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짬]유럽조사협회 라벤 사무총장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                        사진 한국조사협회 제공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 사진 한국조사협회 제공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세요. 아마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자료가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에 대한 책임은 모호해요. 데이터에 관한 모든 것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이터 윤리’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등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전례 없는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자료 수집과 관련해 그 과정과 목적, 활동 등을 정보 제공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벤 사무총장은 세계적 조사기업 닐슨 등에서 일한 리서치 전문가다. 영국 <비비시>와 미국 경제전문 방송채널 <시엔비시>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아일랜드 출신이며 2009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한국조사협회와 유럽조사협회(ESOMAR)가 공동 주최한 ‘시장조사의 미래와 이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유럽조사협회는 전 세계 130개 나라에서 약 5천여명의 조사 전문가와 기관들이 가입해 있는 비영리기관으로 1948년 만들어졌다. 협회는 국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시장·사회 조사 때 지켜야 할 규칙들을 국제규약으로 만들기도 했다.


라벤 총장은 정보 활용에 투명성이 높아지면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 내비게이션 회사인 ‘히어’는 내비게이션 성능 향상을 위해 개인 휴대폰에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정보를 수집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밌는 실험을 했다. “정보 수집 대상을 두 개 집단으로 나누고 한쪽엔 사전에 설명 없이 정보를 요청했지만, 다른 한쪽에는 정보 수집의 목적과 데이터 내용, 활용범위 등을 상세히 알렸어요. 실험 결과 설명을 자세히 들었던 집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람이 두 배 더 많았다고 해요.” 그는 “더 개방적일수록 더 협력적”이라고 했다.


조사기업 닐슨 등 거친 리서치 전문가

아일랜드 출신으로 2009년 총장 취임
세계 150개 나라 전문가·기관 가입
한국조사협회 공동세미나 참석차 방한

“정보 활용 투명성 높아지면 기업에 도움
기업의 자기 책임·자기 규제도 중요”


반대로 정보를 악용한 기업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불법으로 페이스북 이용자의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폐업했고, 페이스북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개인정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라벤 사무총장은 기업의 자기 책임이나 자기 규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협회에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유니레버도 회원으로 들어와 있는데, 가입 때 ‘윤리강령’을 준수한다는 서명을 받습니다. 만약 데이터 사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네이밍 앤 셰이밍’(이름을 거론해 망신 주기)’으로 해당 기업을 공개합니다.” 그는 “이러한 자정 활동이 사회적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정보 제공자의 권리와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 제한, 데이터 사용에 있어 기업의 책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조사협회는 이 법안의 초안 작성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그는 “법으로 기술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인의 권리가 너무 쉽게 활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종의 ‘공동 조약’을 만든 것이다. 산업의 발전만큼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96944.html#csidx735ff4e3988be559ff66319228e7566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을들의 연대’ 머리 맞댄 노동자와 소상공인

최저임금 인상 놓고 ‘을들의 갈등’ 넘어서야 ‘일하는 사람들의 최저소득 보장 방안 좌담회’ 열려 한국노총·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 한국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

  • HERI
  • 2019.06.24
  • 조회수 21

“정규직 노조가 먼저 비정규직에게 ‘연대의 손’ 내밀어야죠

[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김현정 위원장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노동자간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은경 ...

  • HERI
  • 2019.06.11
  • 조회수 141

“CIA보다 정보 많은 페이스북, 투명한 ‘데이터 윤리’ 필요”

[짬]유럽조사협회 라벤 사무총장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 사진 한국조사협회 제공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세요. 아마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자료가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에 대한 책임은 ...

  • HERI
  • 2019.06.07
  • 조회수 176

경사노위 위원장 "기다림의 1년, 애태움의 6개월, 분노의 3개월"

이창곤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문성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경사노위 3개월째 파행…멈춰선 ‘사회적 대화’ “1차 책임은 노동계, 2차 경총, 3차 경사노위” 사회적대화 외에 다른 방안 있는가 묻고 싶어 “중국...

  • HERI
  • 2019.06.05
  • 조회수 205

“일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 저의 자신감입니다”

SK ‘소셜 밸류 커넥트 2019’ 현장 중계 장애인 중 30세 미만 발달장애인 비중 64% 일선 현장에선 고용 꺼리는 분위기 여전 발달장애인 230명 고용 ‘베어베터’ 사례 눈길 “체계적인 고용 제도와 훈련 제공 필요” 지...

  • HERI
  • 2019.06.05
  • 조회수 184

“젠더 이슈 의제화는 성과…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문재인 정부 2년 성평등 정책’ 평가토론회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 “컨트롤타워 부재하고 관료들은 복지부동” “여성노동정책에서 보수정권 10년 답습” 우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 HERI
  • 2019.05.28
  • 조회수 233

문재인 정부, 사회적 경제 성공 해법은 ‘지역'에 있다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 민주연구원·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등 공동주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 지난 2년 많은 ‘진전’ 평가 제도적 기반 마련 더디고 체감도 낮은 건 아쉬워 지역 현장에 뿌리내...

