리고 20%의 추가 기타 취약집단이 맞을 수 있는 양의 백신을 순차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문제는 특정 국가가 백신개발에 필요한 투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백신을 공급받기로 계약했다면, 세계보건기구의 원칙과 상관없이 추가분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은경 경북대 의대 의학교육센터 교수는 “백신에 제일 많이 투자한 쪽이 백신을 받아갈 비중을 더 가져야한다는 규칙이 있다면, (의사들은) 대부분 그에 많이 반대하는 편”이라며 시장경제 원리에 의존한 접근을 경계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한국의 경우 “프레임워크를 잘 짜는게 중요하다. 어떻게 한국에서 효과를 최대한 지키면서 공정함을 담아낼지, 한국만의 정의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세계인을 두루 돌볼 합의의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3일 세계보건기구가 가입국들을 대상으로 보고한 ‘코로나19 제품의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를 위한 국제적 틀’ 보고자료. 세계보건기구의 구상에 따르면 먼저 각 회원국은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양의 백신을 받아 의료진과 돌봄 노동자들을 접종한다. 이후 노인, 기저질환자와 지역 별 취약계층을 접종할 수 있도록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양을 분배 받는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필요, 취약성, 위험성에 따라 인구의 20%을 접종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받게된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지난 7월 23일 세계보건기구가 가입국들을 대상으로 보고한 ‘코로나19 제품의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를 위한 국제적 틀’ 보고자료. 세계보건기구의 구상에 따르면 먼저 각 회원국은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양의 백신을 받아 의료진과 돌봄 노동자들을 접종한다. 이후 노인, 기저질환자와 지역 별 취약계층을 접종할 수 있도록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양을 분배 받는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필요, 취약성, 위험성에 따라 인구의 20%을 접종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받게된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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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과 시민들의 참여 없이 분배를 논하는 건 모순

토론회 말미에는 민간병원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영 교수는 “중환자실과 간호사가 부족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위기가 온 것은 코로나19 환자를 소수의 국공립병원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이 참여하게 만들 방법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처럼 환자가 늘어난다면 민간병원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의료자원 분배를 말할 수 있나?”라며 위기시 민간병원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자원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에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을 경험한 이경수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병의 경우 이동과 접촉의 문제인데 이걸 줄이는 합의를 만드는게 유용한 방법”이라며 “시민들이 함께하지 않으면서 자원분배를 논하는건 모순”이라고 덧붙혔다. 의료자원 분배를 논하기 전에 감염을 차단할 수 있도록 시민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unjae.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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