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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3회

팬데믹 이후 국가설계 놓고 정책논쟁 뜨거워져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 높으나 증세에 대해선 부정적
문제는 정치…낮은 정치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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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는 거대한 질문에 봉착했다. 좀 더 평등한 사회로 갈 것인가? 각자도생으로 갈 것인가? 이는 국가재설계의 문제이자 정치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보편적 연대가 우리를 살린다는 초연결생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대적 요구로 부상하고 있다.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상상이 펼쳐지고 새로운 제도와 협약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필연적으로 봉착하게 되는 질문은 복지·경제 정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다. 즉 고통 분담에 대한 것으로 사회적 결정과 합의의 문제다.

마침 공공정책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다양한 정책논쟁들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설계를 놓고 비전, 가치와 철학이 격돌하는 가운데 정부는 ‘뉴딜’, 즉 새로운 사회계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발표했고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실업부조도 곧 실시될 예정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안전망 강화에 대한 요구는 강력하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이르면 모순, 충돌하는 지점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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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은 유토피아적 정책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경제위기 해법으로 도입된 것을 계기로 ‘리얼리티’를 획득했다.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 등 광역단체장이 지핀 논의에 김종인, 오세훈 등 보수 정치인도 가세하면서 기본소득 논의의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는 58.5%, 반대는 35.3%로 지지 여론이 우세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는 긍정평가가 무려 77.8%에 이르고 정부의 경제적 지원에 대해서도 ‘필요하다’ 84.7%, ‘불필요하다’ 13.1%로 나타나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위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듯하다. 지원범위도 선별지원(45.3%) 보다 보편지원(49.5%)해야 한다는 여론이 근소하게나마 우세했다.

다만 집단별로 인식차가 커, 선별지원은 월평균 개인소득 200만원 이하, 주관적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지지가 높은 반면, 보편지원은 월평균 개인소득 400만원 이상의 중산층, 주관적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지지도 강했다. 특히 40~50대 남성층에서 보편지원에 대한 지지가 강했는데, 이 층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도 유독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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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중인 전국민 고용보험지원제도에 대해서는 ‘기대된다’가 57%로 ‘기대되지 않는다’(36.1%) 보다 높게 나타났고,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실직자도 일정한 소득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실업부조 '국민취업지원제도' 대해서도 ‘기대된다’ 57.2%, ‘기대되지 않는다’ 36.8%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감은 일정부분 형성되어 있으나 아직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경제위기에 맞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류도 뚜렷하다. 환경과 기업규제에 대해서는 ‘환경을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가 63.9%로 ‘성장을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24.7%) 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고용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기업의 해고방지와 고용유지를 최대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51.3%로 과반을 상회한 반면 ‘지금과 같은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해고는 일정부분 불가피하다’는 42%에 그쳤다.

‘환경을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여성 40대와 50대, 진보층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들 여성 40~50대는 여성 30대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진 집단이며, 이로 인해 생활양식의 변화 가능성도 가장 큰 집단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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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는 여러 항목에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나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증세, 재정확대 등에 이르면 부정적 여론이 급증한다. 증세 관련 여론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당장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증세 지지 여론이 32.8%에 그친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소득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59.8%로 지지 여론의 약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정부의 재정확대 역할에 대해서도 ‘국가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35.7%에 그친 반면 ‘국가 부채 증가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재정을 더 확대 해서는 안 된다’ 55.6%로 확대재정에 부정적 여론이 더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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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증세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이정도로 완강하지는 않았다. 2015년 5월 한겨레신문 창간조사에서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는가”를 질문했는데, 긍정과 부정이 정확히 ‘50% 대 50%’로 갈렸다. 하지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증세에 호의적이었다. 당시 월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에선 45.6%가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601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선 절반 이상(54%)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답했다. 중간소득층인 201~400만원 이하, 401~600만원 이하 소득층에서도 각각 50.7%, 53.7%가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과거 조사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층에서는 증세에 대해서 열린 태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집단에서 증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사회보장, 사회안전망을 통해 국가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길 바라면서도 재정확대, 증세는 안된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정부 신뢰가 과거보다 높아졌다 해도 여전히 불완전하며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 회의가 높고, 증세, 재정확대 등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증세에 대한 수용성이 정치적 이념성향, 문재인 정부 지지 여부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도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 신뢰가 하락할 경우 증세, 재정확대,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사회변화를 위한 정책들이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 대한 신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정치, 특히 국회와 정당에 대한 기대감은 낮게 나타난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은 43.8%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기간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69.3%로 높은 편이지만 막상 ‘남은 기간 나의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38%에 불과했다. 재난이 연 정책의 공간을 거대한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며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527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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