  • HERI
  • 2019.05.24
  • 조회수 286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영세·중소업체엔 어떤 영향 줬나?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94개 업체 심층면접 노동자 간 임금 격차 줄었지만…고용 불안 경향 원청·프랜차이즈 본사 최저임금 부담 ‘외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 시작부터 삐걱 고...

  • HERI
  • 2019.05.23
  • 조회수 253

“공공기관, 지방 대도시 구도심으로 옮겨 공동화 막아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베이징과 상하이, 도쿄와 오사카 서울도 압력 빼야 경쟁도시 생겨 대통령 2집무실 세종 설치 검토중 균형위 집행기구 전환 힘 실어야 윤호중 민주당 지방혁신균형발전단장 세종서 상임위, 본회의는 서울...

  • HERI
  • 2019.05.16
  • 조회수 313

정해구 “기득권층과 실망한 지지자들, 양쪽의 공격 받는 엄중한 상황"

이창곤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문재인케어·남북관계 성과, 미세먼지·균형발전 미흡 부동산과 청년, 노인빈곤 문제 해결이 향후 역점 과제 대통령에게 하고픈 제언, “초심, 진정성 유지해나가길...

  • HERI
  • 2019.05.15
  • 조회수 375

국책연구기관, ‘대국민 연구성과 보고회’ 열어

경제·인문사회연 주최로 26개 기관 참여 ‘국민에게 묻고 새 길을 찾다’ 주제 내걸고 ‘포용·혁신·평화’ 미래 위한 방안 제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26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2019 대국민 연구성과 보고회’가 8일 서...

  • HERI
  • 2019.05.09
  • 조회수 391

“쿠바 사람들 행복한 표정 끌려 ‘가난한 복지’ 탐구했죠”

[짬] 예수대 사회복지학과 배진희 교수 지난 4월26일 인터뷰중인 전주 예수대 사회복지학과 배진희 교수. 사진 서혜빈 연구원 “잘 사는 복지국가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잖아요? 쿠바를 통해 가난한 복지국가에 대해 이야기 ...

  • HERI
  • 2019.05.07
  • 조회수 560

“서구도 중국도 ‘민주주의 위기’ 요인은 정당 변질 탓”

[짬] 칭화대 인문사회고등연구소장 왕후이 교수 지난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1회 세계석학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한 왕후이 교수. 사진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제공 비서구적 경험을 기반으로 국제질서와 정치체제를 분석해...

  • HERI
  • 2019.05.02
  • 조회수 404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환영”

1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시민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참여연대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며 폐지 환영성명. 참여연대 제...

  • HERI
  • 2019.04.26
  • 조회수 496

박능후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하겠다”

[이창곤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내년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 때 반영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공식화한 건 처음 ‘줬다 뺏는 기초연금’ 대안, 5만원 정액 지급 검토 소득 분배 ...

  • HERI
  • 2019.04.17
  • 조회수 748

필립 벨기에 국왕이 한국 소셜벤처 둥지를 찾은 까닭은?

방한 중 소셜벤처단지 헤이그라운드서 사회혁신가들과 토론 한국의 IT 기술 연계한 민간 사회혁신 프로젝트 높은 관심 “더 많은 청년이 사회문제에 관심 갖게 할 방안 뭔가” 질문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를 방문...

  • HERI
  • 2019.03.29
  • 조회수 689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내 싱크탱크 톱10에 진입했습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이창곤)은 최근 실시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Think-tank)’ 설문 조사에서 정치·사회 부문 7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21위에서 14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입니다. <한경비즈니스>는 2008년부터 해마다 ‘...

  • admin
  • 2019.03.15
  • 조회수 1152

김연명 “내달까지 분배악화 개선 위한 ‘소득보장 개편’ 방안 마련”

이창곤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8일 오후 연풍문 소회의실에서 이창곤 논설위원 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청...

  • HERI
  • 2019.03.13
  • 조회수 933

민주당, 사회적 경제 활성화 위해 ‘신발 끈’ 조였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전국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 당 상설위원회에서 전국위원회로 승격 지역사회 중심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도모 부진한 사회적 경제 3법 제정에 박차 가하기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

  • HERI
  • 2019.02.26
  • 조회수 894

“올핸 사회적 가치 실현 제대로 해보자”…공공기관들 손잡았다

22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협약식’ 열어 가스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토지주택공사 등 실천에 지침되는 연구, 포럼, 교육사업 펼치기로 공공, 시민단체, 기업으로 확산하는 플랫폼 구축 22일 서울시 종로구 공공그라운...

  • HERI
  • 2019.02.25
  • 조회수 922