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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여만에 공개석상에 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 기조강연
“가족·시장 의존에서 국가 주도 전환 중”
“고용안전망 구축과 저출산 해결이 긴요”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의 큰 틀을 잡고, 임기 초반 이를 집행하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퇴임 뒤 석달여 만에 공개 석상에 섰다. 현재 세종대 교수로 복귀한 그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충북 청주 오송읍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제9차 한국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의 첫날 기조연설자로 강연했다.

‘사회정책: 경로 속에서 길 찾기’란 제목을 내건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복지 확대만이 아니라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전환의 과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와 더불어 복지의 경로 재설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범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산업구조 전환을 뒷받침할 고용안전망 구축 등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한 “유례없는 재정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면서도 “공공성 강화가 여전히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국가가 의료·보육·교육·복지 서비스 등을 가족과 시장에 떠넘긴 채 관리해오다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게 된 한국 복지의 역사적 궤적을 설명한 뒤 “(기존의) 가족·시장 의존형 사회정책과 (최근) 급속히 확대된 정부 주도 사회정책이 충돌하고 있다. 이 마찰을 잘 해결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문재인 케어)과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그 사례로 들며 “공공성 확대 요구와 적정가격을 요구하는 시장의 현실이 충돌하고 있다”며 “꿈꾸던 (사회정책) 모형으로 갑자기 가는 게 아니라, (가족·시장 의존적이었던) 사회정책 역사가 응축된 경로 속에서, 고통스럽게 조금 더 나은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경로 속에서 길 찾기‘란 강연 주제는, 복지 확대와 기존의 가족·시장 중심 복지 경로를 시정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리고 있음을 설명하는 개념인 셈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경로모순 해결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현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세계 경제 흐름이라는 요인에 국내적으로 산업구조 전환 지체가 겹친 결과”라며 “산업구조 전환을 뒷받침할 고용안전망 형성에 정부가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2년1개월 동안 한 청와대 생활(사회수석 1년6개월, 정책실장 7개월)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사회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집중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영역이 있는데, (최근) 더 가팔라진 저출산 고령화가 그것”이라며 “정말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대선 때 인구청 신설도 검토했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이순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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